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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떠난 자리 달빛마저 시들고——소설「달」*에게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세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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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이 산속에서 환생했다

 

근처 산사 종이 울릴 때
떨어지는 산벚꽃잎이 나비 되어 되날아오르고
그 나비가 독뱀이 되었다
시인은 새벽 달빛 아래
한 줄의 시어인가, 아포리즘인가 
-최선(最善)이 최악(最惡)이다

 

그때 독뱀이 물었다 이리 비틀 저리 휘청 
지나던 노승이 거두어 업고
공몽(空될)의 억새 숲을 헉헉댔다

 

회복기에 접어들자
시인의 눈은 뱀눈을 닮았고
암자의 여인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여인은 카츠라〔桂〕 옆 갑석 위에서 
해바라기하고 있었다
여인은 두 가닥 혀를 날름거리며 
시인을 반겼다

 

어느덧
시인은 여인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고
여인의 몸 구석구석에 콕콕콕박혔다
새벽이슬 내릴 때까지 배배 꼬며 석류꽃 밤을 보냈다 
여인의 온몸이 점점 진홍 반점(斑點)으로 채워졌다

 

시인과 여인은 용오름 되어
상아(嫦娥) 찾으러 승천하기 시작했다

 

뾰족한 달빛에 생채기만 남긴 채 허공에서 떨어졌다 
자운영 꽃밭에 떨어져 퍼질러 앉아
건넛산 청딱따구리 소릴 청아하게 들었다
노래에 넋 나간 여인은 붉디붉은 치자 물속에 덤벙 빠져 
하이얀 꽃향기만 남겼다

 

그들이 떠난 달빛 아래 이승과 몽계(夢界) 틈새로 
날카로운 고드름이 열리고
시인은 여인을, 여인은 시인을 못 잊어 하염없이 
애욕(愛慾)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련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의 소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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