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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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다
모래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사라지는 파도는
문명의 기억을 수업 중이다
거대한 물결이 책장을 넘기면
바닷속 미생물의 숨 고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딴청 부리며 밖으로 나갔다가
철퍼덕 철썩철썩 훈육의 소리도 크다
칭찬받은 몽돌은 자갈자갈 글 읽는 소리와
스르르 스르르 말없이 필사하는 하얀 모래알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의 노래에
파란 물결 위의 갈매기가 춤을 추고
사람들은 패각분 백사장에서
모래찜질과 파도타기에 지칠 줄 모르고
모래성 쌓기 놀이에 신이 난 아이들 웃음소리도
해변에 남겨진 여인들의 발자국도
저녁 무렵 해님이 붉은 물감으로 바다를 품어 안을 때
그는 황금빛 그물에 모두 담아 바다로 가져간다
첫날밤 옷고름 풀듯이 혈관으로 스며드는 파도는
포말을 일으키며 바다의 사초를 낱낱이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