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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구둣방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성미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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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엠비시 맞은편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드는 좁고 기다란 골목
그 안에 허수아비 구둣방이 있다
문턱을 넘으면 가죽 냄새가 묵은 먼지처럼 쌓여 있고 
철제 선반마다 제각기 다른 인생을 지닌 신발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터진 실밥은 지난 시간을 꿰맨 주름 같고
닳은 굽은 고단했던 하루의 흔적이다
팔자로 걷던 발 오리처럼 뒤뚱거리던 발
그 모두가 이곳에 모여 하나의 대가족이 된다

 

주인은 말이 없다
수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망치로 박힌 못만큼이나 깊은 인내로 신발을 고친다 
그의 어깨는 늘 굽어 있으나
빨래 봉을 걸어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처럼 
잠시 몸을 푼다 마치 세상과 화해하는 춤처럼

 

저녁이 오면 신발들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주인은 바늘을 놓는다
오늘 고쳐준 건 밑창 하나지만
실은 누군가의 내일 한 걸음을 꿰맨 것이다 
허수아비 구둣방의 불빛 아래
낡은 세상 하나가 천천히 고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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