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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맹 탈출의 몸부림

한국문인협회 로고 丘在勉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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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사회활동이 줄다 보니, 모임도 잦지 않고 지인들 만남 역시 뜸해졌다. 정 급한 일은 서로 전화를 주고받지만, 웬만한 일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카카오톡을 통하여 알린다. 어쭙잖은 자화자찬이긴 하지만 스마트폰 덕에 내 딴엔 의사소통이 제법 스마트해진 셈이다.
디지털 노마드를 지향하는 세상을 살면서도 나는 전자기기 앞에 서기만 하면 떨리고 주눅 들기 예사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무인 점포에서 물건값을 치를 때, 스크린 터치식 정보 단말기인 키오스크를 제대로 누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하기 때문에 손에 익지 않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이미 속절없이 늙어버렸으니 뭔들 잘할 수 있으랴만.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컴맹이었다. 오십여 년 전 직장에서 리스(Lease)로 휴렛 패커드(Hewlett-Packard) 컴퓨터를 들여올 때, 담당 과장으로서 도입 절차 진행에 매달렸을 뿐, 그 활용에 대하여 호기심은커녕 관심도 없었다. 그냥 사무 자동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전산실에서 사용하는 기기려니 하고 넘겼다. 그때의 무관심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는 두고두고 돌아볼 일이 되었다.
그 뒤로 한두 해 지나면서 개인용 컴퓨터가 물밀듯이 사무실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전혀 소음으로 들리지 않게 되었다. 컴퓨터에 다가가려면 우선 타자 능력을 갖추는 게 필수였지만, 예나 지금이나 게으름 본능에 충실하다 보니, 지금껏 두 손가락 신세를 지고 자판을 쪼듯 두드린다.
삼십여 년 전, 같은 지역에 사는 소설가 한 분을 찾아갔을 때, 놀랍게도 그분은 머릿속의 워딩(Wording)을 원고지에 옮기지 않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 파일에 입력시키고 계셨다. 신선한 충격으로 부끄러움은 타오르고, 이를 감추려고 애쓰며 속으론 나도 이 분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얼마쯤 지나자, 몇몇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청탁한 원고를 이메일로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컴맹들을 위하여 종전처럼 원고지로 접수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배려는 점점 줄어 사라지고 말았다. 이젠 남을 시켜서라도 원고를 컴퓨터로 작성한 뒤, 접수처 이메일 주소로 발송해야 한다.
나는 정년퇴직 후부터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컴퓨터로 글을 쓰는 연습에 열중했다. 서류 양식을 내려받기하여 문서를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 이메일로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타자 속도가 너무 느려서 한심한 노릇이지만, 심 봉사 눈뜨기 소원 성취가 어디 쉬운 일이었던가? 지금껏 별로 나아진 건 아니지만, 어두운 눈을 뜨기 위하여 오늘도 자판을 느릿느릿 치고 있다.
격변하는 정보화 시대의 풍랑에 휩쓸려 삶이 점점 고단해진 사람들 가운데, 특히 나 같은 고령층은 인터넷 활용이 미숙해서 곳곳에서 당황한다. 은행 백화점 병원 극장 역 호텔 식당 카페 관청 등 어디를 가도 옛날처럼 일을 볼 수 없다. 업무 처리 방식이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기술이 세계에서 으뜸이지만, 초고령 사회로 들어섰기 때문인지 세대 간 디지털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극심하다. OECD는 이 격차를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정보통신 기술 접근성과 인터넷 사용에서 나타나는 차이라고 정의했다 한다. 이는 곧바로 소득 격차로 연결될 게 뻔하니 걱정이다.
이를 해소할 뾰족한 수는 없을까? 학자들은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을 높여줘야 한다는, 하나 마나한 처방을 내놓았다.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에 접근하여 정확한 정보를 찾아 평가하고 조합하는 능력을 길러주란 말이니 그렇다.
아무튼 많은 노인들이 병원 진료 예약도, 열차 승차권 예매도, 관광지 호텔 예약도, 택시 호출도, 극장 공연 관람권 사기도, 음식 주문도,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기도 어렵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계속 자녀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나? 걱정이다!
정부에서도 디지털 양극화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모양이다. 3년 전 이맘때 우리 아파트 경로당 회원들은 구청에서 보낸 강사들한테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받았다. 일대일로 진행된 교육은 알차고 유익했다. 기억 용량 확보를 위한 보관 정보 덜어내기, 새로운 앱(app) 깔기, 정보 검색하기, 택시 부르기, 데이터 요금 절감을 위한 와이파이 설정 등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날 배운 걸 그날 잊어버리는 바람에 허사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폰뱅킹으로 송금하기 공부는 섣불리 전화기를 작동하다 피해를 볼까 염려돼 앱 깔기를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져서 교육이 중단되었다. 거래 은행 지점에 가기도 전에 펼쳐진 풍경 앞에서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구청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스마트 경로당 운영 체계를 도입한다며 올해에도 강사를 보내고 있다. 우선 운영 보조금 정산은 영수증이나 통장을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보내면 자동으로 처리되므로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자못 기대가 크다. 이참에 이 일을 맡아 하면서 디지털 문맹의 눈을 뜨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아날로그 세대인 나는 코앞에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걱정이 태산 같다. 지금도 컴맹 폰맹을 면하지 못했는데, AI까지 늙은 이들의 일상을 덮치면 어떻게 될까 하여 불안하기만 하다. 보도 듣도 못한 일들을 겪게 될 텐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는지 어쩔는지 모르겠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려 한다면 맨몸으로 전쟁터에 나서는 무모함에 비길 수 있는 어리석음이지 싶다. 암튼 큰일이다. 예삿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겁에 질려 떨고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익히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각종 표를 예매할 수 있는 결제용 앱도 깔아 두자.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송금도 이체도 하자. 망설이지 말고 몸부림치며 이 질곡의 강을 건너가자. 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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