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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소탕 작전

한국문인협회 로고 진영하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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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된다고 그랬던가. 사랑스러운 친구라고만 여겼던 친구가 우리 집에 무단방문해 화단을 온통 헤집고 난장판을 만들며 다니는 통에 약이 바짝바짝 오르며 배신감이 밀려오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독일의 유명 작가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똥’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어주며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두더지와 친숙함을 쌓아 온 세월이 벌써 몇 년인지 모른다. 아니, 훨씬 그전부터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이런 사건이 생기면서 나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되어 자괴감마저 들었다.
예쁜 꽃들을 보려고 이른 봄부터 주말 아침마다 남편과 화원에 가서 온갖 야생화와 여러해살이꽃들을 사서 정성껏 심어 놓았다. 아는 조경 지식을 총동원해 꽃들 뒤에는 키 작은 나무들도 사서 든든한 울타리 삼아 함께 심어 놓느라 돈도 들고 힘도 들었지만, 다 심어 놓고 보니 뿌듯했다. 흙을 다독여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하나의 생명체인 식물들이 우리 집 화단에 새로이 뿌리를 잘 내려 예쁜 자태를 보여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1주일 전에 화단의 땅이 부풀어 오른 흔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잘 몰랐었는데 바로 두더지가 땅속으로 굴을 파며 다닌 흔적이었다.
“우리 집 흙이 비옥해 먹을 것이 많은가, 야생의 두더지가 들어왔네.” 
하지만 웃으면서 할 얘깃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땅속으로 파고 다녀 두더지가 낸 길은 처음엔 한 줄 정도여서 부풀어 올라온 꽃들의 뿌리를 일일이 다시 다독여주었는데 점점 어찌나 땅속 전체를 헤집고 다니는지 여기저기 부풀어 오르는 흙을 보며 애써 심어 놓은 꽃과 나무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그림책에 보면 당근밭에 침투한 토끼나 두더지들을 못 잡은 농부 아저씨가 왜 씩씩거리며 꼭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전쟁을 벌이는지.
결국 우리도 두더지를 잡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동안 올라와 있는 농가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농사를 안 짓고 사는 우리에게는 마냥 귀엽기만 한 두더지로 인해 농가에서는 농작물을 망치는 두더지를 잡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가장 확실한 건 쥐약을 놓거나 쥐덫을 놓아 잡는 거라고 했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두더지가 죽게 될 확률이 높아서 우리는 그냥 생포해 놓아줄 생각으로 양동이 작전을 선택했다.
양동이를 두더지가 다니는 길목의 땅속에 김칫독을 묻는 것처럼 파묻어 놓고 두더지가 거기에 떨어지길 바라는 거였다. 단점은 그 높이만큼 흙을 파서 묻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거였고, 장점은 두더지의 신체를 다치지 않게 생포할 수 있다는 거였다. 남편은 두더지를 살려주려는 마음에 힘들게 파묻어 놓았는데 두더지는 그 마음도 몰라주고 묻혀 있는 양동이를 우회해 땅속을 돌아다니는 어리석은 만행을 저질렀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라며 어쩔 수 없이 덫을 사와 놓을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남편이 덫을 확인해 보아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막막한 전쟁이 며칠째 계속되던 어느 날, 드디어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덫을 위장해 덮어 놓은 풀의 움직임이 있어 살짝 들춰보니 두더지가 덫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이 아이도 살 운명이었는지 심하게 덫에 팔이 물려 있지 않고 아주 살짝 손가락 부분만 물려 있었다. 우리의 애를 말린 두더지를 잡아 반가운 마음 반, 손가락을 아파하며 버둥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 반이 들었다.
앞동산에 데려가 풀어주었는데도 아무래도 몇 시간 동안 덫에 끼어 있던 한쪽 손이 충분히 회복이 덜 되어 땅을 파는 속도가 늦었다. 저녁 무렵이라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길고양이도 있는데 그냥 두고 집에 갔다가는 고양이 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굴 파는 걸 도와주었다. 공동작전으로 굴을 파주자 땅속으로 인사도 없이 쏙 들어가면서 2주가 넘는 시간 동안의 두더지 소탕 작전은 끝이 났다.
야생동물은 인간이 편리를 위해 산을 깎아 개발하면서 점점 자기만의 터전을 잃어가 살아갈 공간이 비좁아지고, 얻을 수 있는 먹이도 줄어들고, 서식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유해야생동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사는 곳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 접점에서 야생동물과 사람이 서로 피해를 주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의 기준에서 피해를 준다고 지정된 유해야생동물에는 멧돼지같이 덩치 큰 녀석도 있지만, 두더지, 참새, 까치, 고라니 등과 같은 옛날 이야기에 많이 등장해온 작고 귀여운 친숙한 동물들도 많다.
사실 농사를 짓지 않거나 어떤 이해관계가 없다면 여전히 사랑스러운 생명체인데 인간의 잣대로 유해한 동물로 분류하여 원래 이 땅에 살았던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속상할 수도 있겠다. 물론 사람을 해치거나 심한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까지 무조건 보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야생동물도 생명체로서 서식환경이 보호돼야 마땅하고, 인간은 동물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두더지가 손을 잘 회복해 앞동산에서 건강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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