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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산문 차상] 할머니

한국문인협회 로고 손승민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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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2명의 할머니가 있다. 첫 번째로, 아빠의 엄마인 친할머니,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 내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나는 두 할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두 할머니는 아주 친하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옛날에 이런 약속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 나이 들면, 사돈하자’라고. 그렇게 몇 년 후, 진짜 사돈이 되었다. 다시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백화점 주차 알바를 하고 있다. 20대 후반인데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두 할머니와 나, 이렇게 3명이 한 집에 산다.
“밥 먹어라. 희자 너도 빨리 와서 수저 놓고 정우 너도 밥그릇 옮겨.”
희자는 외할머니다. 외할머니는 5년 전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친할머니인 영숙 씨가 집안일을 대부분 도맡아 하신다. 오늘은 토요일. 알바가 없는 날이다. 나는 친할머니의 명령에 따라 밥그릇을 옮기고 수저를 놓았다.
“나 밥 안 먹을래, 싫어!”
외할머니가 또 투정을 부리신다.
“희자야, 또 왜 그래? 밥 먹고 나아야지.”
그 순간, 외할머니가 친할머니의 손을 뿌리쳐서 친할머니의 손에 뜨거운 죽이 튀었다.
“할머니 괜찮아요?”
나는 놀라서 얼른 찬물로 씻어내었다. 외할머니는 웃으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셨다. 방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나서 가보니 온갖 화장품이 떨어져 있었고 외할머니가 화장을 하고 계셨다.
“할머니 왜 그래요? 이거 다 누가 치워요.”
내가 물티슈를 들고 외할머니의 얼굴을 닦으려 하자 친할머니가 다가왔다.
“희자야, 꽃단장하고 어디 가게? 나랑 같이 앞에 공원 가자.”
나는 손을 멈추었다. 친할머니는 슬쩍 나에게 닦으라는 눈치를 보이고 조금씩 닦았다.
휠체어에 외할머니를 앉히고 셋이서 공원으로 나왔다. 그때, 친할머니가 살짝 우시는 듯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괜찮아요?”
할머니는 괜찮다 하시며 잠깐 다른 데로 가셨다. 나는 깨달았다. 이곳이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신 곳이라는 것을. 부모님도 우리처럼 공원에서 산책을 하시다 음주 차량에 치여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손짓을 하며, “저기 가자, 저기”라고 하셨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외할머니 낮잠을 재우고, 친할머니와 얘기를 나누었다.
“할머니, 우리 바닷가 구경 갈까요?”
“언제? 너 아르바이트 하면 시간 없을 텐데.”
“하루 빠지죠, 뭐.”
내일 가기로 했다. 장소는 좀 멀리 잡았지만, 다행히 내 차가 있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나는 뒷좌석에 두 할머니를 태우고 출발했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손을 꼭 잡고 계셨다. 나는 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트로트를 틀어 드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거의 해가 질 무렵이었다. 급히 가까운 바닷가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외할머니를 태우고 걸었다. 차가운지 따뜻한지 모르겠는 미묘한 바람을 맞으며, 저 멀리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달이 비치는 바다의 윤슬을 보았다. 외할머니는 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잠이 드셨다. 친할머니가 말을 꺼내셨다.
“정우야, 우리도 언젠간 이 순간이 끝이 나겠지? 너도, 나도, 희자 할머니도. 다 지나고 보면 후회가 막심하고 그렇지 않니?”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말을 이었다.
“할머니, 그런 생각 마시고 이 순간을 즐기세요. 한 번 사는 인생, 후회하지 마시고요. 제 부모님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그래. 니 아빠가 널 참 많이 닮았는데. 고양이 같은 얼굴에, 큰 눈, 뾰족한 코까지. 널 많이 사랑했는데.”
나는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기에, 감동이 밀려오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우시는 모습에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 아까 제가 말했죠. 후회하지 마시라고. 살다 보면 꼭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집에 갈까요? 좀 더 있을까요?”
“집에 가자. 니 외할머니 힘들어한다.”
다시 차에 타서 집으로 향했다. 초록색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휘날렸다. 미묘한 바람과 함께 저 멀리.
오늘은 내 전공을 살려 대기업에 면접을 보고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문자 메시지가 왔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장소는….’
나는 바로 외할머니를 목욕시키는 할머니에게 갔다.
“할머니! 저 합격….”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친할머니는 바닥에 쓰러져 계셨고, 외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했다. 그 순간, 내가 예전에 친할머니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할머니, 이 순간을 후회하지 말고 즐기세요.’
정작 그런 말을 내뱉은 내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가 말을 했다.
“영…숙이…?”
나는 놀랐다.
“할머니, 뭐라고 하셨어요…?”
“영숙아, 왜 여기 있어.”
할머니가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감격스러워서 감정이 올라왔다. 때마침 친할머니도 깨어나셨다. 외할머니는 친할머니의 볼에 손을 갖다 대었다.
“영숙아….”
친할머니는 외할머니가 말할 줄 알았다는 듯이 웃어주셨다. 빠르게 퇴원 절차를 밟았다.
나는 오늘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친할머니가 양복을 사주셨다. 오늘 퇴근하면 두 할머니와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을 것이다. 어쩌면 그 사진이 우리 셋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퇴근을 하고 사진관으로 갔다. ‘찰칵’ 소리와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집으로 배송해달라고 요청하고 작게 인쇄한 사진을 가지고 부모님이 계시는 납골당으로 갔다.
‘엄마, 아빠. 그곳은 어때요? 이승보다 행복하겠죠? 저 오늘 대기업 출근했어요. 두 할머니와 많은 추억도 남겼어요. 저는 미묘한 바람을 좋아해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애매한 온도의 바람이요. 부모님도 미묘한 바람처럼 남을 기분 좋게 해주고, 중간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삶을 그곳에서 사시길 바랍니다. 다시 찾아뵐게요.’
나는 편지를 써서 납골당에 사진과 함께 넣었다. 외할머니가 표정은 좋아 보였지만,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 셋은 앞으로도 평생, 영원히 후회 없이 미묘한 바람을 맞으며 살고 싶고, 살아갈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은 돈도, 능력도 아닌 내 가족, 할머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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