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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흔(墨痕) 4

한국문인협회 로고 태라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여름호 2026년 6월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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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번 구겨지고 나서야
제대로 된 기둥 세울 수 있을까

 

검은 뼈들이 수북이 쌓인 것처럼
한 형태로 오르지 못한 획들이
몸을 잔뜩 구부리고 있다

 

종이의 입술이 낙서라고 말한다

 

부서진 선의 집착을 내려놓은 나는 
자유로운 얼룩이라고 변명한다

 

찌그러진 주름 사이에
빗나간 선들은
차마 뱉지 못한 기침처럼 남아 있다

 

버려진다는 것은
단단한 중심을 위해 외곽을 허무는 일

 

먼 시간 후에는
흩어진 낙구(落句)들의
구겨짐도 바로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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