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8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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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위로
햇살이 소금처럼 부서지던 여름이었다
마당 끝 텃밭 포도나무 잎은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초록 파문을 흔들며 웃었고
우물가 두레박의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세상의 근심까지 식혀 주던 시절이 있었다
낮이면 논두렁 사이로 메미 울음이 터져
하늘까지 금이 가는 듯했고
아이들은 맨발로 흙길을 달리며
개울물 속 송사리를 쫓다가
저녁 종소리 들릴 때야 집을 찾았다
어머니는 대청마루 끝에 걸터앉아
부채질 몇 번으로 지친 하루를 식히고
수박 한 통을 우물에 담가 두었다가
달빛이 오르면 꺼내 오시던 손길
툭, 칼 갈라지는 소리만으로도
온 집 안에 여름 냄새가 번졌다
아버지는 평상 위에 누워 묵묵히 별을 세다가
가끔 내일은 비가 오겠다 하셨고
그 말은 이상하게도 하늘보다 먼저 믿음이 되었다
밤이면 모깃불 연기 사이로 이웃집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멀리 기차 지나가는 소리 하나에도 고향은 더 깊어졌다
뜨겁게 타오르던 낮과 서늘하게 식어 가던 저녁 사이
그 여름의 바람은 언제나 사람 냄새를 몰고 왔다
세월은 많은 것을 데려갔지만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땀에 젖은 어머니의 적삼과 수박 냄새 배인 달빛과
별빛 아래 잠들던 평상이 남아 있다
바람은 언제나 고향 쪽에서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