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자수필문학상 2026년 8월 3호
22년간 병간한 아내를 떠나보낸 뒤
수필은 범주를 설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학 장르이다. 흔히 경수필이니 중수필이니 하는 구분만으로 분간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산문 양식이 그 범주에 놓이곤 한다. 때에 따라 ‘논픽션 에세이’라 할 만큼의 넓은 산문 영역을 아우르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개인의 체험과 사색을 중심으로 하는 ‘서정적 산문 형식’으로 제한해 인식되기도 한다. 수필의 이러한 장르적 모호성은 수필 한 편이 아닌, 수필집이라는 하나의 창작집 앞에서 똑같은 문제로 대두될 때가 많다. 이번에도 여행답사기, 칼럼, 신변잡기 등이 전체를 압도하는 작품집이 눈에 띄었다. 그걸 문학적 양식으로서의 작품집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아무래도 선에 넣어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일차적으로 걸러냈다.
몇 권의 작품집을 두고 최종으로 고민했다. 편편의 수필로 보면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작품집 전체로 보면 아쉬움이 적잖이 느껴지곤 했다. 그중에서 임병식 수필집 『아내의 저금통』을 뽑은 까닭은 몇 편의 수필이 안겨준 감동이 꽤나 깊어서였다. 표제작인 「아내의 저금통」은 22년간 간병한 아내를 떠나보낸 뒤 그 흔적으로 남은 저금통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글이다. 깊은 병중의 몸으로도 잘 보고 관리할 수 있게 해놓은 저금통의 모양새를 중심으로 병든 아내의 고통과 인내,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병간한 ‘나’의 수고로움, 사별의 슬픔 등을 집약했다. 「생명활동」은 그 아내가 일차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온 상태로부터 뇌기능 1/3의 중환자가 되는 과정에서도 명절, 제사, 생일을 기억해 낸 아내의 투병을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서술하고 있다.
『아내의 저금통』은 전체적으로는 생활 곳곳에서 부딪치고 느낀 소회를 서술한 생활수필에 가깝다. 특히 고향을 중심으로 살아온 생활인으로서 지난날의 풍속이나 선인들의 지혜를 되새김질하는 애향의 마음과 온고지신의 자세가 돋보인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유혜자(수필가)
• 김호운(소설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 박덕규(문학평론가, 단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