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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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는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운동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장난치는 것도 좋아합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만 가면 어른들은 말합니다.
“준우야, 예의를 잘 지켜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어른들이 말하면 듣기가 싫어 고개를 돌리곤 해요.
“준우야, 조상님들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할아버지 댁에 가자.”
토요일, 준우는 부모님을 따라 할아버지 댁으로 갔어요.
“할아버지, 옛날 사람들은 왜 이런 모자를 썼어요?”
준우는 장롱 위에 놓인 검은 갓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남자아이들이 저 검은 모자로 축구놀이 하는 걸 봤거든요.”
할아버지는 갓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건 ‘갓’이란다. 사람의 마음가짐을 담은 모자라고 할 수 있지.”
준우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모자에 마음이 담긴다고?’
호기심이 생긴 준우는 방에 혼자 남자 갓을 머리에 살짝 올려놓았어요.
그 순간, 눈앞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준우가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마을이었어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얘야, 갓을 썼으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지.”
흰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말했어요.
“갓은 멋 내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기억하려고 쓰는 것이란다.”
그날 하루 동안 준우는 이상한 일들을 겪었지요.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를 도와드리자 갓이 반짝였습니다.
길을 잃은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자 갓이 또 한 번 반짝였어요.
반대로 거짓말을 하려는 순간에는 갓이 점점 무거워져 고개를 들 수 없었지요.
준우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 행동을 갓이 알고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큰 시험이 찾아왔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작은 다리가 무너질 듯 흔들리고 있었어요.
겁에 질린 아이 한 명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울고 있었어요.
준우도 무서웠습니다.
‘도망갈까? 아니야. 그냥 지나치면 울고 있는 아이는?’
“내 손 잡아.”
준우는 용기를 내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 순간 검은 갓이 환하게 빛났어요.
“이제 너는 갓의 뜻을 알게 되었구나.”
“갓은 높은 사람이 쓰는 모자가 아니라, 바른 사람이 쓰는 모자란다.”
눈을 뜬 민우는 다시 할아버지 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꿈이었나?’
그런데 손바닥에는 검은 말총 한 올이 놓여 있었어요.
준우는 조용히 웃었습니다.
“우리 준우가 많이 피곤했나 보구나.”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였어요.
“할아버지, 꿈속에서 좋은 일을 하니까 검은 갓이 환하게 빛났어요.”
“갓의 뜻은 갓은 높은 사람이 쓰는 모자가 아니라, 바른 사람이 쓰는 모자란다.”
그 말을 듣자 잠이 깼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갓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냐?”
“네, 다음 주에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숙제가 있는데 저는 갓에 대해 발표할래요.”
“갓이 머리를 가릴 뿐만 아니라 예의, 책임, 품격을 나타내는 상징이란다. 고려시대부터 모양이 조금씩 바뀌었고 조선시대에는 갓을 통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었지.”
준우는 꿈속에서 들은 말과 똑같은 말을 할아버지한테 들었습니다.
“갓의 재료는 말의 갈기나 꼬리털, 혹은 대나무를 아주 가늘고 얇게 나누어 만든단다. 그래서 갓은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하는 거야.”
“또 갓 사이로 햇살이 은은하게 비친단다.”
“할아버지, 저 갓 머리에 써볼래요.”
할아버지는 준우에게 갓을 정성껏 씌워줍니다.
‘이렇게 얇고 가는 재료를 얼마나 정성껏 다뤘을까?’
준우는 갓이 만드는 장인의 솜씨와 쓰는 사람의 마음까지 담긴 전통 물건으로 느껴졌습니다.
“갓은 머리에 쓰는 부분인 모정(모자 부분)과 햇빛을 가려주는 넓은 테두리인 양태로 되어 있단다. 전통사회에서 갓은 단순히 햇빛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선비의 품격과 예의를 상징했단다.”
할아버지는 잠시 눈을 감으셨다가 다시 말하셨습니다.
“갓을 바르게 쓰고 있는 모습은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갓의 모양이나 재료에 따라 신분이나 상황을 나타내기도 했지.”
며칠 뒤 학교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발표 시간이었습니다.
“준비해 온 친구들은 손들어 보세요.”
준우가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갓이 양반들이 쓰던 모자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준우는 할아버지한테 들은 갓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와! 놀기 좋아하는 준우가 ‘갓’에 대해 너무 잘 아네.”
준우가 발표를 끝내자 반 친구들이 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선생님, 제가 갓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될까요?”
“그럼, 해도 되지.”
“갓은 멋을 내는 모자가 아니에요. 예의와 책임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은 모자예요.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진짜 갓을 쓴 사람이 아니래요.”
흐뭇한 표정을 짓던 선생님도 엄지척! 하시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얘들아, 한 주에 한 명씩 전통문화에 대해 준우처럼 준비해서 발표하기로 하자.”
발표를 마친 준우는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바람이 창문으로 살랑 불어옵니다.
그 바람 속에서 준우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을 멋지게 만드는 것은 머리 위의 갓이 아니라, 마음속의 바른 생각이란다.”
준우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날 이후 준우는 친구를 먼저 배려하고 약속을 지키며, 잘못했을 때는 솔직하게 사과하는 아이가 되었답니다.
비록 머리 위에는 갓이 없었지만, 준우의 마음속에는 누구보다 멋진 갓 하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