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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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처럼 코끝이나 자극하고 끝날 말들이
기름진 혀끝에 달라붙어 진부한 뒷맛을 남긴다
바니타스 정물화의 썩은 과일처럼
신선도의 결핍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남다른 독창성과 운율인 것처럼 과대포장하여
일방적 읽기를 강요해 온 건 아닌지
절치부심 내일의 발걸음을 재촉할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축축하고 묵직한 숨소리뿐
막 떠오른 햇귀조차 안개 장막을 거두지 못한 채
허공의 얼룩이 되어 간다
그놈의 눈물은 밟혀 반항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냥 눈 한 번 질끈 감았을 뿐인데
왜 구불구불 더딘 율동으로 어슬렁거리며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걸까
축 처진 가지들과 골 패인 줄기만 남은
겨울 산의 나무처럼 기분이 나지 않을 때마다
자괴감의 죽비라도 들었어야 하는 건데
말의 뿌리굵기가 때맞춰 이루어지지 않은 건지
그래서 문맥의 가지와 새순이 부실한 건지
공든 탑을 흉내 내기에도 역부족인
질문들만 두엄처럼 쌓아 온 듯하다
제풀에 꺾여 사라질 거란 세월의 예언은
앞으로 넘어져도 뒤통수만 멀쩡하면 된다는
뒤로 넘어져도 코만 멀쩡하면 된다는 억지
몸부림치고 흐느끼는 듯한 이 넋두리를
지평선 너머 석양의 다비식에 내던져버리면
아무도 모르게 태워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