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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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의 정수리
태양은 몇 시 몇 분을 가리키는가
호모는 손목을 보지 않고
선돌이 지시하는 그림자를 살핀다
그림자는 오래된 바늘처럼
땅 위를 천천히 가리키고 있다
숫자도 없고
빗금도 보이지 않고
그들이 만든 문자의 표시도 없지만
선돌의 발 밑 시간의 움직임을 느끼며
오늘의 사냥과
내일의 날씨와
계절의 기울기를 피부로 짐작한다
그림자 길게 누울 때
움막에 들어간다
날짐승이 날고
달리는 표현이 언어로 전달되고
얼굴의 표정이 움집에 나타내며
낮의 행적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들은 시계가 생기기 전부터
그림자로 시간을 읽는 존재였다
선돌은 호모 사피언스
자세로 우뚝 서
해시계처럼 움직이는 인간의 모형인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