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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편지

한국문인협회 로고 조성심(용인)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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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커피를 마셔도 단풍잎 빛깔이 목에 걸려 자꾸만 가슴은 내려앉고 
십일월을 넘기는 늦단풍이 마당 끝을 참새처럼 서성이다
투명한 속을 한번 더 내보이며 회색빛 우수에 몸을 떨고 있습니다 
가슴이 다 비치도록 그리운 당신의 이름을 불러도
바람이 대답을 먼저 합니다
그리움은 참는 것이라고
매일 아침 보는 당신 얼굴처럼 당신이 이 순간 보고 싶습니다
당신을 그리다 소금기에 절은 흰 고독이 단풍잎 혈관을 따라
산등성이를 헤매이며 쏟아놓는 붉은 맹서는 가슴에 칼집을 내
내 몸이 다 찢겨져 나갑니다
먼 산 오를 수 없는 골짜기에 말라 가는 내 몸을 바로잡아 편지를 씁니다
우표 없이 이 산 저 산을 뒹굴다 바람에 내 피가 다 마르고 
온전한 내가 다 사라져도
서러운 빗물에 나를 씻고 당신을 또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때론 타인처럼 멀게 있던 당신이 내 안으로 들어와
홀로 있던 나를 흔들며 당신과 하나가 됩니다 
당신을 만난 순간 하늘은 무너지고
당신 곁에서 평생을 걸어도 언제나 내 사랑은 제자리걸음만 합니다 
가을 하늘에 나를 다 드러내놓고 울어도 토해내지 못하고
자꾸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은 언제나 당신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이 못 견디게 밉다가도 난 어린아이처럼 금방 당신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운 것들을 여러 번 포개 방망이질을 하면 더 곧고 푸른 그리움이 다듬잇돌 위에 펼쳐집니다
언제나 목마른 내 갈증에 시작은 당신이었습니다
나를 다 퍼내고도 부서지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을 내내 앓고 있어도 당신은 언제나 모른 척합니다
허기진 그리움을 채우듯 난 당신을 아침처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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