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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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누나가 백과사전 사던 날
사은품으로 받아온 쌍안경
호기심에서 분해했다가
다시 맞춰 놓질 못했다
참 좋은 쌍안경이었다고
가족 모두 아쉬워했다
어른이 된 후
쌍안경만으로도 별 관측이 가능해서
천체망원경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외국 사는 친구에게서 들은 그날
꿈을 꾸었다
별나라 공주님께서 우시고 계셨다
드레스가 찢겨 있었다
원망 가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셨다
왜 구하러 오지 않았느냐고 소리치셨다
죄송하다고
몰랐다고
쌍안경이 부서져서 볼 수가 없었다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변명이었다
열심히 익힌 검도 실력은
발휘할 기회조차 얻어보지도 못했다
요즘도
밤하늘을 보지만
별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공해 가스에 가려져서가 아니다
쌍안경이 망가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