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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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등이 굽은 고등어였다
새벽마다 감천동 108계단을 내려가 제3 부두에서
굽은 등으로 짐을 져 날랐다
삼팔따라지, 아버지에게 늘 붙어 다니는 생의 슬픈 그림자
청진에서 혈혈단신 태백을 넘어온 아버지는 생의 밑바닥에서
등지느러미 하나로 헤엄치며 살아왔다
가족을 얻자 지느러미는 더욱 바쁘게 파닥거렸고
썰물처럼 생의 7할쯤이 빠져나갔을 때
아버지의 등지느러미는 닳아서
굽은 등에 늦은 가을볕처럼 앙상하게 붙어 있었다
파도 너울을 등지고 지게에 앉아 아버지는
바다 멀리 끝간데 모를 눈길로 청진을 아득히
바라보고는 눈시울 붓도록 향수에 젖어 들곤 하였다
생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조난된 난파선 같은 타향살이
곧 돌아갈 것 같았던 청진은 신산한 가난으로 쌓아 올린
감천동 판자탑만큼 아득해졌는데
비린내 사이로 낯설어진 고향 언어
그런 날은 아버지는 술 한잔에 별똥별 감천동 계단을
고등어 한 손을 꿰미에 걸고
헐거운 등지느러미를 힘겹게 파닥이며 물살 높은 계단을
몇 번이고 멈췄다 갈지자로 오르는 등 꼬부라진 고등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