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0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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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벌써 3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처음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동향의 내과의사에게 도움을 청하니 골든타임이 4시간이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것입니다.
119차로 분당 S대병원에 도착하였으나 당시 코로나가 채 끝나기 전이어서 접수팀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때마침 일요일이라 당직의사로 하여금 수술실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 남짓 걸린다는 시술이 두 시간이 넘고 세 시간 가까이 되어도 끝나지 않아 문 앞에서 기다리는 식구들을 애타게 하였습니다. 세 시간 훌쩍 넘어서야 침대에 실려 나오는 당신. 숨 쉬는 모습을 보곤 “아! 살았구나” 쏟아지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뇌동맥 두 곳 중 한 곳을 뚫지 못하고 왼쪽 마비 반신불수 2등급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실로 옮기면서 보호자가 있어야만 된다기에 선뜻 내가 자처하여 당신을 맡았습니다. 간호사가 혼수상태의 당신을 앞에 두고 기저귀 가는 방법을 알려주곤 그대로 하라며 가버렸습니다. 의사소통도 안 되니 완전 돌덩이 같은 몸을 밀고 당기며 온 힘을 다해도 되질 않아 하는 수 없이 간호사를 불렀으나 다음부터는 바쁘다며 오지 않았습니다. 꼬박 3일 밤낮을 견디고 나니 몸살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아 속마음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2년 가까이 안양에서 병원생활을 끝내고 당신이 그렇게 오고 싶어 하던 집으로 돌아온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집으로 오면 금방 좋아져서 옛날같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에 부풀었지요.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져만 가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타들어 갑니다. 당신 나이 70이 넘어가는데 지금 서둘러 노력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 나아지기 더욱 힘들 것 같아 당신을 다그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틈만 있으면 TV 앞에 앉아 멍하니 졸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라는 나를 오히려 미워하기까지 하면서….
같이 병원생활 하던 환자 중에 상태가 좋아져 조기퇴원하는 환자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좋아졌느냐 물으니 눈만 뜨면 악착같이 움직이며 노력하였노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막무가내입니다.
지금 와서 깨달은 것은 물리치료사나 간호사가 1시간 치료해주는 것으로는 큰 효과가 없고 오로지 본인의 굳은 의지로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번에는 새벽에 당신 혼자 화장실 가기 위해 일어나다 갑자기 꽝 하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일어나보니 당신은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받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습니다. 급히 119를 불러 확인하니 다행히 머리 부분이 아니고 귀가 찢어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을 듣곤 안심은 되었으나 요양보호사와 부축하며 보름간을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아야만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점검 나온 사회복지사에게 보여준다며 혼자 움직이다 쓰러져 눈덩이 광대뼈에 피멍이 들어 한동안 고생을 하였지요.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많이 나아진 건 사실입니다. 기저귀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잠자리에 방수포와 수건까지 깔며 신경을 써야 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엄청 나아졌지요. 그러나 아직도 혼자 화장실을 못 가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입원하고 있던 A병원에서는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재활 운동을 시키니 운동량이 많았습니다. 당신도 따라서 열심히 하였지요. 재활팀장이 당신을 맡아 도수치료를 시키며 내년 봄에는 꽃구경 가도록 해주겠다는 말에 당신이 그렇게 기뻐할 줄 몰랐지요. 그 후로 틈만 나면 식구들과 동해안으로 여행 가자며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지요. 그때마다 나는 건성으로 당신 병만 나으면 갑시다 하며 받아 넘기곤 하였으나 어느 날 광고를 보곤 강원도 2박 3일 여행코스를 상의 없이 예약해버려 애들이 해약하느라 애를 먹었지요. 그렇게 아픈 몸으로 남 피해 주러 어딜 가냐며 애들한테도 핀잔 듣곤 허탈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분당 S병원에서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위해 안양 A병원으로 옮겼을 때 당신 걱정을 많이 하였다며 문병객들이 매일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걸 보고는 당신 참 잘 살았구나 생각했습니다. 뭐든지 좋게만 받아 넘기며 화낼 줄 모르는 당신이었습니다.
살면서 베푸는 정이 남달랐던 당신을 보며 많은 걸 느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짝 세 친구는 부럽소이다. 그렇게 한마음 친자매같이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을까. 친구 L이 당신을 지극정성으로 챙기는 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올 때마다 당신이 좋아하는 과일은 물론 하물며 내 반찬까지 챙겨줘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 따뜻한 정 두고두고 갚아도 못다 갚을 것 같습니다.
이제 당신은 그분들의 깊은 뜻에 보답이라도 하듯 빨리 일어나야 합니다. 살면서 나도 여러 번 수술하였지요. 허리디스크 뇌출혈과 전립선암을 수술하여 입원했을 때마다 당신이 옆에서 내 손을 잡아주며 밤을 세우지 않았소. 그런 당신 덕분에 내가 의지를 가지고 일어났듯이 당신도 일어나야 합니다. 옛날의 활발한 당신 모습으로 돌아오진 못해도 혼자 걷기만 하여도 좋겠습니다.
당신 하나뿐인 손주가 내년에 학교에 들어간다오.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손주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며 입가에 미소 짓던 당신 아니오. 올 때마다 장난감을 안겨줘야만 직성이 풀리던 당신 대학등록금은 꼭 당신이 챙겨주고 싶다던 그 약속 지켜야지요. 이제는 백세시대, 앞으로 10년만이라도 사는 것같이 살아봅시다. 당신 조금만 조금만 더 노력하여 내년 봄에는 식구들과 강원도 양떼목장으로 해서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동해안에서 차 한잔 나눌 수 있기를…. 불쌍한 사람, 사랑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