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0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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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맨 안쪽 햇빛도 닿지 않는
어둠 속에 꽃신 한 켤레
붉은 비단 위에 봉황 한 쌍 날개를 접고
금실은 첫날밤의 숨결을 놓지 못한 채
기다림을 박음질한다
내 생에 더 오래 품은 것은
신어보지 못한 꽃신이었다
꽃신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혼서지라는 것
종이 한 장은 가벼웠으나
먹빛 향은 무거웠다
이승의 인연 고작 3일의 언약은
혼불 되어 꺼지지 않았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날
장롱 깊은 곳을 열고 나온 혼서지
댓돌 위에 단정히 놓였다
꽃신을 신고 꽃잎 위를 걷는다
먼 길 끝에서
당신이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면
나는 이제 혼서지 꽃신을 신고
다시 시집가는 신부가 되었다
꺼질 듯 이어온 한 사람의 생이
혼불이 되어 영원 속으로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