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0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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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절벽을 펼친 뒤벼리* 초록 병풍
눈부시게 쏟아지는 남강문화예술회관 건너편
대나무 사이 붉은 열정의 장미 흘러 내린다
햇살 팡파레 품에 안은 오월의 숲
성난 바람이 새벼리* 모래 강가로 휘몰아치는 소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허공만 보일 뿐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다
굶주린 사자가 달려드는 벼랑 끝
온몸에 진액이 빠져나간 자리에 큰 상이 주어졌지만
나는 차 안에서 핸들을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오후 3시 미지근한 열기 흐르고
베토벤의 황제 선율에 목울대 뒤엉켜 입술이 닫혔다
그날 이후로 어버이날이 사라진 것이다
제비꽃 부케 해 달라고 응석 부린 날
고개 숙인 보랏빛 제비꽃 한 줌 안겨준
엄마가 보이지 않으니
어느 시인이 “사월이 잔인하다고 했을까”
당신 가슴속에 한참 안겨 있을 때의 온기
“잎이 떨어져야 내년에 새 잎이 나오제”
나의 귓바퀴에 도돌이표 매달아 놓고 떠나셨다
꽃집 진열대 뒷걸음질로 스친다
*뒤벼리, 새벼리: 남강변에 있는 벼랑 벼리는 절벽을 뜻한다. 뒤벼리는 뒷쪽 벼랑, 새벼리는 동쪽 벼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