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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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이 의식을 덮치고
꿈의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
정체 모를 놈이 달려들었다.
내 생의 소중한 것들을 앗아가려
검은 그림자가 숨통을 조여 왔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놈의 손목을 낚아챘다
놓치면 죽는다는 일념으로
뼈가 으스러지도록 움켜쥐고 버텼다
놈은 비명을 지르며 뿌리치려 했고
나는 온 힘을 다해 그 악력을 견뎌냈다.
사투의 끝, 놈이 내 손을 강하게 쳐내자
벼락 같은 반동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식은땀 흐르는 적막한 방 안
내 왼손은 여전히 무언가를 부술 듯
오른쪽 손목을 형틀처럼 꽉 쥐고 있었다.
아, 저놈이 바로 나였구나
나를 공격하던 적도, 그를 막아선 방패도
결국 한 몸뚱이 안의 뒤엉킨 그림자였다
내가 나를 의심하고, 내가 나를 할퀴며
지옥 같은 전장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구나.
손목에 남은 붉은 손가락 자국을 본다
밖으로 향했던 투쟁의 칼날을 거두어
내 안의 일렁이는 파도를 가만히 눕힌다
가장 무서운 적이 나였음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소리 없는 평화가 방 안 가득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