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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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슴지 않고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고단한 어깨 위에서 말라 버린
새벽이슬 바라보고 있을 적엔
저마다 지닌 그늘진 사연 짐작해 볼 수 있으리라
온몸 던져 그려 놓은 운명처럼 오고 간 사람들의 눈길 사이를 가로질러
신발 끈 고쳐 매어 동동거리는지
터 잡은 외로운 밤 지나와 한 번 더 불질러 보자는 아침 햇살에 둘러앉아
서슬을 세워 하룻날 시작하려 한 지금 이 순간
거친 숨결 도르며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앞날의 설계도 함께 있으리라
떠나간 자리마다 발자국의 두께만큼 사그라지지 않은 온기로 남았는 듯
더 먼 곳을 가리킨 한숨 같은 염원도 있었을 텐데 풀리지 않은 세상사 달래보기 위함일까
눈물에 씻기운 얼굴로 허공에다 내지른 주먹이 날 더할수록 미망에 빠질지라도
삶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란 걸
막다른 골목에서 적막을 깨우는 발걸음으로 떠돌다가
눈 밖에 벗어난 것들 이제라도 어루더듬어 고립의 늪에서 벗어나면 어떨까 싶다
흐르는 강물도 이따금 길을 잃으면
때를 기다려 물방울 하나 둘 다시 모으듯이
뒤미처 올 무기력한 마음가짐으론
가슴 저민 외로움 견뎌낼 수 없을 테니
제 힘 겨루려는 일들이 줄지어 몰려들지라도 숨 죽여 주저앉은 채 꽁꽁 언 손으로 손사래치는 후회 따윈 하지 말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