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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희망온도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 희망 온도를 낮추고 손가락 지문조차 집중하기로 한다비밀을 풀 수 있는 누군가 플러그를 푼다 내면의 보고서 메모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물 감염 될까 창문을 닫아 놓고 오염된 수평선을 끌고 시작으로 넘어간다벌레가 울고 꽃술이 울고 연인이 울고 실외기가 울고울음의 영역에는 맨땅이 부풀어 올라 무릎이 공중을 타고 논다 남녀 의 텅 빈

  • 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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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2024.9 68호 행복도 인생도 사랑이다

임이시여!당신의 만남이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었소당신은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인이었소사랑의 향기요행복의 옹달샘이요내 인생의 주인공이었소내 품에 안고 부부로 살면서도 모르고 살았소 사랑도 행복도당신 따라 하늘 길 떠난 뒤에야 알았소 홀로살이그리움과 외로움에 알았소보고픔과 서글픔에 알았소사랑이 행복임을 알았소인생이 사랑임도 알았소임이시여!당신이

  • 최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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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024.9 68호 호박꽃 사랑

호박꽃이 노랗게 피었구나꽃이 왜 저렇게 클까?꽃이 크니 열매도 큰가 봐!못생긴 여자 보고 호박꽃이라 하나호박꽃은 인자하고 풍성하여넉넉하게 보인다암수꽃이 이웃하여 같은 줄기에 붙어 있어 근친결혼을 한다벌은 꿀을 얻고자 중매쟁이가 된다 한 줄기에 붙어 있는 호박꽃 사랑! 형제자매간의 결혼이다근친결혼은 호적에도 올리지 못하도록

  • 전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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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2024.9 68호 아버지 전화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새벽잠이 깼다.지그시 뜬 한쪽 눈이 깜짝 놀랐다. 분명 발신자가‘아버지’라고 뜬다.돌아가신 지 3개월 만에천상에 잘 도착하셨다는 전화인가?비몽사몽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받으니 “애비야 이 전화 이제 죽여라”어머니의 추상같은 명령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차 조심해라, 약 사와라, 라면

  • 한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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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2024.9 68호 피에타(pieta)

하느님 계획하신 고난의 어린양성령으로 잉태하여 몸으로 낳으셨네 세상 방패로 하늘 말씀 전했으나조롱하는 불순종핍박하는 율법주의십자가에 매달았네 어린양 매달았네 피 흘린 육신 아들을 품에 안고하느님 자비를 베푸소서아들의 고난을 위로하소서성모님의 기도 슬프네간구하며 순종하는 고요한 슬픔에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할례받

  • 정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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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2024.9 68호 도선사 범종각(梵鐘閣) 앞에서 —범종의 고백

내 운명은 울어주는 것내가 울어서고달픈 중생의 마음이 편안해지고내가 울어서중생이 짊어진 짐 가벼워진다면나는 천 년이고만 년이고 울겠습니다.내 운명은 두들겨 맞는 것아침저녁으로 두들겨 맞고소리 내어 울어서세상의 갈등과 고통이 사라지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면나는 천 년이고 만 년이고두들겨 맞고 울겠습니다.마음껏 소리 내어 웃으며 울겠습니다.

  • 이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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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2024.9 68호 성냥갑 속의 성냥들

붉은 띠를 두르고촘촘히 서 있는 성냥개비들터지듯이 머리를 치켜들고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침묵하는 외침들거리를 걷다 보면성냥개비를 닮은 사람들 부딪치거나 부딪히면확,그래도 아직,난로 같은 마음이 남아 있어 안으로 다독이며따뜻한 안부를 묻는 사람들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람의 손길에 따라삶도 아름다운 불꽃이

  • 안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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