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를 이탈하거나 연착한 적이 없다 낮과 밤 품에 안고 광속으로 달리는 열차검질긴 중력을 털고직진하는 빛이다 지난밤 달빛을 안고 들어선 정거장엔 내일의 승차 시간이 묵묵히 기다리고 탑승은 눈뜨는 순서새치기할 수 없다 탑승권 유효기간은 승객마다 다르지만 구매한 편도권은 결코 물릴 수 없는 길 가끔
- 김석인
궤도를 이탈하거나 연착한 적이 없다 낮과 밤 품에 안고 광속으로 달리는 열차검질긴 중력을 털고직진하는 빛이다 지난밤 달빛을 안고 들어선 정거장엔 내일의 승차 시간이 묵묵히 기다리고 탑승은 눈뜨는 순서새치기할 수 없다 탑승권 유효기간은 승객마다 다르지만 구매한 편도권은 결코 물릴 수 없는 길 가끔
TV 화면, 열 살 꼬마가쓰러진 어미, 살리네119 응급 전화하고 어미 배 위에 올라가슴에 두 손 올려 누르네호흡 맞춰 가슴 누르네 119 도착 병원에 이송 생명 살아나고어미의 정(情) 가득한 시선어린 아들 품에 껴안네 인간의 진실 향해 쏟는 노년의 부러운 시선
좋은 일 들어와도안 좋은 일 들어와도 편식의 풍경으로둥근 세상 품고 산다 가슴에담아 두는 일빈 것 그냥 좋은 일
사람이 함께하던 한 길가.공사장의 쿵쿵대는 소리와 빗물 냄새가 함께했다. 거리마다 위치한 세월의 흔적 남은 가게들. 그중 한 중고서점이 눈에 띈다. 아침이라 빨개진 코와 손 비비는 서점 주인, 의자 하나 놓이는 공간에서 자기 자리를 지킨다. 여러 주인을 만나고 이야기를 전해주던 책들은 서로 인사하며 요양을 하고
길고 긴 겨울을 이기고하이얀 웃음을 터뜨리며봄소식을 전하더니야속하게도하르르 꽃잎이 금방 떨어지다 “하얀 꽃이 져야빠알간 앵두 열매가 열리지”“그래 그래”앵두꽃이 전하는 말에그저 고개만 끄덕끄덕
푸른 바다를 박차고 솟구친 검붉은 태양이 익살스럽게 ‘사랑한다’라고 허공에 외치니고요한 새벽이화들짝 놀라 동그랗게 눈을 뜬다 꿈결처럼 흘러들던 어젯밤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침 햇살에 물든 연분홍 구름 한 조각에 스며들어목마른 귓전을 간질인다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텅 빈 마음, 사랑 한 줌에 녹이려니심술궂은 바람이떼구름
서해의 별 한 점 함박도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사연애달픈 인간의 운명처럼 눈물겹다 조선시대 교동군과 연안군이 자기네 땅이라며 데모로 해가 뜨고 해가 졌다지일제강점기엔 조업분쟁 태풍처럼 일어났고분단시대 조개잡이 어민 112명 북한군에 끌려가자 눈 감은 채 지켜보았지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 97번지 주소를 갖고도 북한군 군사시설로 철의 장막이 된 곳&n
광야로 광야로 날아라높이 더 높이날다가 지치면 네 몸이 닿는 곳거기가 고향이다너는 자유를 지닌 나그네가장 깨끗한 영혼을 갖은 물음표다 허공 아래 숨은 깊고무심한 듯 날개를 버린다양지를 내어주던 날얄팍한 깊이에 제 육신을 묻고앙다문 채눈물 나게 몸피를 불리며 뜨겁다사는 일이 세상에 던져진 눈물 같아서 티끌 같은 존재로 거기 움트는 거다&nb
초목은 밝은 햇살을 받아 튼실하게 자라지만인간은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튼실하고 성숙하게 자란다 봄 가을 아버지의 그늘은 선선하면서도 포근하고삼복더위 여름철엔 느티나무 그늘처럼땀을 식혀주듯 시원하다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에는 굼불을 뎁혀 구둘방 아랫목처럼 따끈따끈한 그늘을 만들어 주신다 어머니의 그늘은 늘 따뜻하고 포근한 그늘이라면
2월 빙점 박차듯 눈보라와 맞서다가검은 바다 파도 날에 울컥울컥 베어졌네 벚꽃 핀 영산강 길을 칠순 절반 잘라 걷네 힘들면 놀다 가고 지치면 쉬어 앉고눈흘긴개나리그눈빛좀빌려볼까 철쭉꽃 멍울을 딛고 노랗도록 재촉하네 애틋한 길 돌아돌아 달려서 당도하네 “칠순 길 봄날이다” 노교수 말을 따라 화려한 자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