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날엔선소 바닷가를 찾아가리방파제를 쌓다손가락을 베어버린동백의 상흔처럼먼사랑의 그도낯선 바닷가어느 곳에서나처럼하얗게 머리칼이세어 가겠지가로등에 비치는얼굴을 들어이제는 마모되어버린옛 이름을 부르다망마산 기슭하얀 파도 속으로걸어가는 벅수.
- 권영기
겨울비 내리는 날엔선소 바닷가를 찾아가리방파제를 쌓다손가락을 베어버린동백의 상흔처럼먼사랑의 그도낯선 바닷가어느 곳에서나처럼하얗게 머리칼이세어 가겠지가로등에 비치는얼굴을 들어이제는 마모되어버린옛 이름을 부르다망마산 기슭하얀 파도 속으로걸어가는 벅수.
검은 사각장난감 같은지갑처럼 수첩처럼손안에 쏙 들어와 좋은 네가언제부터인가영리했던 나를바보 멍청이로 만들기로 작정했는지 누르기만 하면알아서 척척 해결할 테니걱정하지 마란다.그러다 보니이젠 너 없이는심심하고답답하고불안하고정신이 빠져나간 것 같아 멍해진다.이러니너를 가지게 된 것이행운인지기회인지후회인지는 모르지만누가 뭐라 해도 소통의
사람은 저마다 상(相)이있다굳이 말하지 않아도얼굴이 말해 준다세월이 만든 흔적여러 타래의 주름좋든 싫든 내 얼굴이다그래도 나만이가지고 싶은 얼굴 있어오늘도 거울 앞에 선다화장 반절하고구겨진 마음 펴보고히죽이 웃어 본다거울 앞에 설 때마다조금씩 나를 닮아 오는 상언젠가는 남기고 갈 내 얼굴이다
관심과 파장이 드세게 밀어 닥치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조금 차갑기는 하지만 그런대로소통이 순조로운 듯거부감이 없다발을 내디딜 때마다 밟히는황토흙의 입자들발바닥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부드럽게 해준다언제부터였더라내 생각의 전두엽을 짖눌러 대던고집스러움,다 내려놓기로 한다버릴 건 버리고 채울 건 채워서맨발걷기로 나와소통하기로 한다.
주름진 나이테성스러운 자애로움은만세의 하늘을닮았습니다기인 항로미로에 서서시간을 채찍질 가끔 꿈길에서 어머니를 뵙습니다우리 어머니품 안에 안기면 아유그리운 젖 냄새 나는 아이가 되어동실동실뽀얀 하늘로 둥둥 떠갑니다어머니 어머니우리 어머니나는우리 어머니가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산다는 것도죽는다는 것도각기홀로 견디는 것이다이 가을 떨어지는 나뭇잎조차 제각기홀로 떨어진다삶이 홀로 태어나아무리 서로 서로사랑한다 해도나뭇잎들이 우수수지는 모습을 보라떼로 떨어지는 것 같이 보여도 결국홀로 땅에 닿는 것산다는 것도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 씩내딛는 것그대여잠시라도우리 서로 손을 잡고 걷지 않겠는가그대의 외로움이내 곁
좋았던 날들도 있었지서럽고 외로운 날들이 더 많았지문득 살아온 날들 헤아려보니금세 그리움이 밀려들어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속절없는 시간 붙잡고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며 한 십 년쯤꽃 피는 봄날을 볼 수 있을까 언감생심한 치 앞도 모르는데과한 욕심 아닌가그래도 욕심 한번 내볼까.
욕심내서 쓰이고자 함이 없으니속을 채워 뭣 하나,항상 푸르르면 족할 것을고운 단풍 시샘하랴.천 년을 묵었어도 바랜 데 하나 없이 단청 입어 고운 절집에 내려앉은푸른 그늘이나 되어야지.속은 비었으되,꺾일 일 바이없고옹이질 일 안 했으니굽혀 사죄하겠는가.낮은 데로만 흐르면서물빛 맑은 강이 되듯사는 일 순리에 맡겨두고그리운 이나 기다리는 석상이면 어떠리
태자릴 비껴서도 마지막 안식을 챙겨줄 보금자린 어차피 숲이었다밤낮을 가리지 않고 천둥이 요란해도 일체의 연기(演技)는 조물주의 각본대로 보장되겠지만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은 공간, 비어 있지만 너그럽고 풍요로운 듯 바람조차 강물처럼 여유로웠다. 휴식이 엄습해도 기다렸다는 듯 사계(四季)가 객처럼 번갈아 기웃거리고 불개미 몇 마리 부패
하나의 사물을 보고 자신의 단점을 깨닫는다면 그것은 놀라운 변화 다. 단점이란 타고난 성격이다. 선천적인 고정관념의 하나다. 분명히 고치면 좋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질 못하고 산다. 그만큼 어려운 것 이 성격적 요인이다.나 자신도 그런 단점이 많다. 대부분 장점보다는 많은 단점을 갖고 살아간다. 문제는 단점을 단점이라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심지어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