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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산으로 오르는 초입에는 세 갈래 길이 있다. 그중 두 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산으로 가는 조붓한 자드락길로 이어지지만, 다른 한 길은 산비탈 아래 드문드문 집과 밭들이 펼쳐지는 산책길이다. 밭둑에 서 있는 비파나무에서 비파가 노랗게 익어 가면 몇 개를 따먹으며 걷기도 한다. 나는 이 세 갈래 길 중 두 길은 익숙하게 여러 번 다

  • 신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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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제사상을 차리며

종일 주방에서 잔걸음 치는 날이다. 집안을 치우고 시장을 미리 봐두었어도 아침부터 분주하다. 먼저 타놓은 녹두는 물에 불리고 보온 밥솥에는 엿기름물을 걸러 고슬고슬한 밥에 섞어서 삭인다. 밤도 까서 물에 담그고 제기도 닦아야 하고, 시아버지님 제사상 차릴 일들로 하루가 꽉 차 있다.2대 독자와 결혼한 나는 제사는 모른다고 손사래 쳐 봐야 어차피 제사를 물려

  • 송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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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유둔재 마을

설이 가까워 오면 부모님 선산을 찾아 나서는 일이 퇴임 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왔다. 모레가 설날이니 몸을 깨끗하게 씻고 돌아가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대중탕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들도 나처럼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하고 경건한 자세로 새해를 맞으려는 자세일 것이다. 다음 날 전남 담양으로 내려가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날씨도 따뜻하여

  • 이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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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사람이 아름다워 보일 때

‘아름답다’는 말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 미적 감성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 말을 하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사람들은 마음이 외로울 때 아름다움을 찾아 편안함을 얻는다. 예쁜 꽃과 새들이 있는 풍경을 찾아 힐링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친구에게 장미꽃

  • 서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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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그리운 사람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무엇이든지 받아 주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햇살이 퍼지는 날이나 구름 낀 날에도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겨 주던 사람, 그 사람은 어머니다.어머니 하면 왠지 시울이 뜨거워진다. 곁에 있을 때는 살갑지 않았던 자식의 때늦은 후회다. 그 후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그러면서 살아생전에 자

  •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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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홍 여인

아마도 그녀는 그 당시 오십 중반은 되었겠다.그다지 친해질 여유도 없이 늘 안개 낀 영업장의 하루살이란 막차 탄 인생들이 모여 이런저런 아픔들을 행여 남에게 들킬세라 둘둘 말아 단 속곳 깊숙이 넣어 둔 채 직함만 왠지 힘겹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만 같은 얼굴이 늘 누렇게 떠 있는 사내의 교육이랍시고 늘 반복해서 듣는 거로 시작되는 사람 잡는 소굴이라는

  • 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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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수필의 다양한 형식

[기획연재]수필 창작과 이론8 수필의 범위가 워낙 넓고 그 형식이 자유롭고 구속성이 적기 때문에 서간문이나 일기문, 전기문, 기행문뿐만 아니라 신문의 사설이나 논설, 시평이나 같은 것들까지도 넓은 시각에서 수필의 범주에 속한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수필의 요건과 특성 및 문학성과 예술성을 갖추어야 진정 수필이라 할 수 있다. 하지

  • 이철호수필가·한국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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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종이 위는 우주보다 넓다

학교 강당 앞에는 꽃다발을 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나도 오랜만에 대학의 입학식 대열에 함께한다. 이어 귀여운 손주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간다. 대학교에 입학하는 사십 대 이상의 신입생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의 표정은 비슷하다. 마치 꿈과 희망을 잔뜩 품은 새싹처럼 보인다. 생동하는 그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내 기운은 왜 이렇게 바닥으

  • 이은희(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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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사슴의 울음

하나씩 내려놓을 나이가 됐다. 현직에서 물러나 이름 없이, 그저 가끔 얼굴 보고 밥이나 먹자는 모임이 하나 있다. ‘무명회(無名會)’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 내가 뭐를 했습네 하고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명함에 적혀 있는 이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려 한다. 어릴 때부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을

  • 김윤희(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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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로라의 정원

소문나지 않은한적한 옛길산모퉁이 돌아서 찾아든고즈넉한 찻집에서 창문 비집고 들어오는솔빛 햇살에 비치는수심 깊은 그대의 호수에내 마음 던지고 있네 스치는 바람소리 휘돌아풍경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듯포근히 감싸고 흐르는 음악은먼 훗날에도보랏빛으로 아름다울까 여기 이대로 머물다 눈이 쌓이고봄눈이 녹고연둣빛 새싹 돋으면작은 소망

  • 이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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