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낙타는 열두 달을 꼬박 모래바람으로 연명하면서도 이따금 쌍봉 열고 꺼이꺼이 운다는데, 그렇게 쏟아낸 울음 냄새로 타오르는 갈증을 한소끔씩 식혀준다는데, 여기는 쌍봉 없는 낙타들이 말라붙은 혓바닥으로 심호흡하는, 도심 속 비탈길. 아니, 그 많던 조향사들 어디 갔는가? 온몸에서 진동하는 갈급을 남김없이 모아서 쌍봉의 울음 냄새와 똑 닮
- 김선아(서울)
사막 낙타는 열두 달을 꼬박 모래바람으로 연명하면서도 이따금 쌍봉 열고 꺼이꺼이 운다는데, 그렇게 쏟아낸 울음 냄새로 타오르는 갈증을 한소끔씩 식혀준다는데, 여기는 쌍봉 없는 낙타들이 말라붙은 혓바닥으로 심호흡하는, 도심 속 비탈길. 아니, 그 많던 조향사들 어디 갔는가? 온몸에서 진동하는 갈급을 남김없이 모아서 쌍봉의 울음 냄새와 똑 닮
충성으로 평생을 허비한 개가슬슬 주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한때는 갖은 아양을 다 떨어온몸을 비비 꼬며온갖 애교로 주인의 귀염 더미에 깔렸었는데 눈곱이 비치기 시작하고조금만 움직여도 혀를 길게 늘여끈끈한 점액을 흘리기 시작하면서부터주인이 관심을 거두고발길질이 잦아지는 푸대접으로뒷전에 밀려 꼬리를 푼다. 인심을 눈치 챈 늙은 개
매일 아침 그는스크린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신문 대신 펼쳐지는 이야기,삶의 리듬은 드라마 대사처럼 흘러간다 차곡차곡 접힌 하루순서대로 정리된 대본처럼단단히 엮어낸 일상으로드라마틱한 삶을 꿈꾸지만,긴장과 눈물이 흐르는 이야기에자신의 하루를 포개며일상이라는 대본을 써 내려간다 아침 햇살처럼 부드럽고때론 드라마의 전환처럼 격렬한 그의 하루는누군가
기대희망바람돌탑에 바라는 게 뭘까. 지나는 이속마음까지 하나하나 가지런히 쌓아진 돌탑기대일까, 희망일까.어떤 마음이 서려 있을까. 길가에 있던 작은 돌이젠 소원을 풀었다.사람 손에 안겨 가지런히 올려졌다.지나는 뭇사람에게도 희망을 전해준다.
혼자 간직한다는 것쉽지 않다첫사랑 이야기도 묻어두면 내 것이지만발설하면 그 감정은 사라져버린다 헤프게 말하지 말자혼자 가질 것이 없어진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가지고 가는 작은 돌멩이가 있다여행을 할 때는 창가에 앉는다나라 걱정은 안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꽃이 피면 마음이 설레고바람이 불면 따라 가고 싶다 햇빛은 내가
아득히 높은 전망대또렷이 사방 끝까지 보이고해질녘 구름 돌아오는 집들아침에는 새들 날아든 뒤 공원산하가 눈에 가득 들어오는데앞바다 한없이 넓어 보이는구나! 푸르고 푸른 골짜기 나무겨울도 여름도 항상 같고해마다 비바람과서리와 눈보라 만나는데계절을 모른다고 누가 말하랴? 세속의 말 물리도록 들어새 친구 사귀러 가려 한다산속 마을에는 담론 잘
거울 속 익숙한 패턴처럼매일 아침 반복되는 작은 의식발끝에서 다리 엉덩이까지거미줄처럼 투명한 가는 실로터질 듯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오늘이란 무늬를 짜기 위해느슨하게 풀린 나를 조인다 걸을 때마다 물결 짓는 파장경계와 도발을 넘나들면서누군가의 시선과 뜨거운 욕망숨결같은 얇은 막으로 가린 채밤이면 하루의 굴곡을 기억한너를 벗으며 나는 가벼워지고남은
형산강 제방 둑에서 바라본 포항제철웅장하고 거대하다좁은 형산강을 마주 보고서 있는 쭉 이어진 고로들교대시간이면 자전거 부대의 이색풍경그것은 강변 근처에서 학원 강사 때의 일이다눈을 잠깐 붙이고 낮잠을 자고난 뒤의 상쾌함이랄까모래바람이 몰려오는 황무지 몰개월에거대한 제철공장이 이렇듯 세워지고철판을 생산해 낼는지 누구인들 알았으랴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 없는 시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누가 모르랴어제가 옛날이니세월은 빠를 수밖에 세월을 붙잡아 준다면천금 만금을 주고도 살 사람이부지기수로 많고 많을 터인데 이 세상에서아무리 힘센 장사도 과학자도붙잡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니 두어라 세월 따라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살아가는 것이 인생사인 것을.
이 앙증맞은 조그마한 발자국은어디에서 와 어느 시대를 건너간역사인가 찰진 황토에 또렷하게 새겨져삐뚤빼뚤 여기저기 길을 낸산만한 흔적들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는이 발자국들을 되밟는다 어느 발자국이나 제 역사가 있어,나름의 무게가 있고발끝 향하는 곳으로 길은 나기에오늘 이렇게 남기는 족적은 또누구를 부르는 이정표가 될까 차마 미끄러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