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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시대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려고

내가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고고의 울음을 터뜨린 날 서울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을 고려대학교에서는 ‘4·18 고대생 피습의 날’이라고 부른다. 시위를 마치고 종로4가 천일백화점 앞을 지나가던 고대생들을 구타하라는 깡패 두목 신도환과 임화수의 지시를 받은 대한반공청년단 소속 동대문패 화랑동지회의 폭력배들은 각목과 자전거 체인 같은 것을 들고 몰려와

  • 이승하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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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얼룩말 나마

얼룩말 나마가 엄마 얼룩말의 어깨에 바짝 기댔다.“엄마 건강해야 해요.”“그래야지. 곧 나아질 거야.”엄마는 수개월 전부터 몸이 쇠약해져 갔다. 동물원 사육사는 엄마가 좋아하는 당근과 사과와 고구마를 듬뿍 주었지만 한 입 먹고 혀로 밀어냈다. 옆에서 엄마의 행동을 지켜보던 나마가 눈물을 흘렸다.“음식을 더 먹어야 회복되어요.”엄마가 고개를 간신히 끄덕였다.

  • 최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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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석호의 다짐

“엄마, 저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석호가 엄마한테 말합니다. 학교에 갔다 와서 숙제하느라 집에만 있었더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밖의 일들이 궁금합니다.“그래 알았다. 나갔다 오너라. 어디에 갈 건데?”“산에도 가보고, 바다에도 가보고, 또 우리 학교에도 가볼까 해요.”“어디에 가든 몸조심하고. 해가 지기 전에 꼭 돌아와.” “예. 알았어요.”석

  • 강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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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죽령터널

소백산 터널을 통과하는 중앙선에 고속으로 달리는 KTX-이음(EMU) 열차가 생긴 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기관사 조기철은 고속열차 조종간을 잡은 지 10년이 지났다. 중앙선 철길을 달린 10년의 광음도 지나고 보니 잠깐이었다. 기철은 고등학교 때 물리학에 관심이 있어 대학에 진학하여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가정 형편상 취업이 잘되는 철도대학에 들어

  • 안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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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모자 쓴 자화상

1나이 들면서 필수품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내 경우엔 모자다. 사철 모자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백발을 가리는 것이다. 겨울에는 보온의 이유도 적지 않다. 뇌졸중의 가족력 때문에 겨울철에 딸에게서 떨어지는 ‘찬 공기 주의령’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노년의 패션으로 모자를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런 것은 내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백발을

  • 박철호(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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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북한산 보살

2004년 어느 봄날 서강대학교를 찾았다. 지혜가 여기에 서 근무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막상 지혜를 만나는 순간 상실감이 밀려왔다.흰 가운에 위생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영락없는 영양사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냥 학생식당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커피 한 잔 할 수 있다며 그를 휴게실에 안내하였다.그를 빤히 쳐다보며 실망하느냐고

  • 이정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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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환승역에서·2

죽음을 아는가?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숨이 끊긴다고 그 사람의 혼이 육신에서 나와 바로 휙 하고 천당 혹은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승과 이별하는 혼도 다음 생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지. 불교의 윤회를 얘기하는 것이냐고? 노. 불자도 아니고 교인도 못 되지만 적지 않게 살아왔던 인생 짬밥으로 그 정도는 알고 말고. 지구 생성

  • 박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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