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광풍(狂風) 스쳐 허리가 꺾일 때도 아프단 말 못한 채 기진맥진 드러누워 눈물은 나의 일생에 사치라고 여겼지 바람 불어 슬픈 날도 다함께 춤을 추며 운무가 오름 위로 스치듯이 내민 손길안개 속 흐느끼면서 지친 몸을 떨었고 검은 머리 새하얗게 횟가루 날리도록심장을 쓸어내며 가슴 졸인 긴 세월들오늘도 손에 손
- 한휘준
비바람 광풍(狂風) 스쳐 허리가 꺾일 때도 아프단 말 못한 채 기진맥진 드러누워 눈물은 나의 일생에 사치라고 여겼지 바람 불어 슬픈 날도 다함께 춤을 추며 운무가 오름 위로 스치듯이 내민 손길안개 속 흐느끼면서 지친 몸을 떨었고 검은 머리 새하얗게 횟가루 날리도록심장을 쓸어내며 가슴 졸인 긴 세월들오늘도 손에 손
해 지면 돌담 너머날 부르는 너가 있어단전에 머무르던 부끄러움 살풋해져열리네열어도 될까?온몸으로 되묻는 너 있는 천국에서나 있는 지옥까지그 사이를 넘나들며 까맣게 태운 연심 행여나너 안부 듣고저 흔들리며 서 있는
곤쟁이 퉁퉁마디 아침저녁 챙기면서군함을 삼키고도 트림조차 않는 배포지구촌 온갖 시름을 넓은 품에 쟁이다 언제나 뒤척이고 한숨짓고 몸부림치다태초의 말씀으로 얼굴 가린 종교로 우뚝성엣장 때로 몰려도 다 녹이는 해조음
창고 안으로 날아든 새 한 마리철없이 허공을 배회하다가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걸 깨닫고는 그만 길을 잃었다사방으로 막힌 벽에 좌절하고날개 파닥거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창 너머 드맑은 하늘을새는 엉겁결에 보았던 것이다그러나 빛과 어둠 사이에는투명한 유리가 벽처럼 막혀 있어새는 딱하게도창에다 머리를 쿡쿡 치받기만 하는데 한 날의 종말은
함께 지내온 48년 세월후회와 회한으로 얼룩진 자국당신이 내게 준 따뜻한 마음언제나 나를 보듬어 주었고우리네 둥지를포근하게 만들었다오 세월과 함께 누운 베갯머리에당신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땀과 눈물로 촉촉이 스며들었구료 세상은 큰 바람 일어 어지러운데날개 접는 철새 고향 찾아 떠나려저마다 일찍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오 이제 남은 시간
툭현무암 위에 붉은 꽃송이 떨어진다동백잎보다 푸른 나이에 먼저 떠나간친구의 머리맡에 달려 있던붉은 꽃 수혈 주머니 청치마 사달라고 떼쓰던어린것 두고어찌 안타까이 동백꽃 되었나 떨어진 꽃 동백은수많은 기억 중에청치마 그 아이를 찾아내고무심히 흘려버린세월을 돌아보게 한다
바람 부는 날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다모래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사라지는 파도는문명의 기억을 수업 중이다 거대한 물결이 책장을 넘기면바닷속 미생물의 숨 고르는 소리가 들린다그는 딴청 부리며 밖으로 나갔다가철퍼덕 철썩철썩 훈육의 소리도 크다칭찬받은 몽돌은 자갈자갈 글 읽는 소리와스르르 스르르 말없이 필사하는 하얀 모래알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의
산에 들에도내 작은 뜨락에도피고 지던 주황빛 얼굴에까만 주근깨가 어여쁜귀여운 참나리 해변가 찻집에서창문가 기웃대는 사슴꽃 반갑게 웃어준다 파도 소리에 엉킨웅성거리는 기억 한 자락 아련히 떠오르고 한여름 그리움으로꽃 피운 참나리추억 어린 색채로 덧칠한다
어제 나비가 벗어 놓은 고치 속으로나는 뒤꿈치를 들고 들어갔네 하얀 달 하나를 만들 때까지암실에 갇혀문장들을 한 가닥 한 가닥 뽑아냈네 어머니의 기도녹이 슨 거울을 보드랍게 닦아주니 슬픈 줄무늬 나비가 눈에 비쳤네 문장이 끊겨 이어지지 않을 때명주옷 걸쳐 입고달잠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기도 했네 끊임없이 달빛을 풀
계양산 정상을 바라보니 멀고 높게만 느껴져 선뜻 출발이 내키지 않았다 나서니 금방 산에 접어들고금세 땀에 젖고 힘이 달려 푹 주저앉고 싶었다 잠시 쉬는데차가운 기온에 버티며끝내 분투하는 단풍잎이 눈에 들어오고 곱게 빛나고 있었다 과자 음료수로 깊은 호흡으로 충전하고 다시 가파른 능선을 올랐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