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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빵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손댄 순간 포장 비닐이 스피치처럼 짖었다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크게 보니빵은 똬리를 틀고 있었다먹어야 하고 먹히지 않으려 하는 뜻이 대치한다먹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요리조리 궁리하고행동에 조신을 더한 것이 되레 무섭다빵 앞에서 예민한 똬리가 알아채지 못하도록소리 없는 강물같이 긴장해야 한다강렬한 욕망이 앙칼지게 버티던 것을찰떡같이 달라붙어 비닐 귀를 뚫었다

  • 조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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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작약꽃

오월이 오면 붉게 내리는 눈물 푸르름 등에 업고 어여쁜 옷 장미의 계절이라 했던가붉고 소담스럽게낯빛을 드러낸 너의 속살 향기 잉태하는 널 보고 알았지하늘 향하는 노란 시선속살 안고지는 노을에이슬 담은 그리움의 눈물 작약꽃 초록 잔디의 신선한 향기푸른 사랑 넓은 가슴동양의 미소 작약꽃이 아니던가 달그림자 머무는 곳달빛에 물들어 노을빛엔 그리움에 스며드는 사랑

  • 오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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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어머니의 굽은 등

어머니 등에 누운 산 그림자 온종일 업고 다니며자식 사랑 온몸으로 다독여 허리한번펴지못한고달픈삶오 남매에 이어두 손녀 업혀새근새근 잠자던 포근한 등 흐르는 세월 이기지 못하고아흔 고개 능선 넘으신 어머니 서산 해 기울면 뉘엿뉘엿 저물어 어머니 등에 내려앉은쓸쓸한 산 그림자자식 떠난 빈 둥지 지키며 공허한 마음 어둠에 걸어두고 홀로 잠자리에 누운 고독한 숨소

  • 정명숙(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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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물안개가 핀 동화나라

물안개피어오르는 바이칼 호수의 아름다움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른 물이 흐려지며 자욱하게 핀 물안개햇빛이 비치면 물방울이 반짝이는 세상에 신비한 아름다운 광경바이칼 호수의 물안개는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물안개 속동화의 나라에황홀한 궁전처럼 빛나는 물의 환상세상 속 멋진 배경 물안개 자욱한바이칼 호수의 파란 나라 어느새 공주가 되어…

  • 이승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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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소멸

시간의 문은 여닫이가 아닙니다단두대의 칼날처럼 위에서 아래로 닫히지요 문이 조금씩 닫힐 때마다툭투둑투두둑눈가가 허물어집니다죽을 힘을 다해 눈물을 삼켜 봅니다 메마른 가슴이 거부합니다목울대를 서성이던 불안한 눈물이 밖으로 쏟아집니다 허물어진 눈가가 어쩔 줄 모릅니다칼날은 쉬지 않고 내려옵니다완전했던 풍경이 시간의 뒤로 날아가고 조각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닫

  • 이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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