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5.3 70호 청청거목(靑靑巨木)

거대한 산에 청청히 서 있는나무 한 그루푸르다어느날푸르듯 기어오른뼈대 없는 줄기청다래 이름을 가장해청청거목 머리 위에 서서거목의 목덜미에 머리채 잡듯온 힘 뱉어낸다 청다래 이름 빌어 푸르다지만누구도 알 리 없는 엉킨 실타래일 뿐햇볕 창창한 날푸른 잎들 시늉한 치마 펼쳐들어큰 나무의 등줄 타고 올라거대한 빛 가리려 하나 가을 겨울이 오는 진

  • 노해임
북마크
165
2025.3 70호 인생 별곡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지난 추억은늘 그대로 마음에 담겨 있는데세월은 우리의 모습을더덕더덕 변화시켜 버린 생의 무적 까맣고 덥수룩하던 머리카락이이젠 세월에 바래버린 반백가뭄 들녘에 타든 식물들마냥 듬성듬성거울에 비친 머리숱을 보며어찌 인생이 허무하다 하지 않으리 훨훨 날아가 버린 시절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우리 아이들이그때의 우리들

  • 김순옥(부산)
북마크
143
2025.3 70호 지나다라는 말은 잡식성일까요

풀밭을 문 뚱카롱 슬리퍼 두 짝몇 발짝 못 가노랑 장화가 모로 엎질러지는데요장맛비에 주저앉은 약속뒤끝 있는 장화는굽히지 않는 빗물 대신눈물 한 덩이 굽혀기어코 언덕을 올라가는데좀 봐 달라는 당부인 듯빈속 내보이는 임대 점포 지나침묵으로 답하는 눈길 지나오후 여섯 시를 몰고 가는남색 오토바이 지나장화 신은 먹구름이 꽃구름을 물었네요꽃구름 속에 숨은 마카롱자몽

  • 최애란
북마크
139
2025.3 70호 마을버스

나무 의자에 노인들만 멀뚱멀뚱 앉아 있는 정류장에서낯선 동네의 이방인처럼 버스를 기다린다 도착한 버스 속에는 노인들뿐,고개를 돌려가며 젊은이를 찾았으나 보기 어렵다 노인들의 밭은기침 소리를 들으며살아 있는 것이 왠지 눈물겨워 숨소리도 죽인다 버스 창 너머 멀리 보이는 앞산 어디쯤한 줌의 흙으로 어느 순간 세 들 것만 같다 

  • 김희진(양산)
북마크
140
2025.3 70호 우리는 이별하지 않는다

가을은 겨울에게,나는 너에게,시작은 끝에게,누가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다. 흔들리다 떨어져 뒹구는 잎에 시선이 간다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은노을빛 너머 호숫가에 붉은 눈물 되어 흐르고흐릿해지는 머릿속은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설레임 속 뜨거운 입맞춤은 어느 순간원망과 후회로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외로워 바스락이는 낙엽을 긁어 모아 태워봐도,

  • 황인호(제천)
북마크
153
2025.3 70호 내리는 눈 속에 숨은 봄

같은 사물을 볼 때도나이에 따라 감상하는 관념이다른가 보네. 가령마냥 슬프던 일이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르던소녀 시절엔눈 내리는 풍경을 보면서하늘의 슬픔이눈으로 풀려 나온다고 생각하며내 가슴의 슬픔은언제나 눈과 같이 풀려 나올 것인가눈물짓던 낭만이었는데. 이제마른 잎의 황혼이 되어눈 내리는 풍경을 보면물론 아름답기는 하나사계절 따라겨울이니까

  • 장인숙
북마크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