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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모더니즘에서 하이퍼모더니즘까지

나의 비평 활동은 이상(李箱), 김춘수, 김수영 이런 시인들의 작품과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비평 활동 이전에 시 쓰는 일이 먼저였던 나에게 일찍이(고교 시절) 충격으로 다가왔던 엘리엇의 장시「황무지」, 사르뜨르의 소설「구토」, 이상의 시와 소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의사 지바고」등이 문학에의 불을 지폈다. 중학교 시절 시골까

  • 조명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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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길 위의 집, 서창(西窓)이 달린 골방

예술로서의 문학작품은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한 이는 엘리엇이다. 엄밀히 말하면, 독자를 위한 문학 비평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비평에 대한 회의론(懷疑論)이나 무용론(無用論)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호론과 소통이론 등에 힘입어 가며 여전히 그 일을 해 오고 있다. 어차피 언어(문학언어)는 그 자체가 일정한 의미나 고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불변

  • 조명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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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왜 문학을 하는가

작품을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는 하나의 의식이 되어버렸다. 문학사를 통해 변해 온 이 질문은 모든 문학인에게 적용되는 덕목이다.그런데 우리 문인은 한 번쯤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흔히‘작품이 말해준다’고 한다. 각종 문학 미디어에 발표된 작품들을 보면 이 질문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

  • 강경호문학평론가 ·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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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 66호 봄바람에 천리를 가다

1봄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봄의 첫날, 3·1절은 국가기념일이기도 하지만 내겐 개인적으로 나의 친조부 민세 안재홍의 기일이기도 하다.“때와 곳, 시간과 공간, 역사와 향토, 20세기 오늘날에 조선인으로 되어있는 천연(天然)의 약속, 출생과 인과(因果), 즉 시(時)와 공(空)과 고(故: 왜? 무엇을 하려고?)에 말미암아서 내가 살고, 생각하고, 일하고,

  • 안혜초시인·한국문인협회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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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범도

 사진 왼쪽의 블라디보스토크 부두에서 하역 노무자로 일하며 무기를 살 군자금을 모았던 홍범도와 그의 부대원들, 「범도」의 사람들은 노을이 지는 오른쪽 해안선 너머 함경도를 바라보며 이 언덕 위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안중근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한 손으로 감아쥔 브라우닝을 내려다 보았다.“어디서 두 정씩이나 살 돈을 구했소? ”“이석산이

  • 방현석장편소설『범도』『당신의 왼편』, 소설집『내일을 여는 집』『랍스터를 먹는 시간』 『새벽 출정』『세월』, 창작방법론『이야기를 완성하는 서사패턴 959』등을 냈으며, 신동 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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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아련하고 슬펐던 긴 잠

머나먼 별처럼 아득하여 아름답고 아팠던 문학 이야기이다. 벚꽃잎 지는 저녁의 한숨 같고 낡은 풍금에서 나는 리듬같이 애잔하던 나의 시는 우체통을 서성이다 보내지 못한 한 장의 엽서처럼 아련한 슬픔으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며 싹튼 문학소녀의 꿈은 대학 입학 직후 백일장에서 차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게 되고 학보사 특

  • 강외숙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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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思母曲)

어머니의 첫 기일이다. 산소는 다행히 별문제 없다. 장마에 일부 쓸려 내린 부분은 지난 추석 성묘 때 손을 봐 둔 터였다. 잔디도 제법 잘 살아 있다.고향 집 담장 옆에 서 있는 감나무는 잎을 거의 다 떨구었다. 까치밥으로 남긴 감이 가지 끝을 잡고 바람에 흔들린다. 어머니는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우리 육 남매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자식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 박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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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제주 눈길을 걸으며

첫째 날 제주도로 떠나는 날, 서울은 맑고 쾌청했지만 얼음장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달포 전에 비행기티켓을 예약했었는데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비행기가 뜨지 싶어 집을 출발하기 전에 공항에 확인했다. 공항은 더 이상 기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정상 운항된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봉은사역에서 9호선 급행전철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 노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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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맑은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빗질을 하는 주말 오후, 나는 집중하기 위해 어두운 공간을 찾아서 영화 한 편을 본다. 세 번째 보는 영화 <동주> 다. 볼 때마다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서 지루하지 않다. 영화가 끝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나는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본다. 하늘빛이 너무 곱다.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안고 윤동주 선생님을

  • 추경희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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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샬람 알라이쿰

무함마드 알카비 그는 아랍에미리트 왕족이라 했다. SS병원 19층 특실에 간병인 자격으로 찾아갔다. 간호사실에서 잠시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무슬림 기도 시간에는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린 후 통역사로 보이는 예쁜 여성과 함께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반 병실과는 달리 넓고 쾌적했으며 조망도 좋았다. 통역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사람은 환자

  • 남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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