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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징검다리

딸이 먼 길을 왔다.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십수 시간을 날아서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하늘에 머물러야 했던 시간들, 얼마나 침대에 눕고 싶었을까.그 안에서의 불편함을 떠올린다.비행기를 타고 하루쯤 날아가면 다른 나라를 향하고 그 시간만큼 날아오면 고향으로 온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많은 현대인들은 대기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지구를 넘나든다.오랜 비행시

  • 김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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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외갓집은 선물이다

외갓집은 온기가 있다.포목 도매업으로 열 명이 넘는 대가족 생활이 큰소리 없이 살아가는 데는 외할머니의 미소와 희생으로 생각된다.외할머니는 여름이면 찹쌀미숫가루 준비하시느라 고두밥을 짓고 채반에 말려서 방앗간에 가서 미숫가루 준비하여 서울로 유학 간 넷째 외삼촌 간식을 만드시고 수박 철이 오면 수돗가에 만든 네모진 물통에 참외, 수박을 담가 놓으시고 얼음

  • 남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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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유혹의 세레나데

밤 1시가 지났다.‘너 그럴 수 있니?그 남자로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 줄 알면서 그와 카톡하고 전화하고 왜 그렇게 하니?’문자를 읽고 어리둥절 멍했지만 허리 통증으로 만사가 귀찮아 눈을 감고 찜질팩으로 허리를 달래며 누워 있었다.전화벨이 울렸다.“무슨 이런 사람이 있어?상식 이하의 이런 형편없는 인격자였던가?”혼잣말을 뱉으며 전화기를 꺼 버렸다.아침

  • 김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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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명함

우리는 하루의 생활 속에서 많은 명함을 받게 된다.그 명함을 받으면서 명함이 없었던 때를 생각해 본다.교직으로 오기 전에는 타인들한테는 직업을 나타낼 수 없는 입장이었기에 명함이 없었고, 교직으로 와서는 선생님이란 처지가 명함하고는 어울리지도 않고 또 필요하지도 않으니 없었다.지금은 명함의 전성시대인 것 같다.때론 하루에도 몇 장씩 받을 때가 있으니 주는

  • 조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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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봄바람

이른 아침, 산에 올랐다가 느긋하게 내려온다. 어느덧 바람이 바뀌었다. 살갗을 파고드는 꽃샘바람이다. 그야말로 봄바람이다.바람치고는 이놈의 봄바람이 조금 묘하다.괜히 가슴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 같다.따지고 보면 봄과 바람은 엄연히 다른 의미의 명사다.그러나 이걸 붙여서 합성어를 만들어 놓으면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사실 우리말에 바람이 들어가면 왠지 부정

  • 이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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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정말 다 보고 계시는지요

관세음보살님 정말 다 보고 계시는지요.이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를 다 보고 계시는지요.세상 사람들이 정말‘그렇게까지’해야 하는 까닭을 다 보아 알고 계시는지요.얼마나 고고한 마루에 오르려기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그 눈물을 다 보아서 아시는지요.정말로 세음(世音)을 관(觀)하셨는지요.답답하다.정말 답답하다.답답한 내 안을 드러내 보일 수 없어서 답

  • 이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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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청보리밭 축제장에 가다

산천의 나뭇잎들이 연초록으로 봄의 기운이 완연한 이때 서울에서 막내 동서 내외가 승용차로 왔다.올해 농사 준비를 돕고,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구경하고 싶어도 못 가던 고창 청보리 축제장을 같이 가자고 해 아침을 일찍 먹고 그곳을 향하여 세 시간여 운행하여 도착하였다.우리가 너무나 일찍 도착한 데다 주요 행사가 없는 날이어서인지 관람객이 별로 없다.그

  • 김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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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할머니의 지팡이

오늘 저녁, 할머니의 파제(罷祭)와 함께 헤어져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일 년에 단 한 번이지만 지팡이를 통해 할머니의 숨결과 함께 어렸을 적 베풀어 주셨던 따뜻한 마음이며 손길을 다소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젠 이마저 맘매로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착잡하기 그지없다.사실 할머니 제사 주제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참사(參祀)한 가족들은 모두 한마디씩 구시

  • 鄭正吉(正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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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폭설의 추억

내일모레 추석 명절에 귀성전쟁이 시작된다고/ 작은 나라가 들썩들썩이는데/ 우린 결혼 10년 만에/ 참으로 한가로운 추석을 맞는가 보다// 경상도 의성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서울 가까이 사는 두 아들들/ 해마다 겪는 귀성길 초죽음에/ 우리가 올라갈란다 선처하시고// (중략)// 들이며 산들이 묵묵히 내어 놓은 터에/ 삐죽삐죽 솟아오른 신도시 큰아들네로/ 시

  • 김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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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뒤바뀐 그림

하릴없이 빈둥댄다. 그마저 따분하다. 동네 한 바퀴 돌듯 인터넷 마을에 접속한다. 유장한 강물의 물빛과 쏟아지는 달빛이 내 손길을 잡아챈다. 무심히 클릭한다. 잡념은 어디론가 흘러간다. 부랑자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가난해도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히말라야산맥을 넘고 아무르강을 건너며 벼랑길을 걷는 사람들.그들은 가족의 주검을 독수리에게 내어주면서도 결코

  • 강돈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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