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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팔자와 운명

팔자와 운명은이미 숙명적으로 정해진 길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팔자는 「무녀도」*가 연상되는샤머니즘적인 토속 냄새가 나고운명이란 진보된 이성적 언어로 비극적인 「햄릿」* 냄새가 난다팔자는 동양적인 언어로카멜레온의 변신이 들어 있고운명은 서구적인 언어로부동의 각인이 박히다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팔자 교향곡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

  • 장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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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단상Ⅲ

뭐 그리 대수라고몇 년에 한두 번정도바람처럼 왔다가돌아서던 처갓집에라, 이 사람아천만년 오롯이 살고지고호롱불 밝혀새벽잠 설치시던구석구석 고단한 기억들한스러운 세월을 잊으라는 듯 푸석푸석 헐리는구나!격세지감(隔世之感)붙박이별처럼오글쪼글 쌓아 둔 사연 그리움의 행간이 되고회한이 되어안동호(安東湖) 푸른 물결을유영하고 있다.저, 저물녘의 평창

  • 권영호(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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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그날 저물녘 배추밭

발자국 끊긴 깊은 적요다슬며시 가을볕도 사그러든 빈 들 너머저무는 배추밭이 시리다몇 고랑에 선심 쓰듯 남겨진 몸이숨어 울다가, 뽑힐 일 없어지지리 못난 것끼리 땅에 남겨진쓸쓸함을 차마 견디는 일흙 속으로 심어진 너의 편지 읽으며물감 같은 노란 속울음 들키다가산골 얕은 곳까지 내려온 개밥바라기에내 슬픔까지 대소쿠리에 떠나보내는 것이다밭너머길잠시 휘황한 꿈 꾸

  • 한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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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저녁의 기분

저녁의 첫 계단에 이르면 셔츠를 막 널어 놓은 냄새가 나지 잔물결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헤엄쳐 가계단을 내려가다가 땅이 푹 꺼져 있거나내리막이 있거나 마지막 계단에 다다르기 전에길이 보이지 않아울타리를 넘어가거나 통나무를 넘어가거나나무들은 뒤엉켜 있고풀넝쿨 사이로 구불구불 걸어가고 있어그날 저녁나는 길에 떨어졌어늘 다니던 안전한 길이었지나뭇잎으로 뒤

  • 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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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5월, 그 계절의 여왕

5월이면, 눈부신 초록빛 드레스를 입으시고! 그 빨간 장미꽃으로, 오시는 분이 있습니다!시간이 끄는마차를, 타시고!흰구름그하얀손흔들며, 행복으로 무장한저 파란하늘 거느리시고! 새소리 들리는그녀의 아름다운미소를, 사방으로흩뿌리며!저 멀리서, 신나게달려오시는그분이! 바로 5월, 그 계절의 여왕입니다! 그녀가, 꿈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 류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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