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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노마스크

친정에 갔던 각시가 돌아왔습니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던 시국이라, 덜컥 겁도 났었습니다. 각시가 영영 집으로 오지 못할 것 같은 현상들이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니 더 안달하고 애가 탔습니다. 친정이 좀 멀어야! 한달음에 달려가서라도 모셔오지요. 아닙니다. 갈 수만 있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겠는데, 안팎으로 그럴 처지도 못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 윤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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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초당 연가 - 허균·난설헌 생가에서

솔향기 난설헌 뜰로 푸른 혼이 맥박 뛰는대청마루 걸터앉은 햇빛 사이로 아버지누이와 정다운 형제들 고운 정담 들리는가 사백년 시혼을 밟은 오 문장* 생가 뜰엔유토피아 시간 속을 시편으로 토해 놓은초희의 스물일곱 해 영롱한 꽃 그림자 용마루 위 새 소리 홍길동 그림자인가푸른 용 불러 타고 선경을 넘나 들던명상의 긴 행간 속을 새 한 마리 자릴

  • 김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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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거울을 보며

실없이 눈비비고 무심히 거울을 본다.잔잔한 주름살이 눈꼬리에 매달려서헛헛한 웃음 사이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바람이 현(絃)을 켜고 햇살이 노래한다.수없이 뜨고 진 날, 남은 건 빈 손 하나어느새 주름진 얼굴 먹먹해진 노을 빛. 눈감고 바라보면 더 가까이 그려지는그대는 누구인가 어색하고 낯선 얼굴이순(耳順)의 그림자 하나 돌부처로 앉았다.

  • 홍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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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천변 풍경 - 갈꽃

마른 갈대들이 군중처럼 늘어섰다흔들리며 받아내던 바람을 잠시 비켜골 깊은 갈등의 파문지켜보고 있는 걸까 허기 같은 거품들이 떠오른 수면 아래금이 간 그리움을 몇 가닥 건져들고쓰러져 뒤척인 날들되새기고 있는 걸까 애면글면 닦아내던 찬 하늘 한 모서리마냥 바라 서서 말라버린 갈꽃처럼 한 생도 서걱거리다저리 흩날리겠네

  • 김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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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