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손 놓기 전, 딸아이와 함께한 둘만의 휴가길. 송산 IC로 내려 제부도가 목적지다. 나들목을 빠져나와 향하기만 하면 되는데, ‘사강’이라는 이정표가 돌발상황이다. ‘화성·송산·사강’ 기억 상자를 헤집으니, 평생을 교직에 헌신하게 된 출발지 송산중학교, 작품으로 널리 알린 ‘나의 친구 우철동’이 근무한 사강우체국, 목월 선생이 먼저 알아본 문단의 떡잎,
- 이글샘
부모 손 놓기 전, 딸아이와 함께한 둘만의 휴가길. 송산 IC로 내려 제부도가 목적지다. 나들목을 빠져나와 향하기만 하면 되는데, ‘사강’이라는 이정표가 돌발상황이다. ‘화성·송산·사강’ 기억 상자를 헤집으니, 평생을 교직에 헌신하게 된 출발지 송산중학교, 작품으로 널리 알린 ‘나의 친구 우철동’이 근무한 사강우체국, 목월 선생이 먼저 알아본 문단의 떡잎,
당신이 꽃이라면나는 동병상련 되어 꺾이지 않는꽃으로 피어나 지켜내리라 그대가 꽃이라면나비로 안기어 가리라 그대가 꽃이라면꽃잎으로 분신(分身) 되리라 그대가 꽃이라면씨앗의 생명을 잉태하리라 그대가 꽃이라면열매로 다음을 이어 가리라 그대가 꽃이라면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견디어 내리라 당신이 꽃으
파장 무렵후두둑 소나기 툭툭 어깨를 친다 참람한 시간 너머로소용돌이치는 여울목을 지나 빙하를 스쳐 다가오는 아린 손휘익 고개를 돌리자 파타고니아 유빙처럼무위로 물 속을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꽃송이 위로 아래로 자맥질하며인기척에 포르륵 숨표로 멈추었다 모양 바꾸며 다시 흐르는 저 청량한 노랫소리들오래된 숨이
땀 절은 시간을 훌러덩 벗은 갈바람이누런 농심(農心) 위에 배를 깔고 눕는다 저염하강(鹽河江)* 아래노을이 그렁그렁 고이고북쪽 하늘에서 추신처럼 내려온 새들이 벼들의 어깨를 낱낱이 걸어주는 풍경 바람 새는 소리 아득한,봄부터 겨울겨울에서 봄열, 스물, 서른, 만(萬)…, 다시하나가 되어파다하게 출렁일 때숨은 말〔
2024년 초여름2학년 1학기 <시창작과 비평문 쓰기> 수행평가 시간 끝나기 3분 전까지도 백지 답안지였던2학년 3반 축구부 진욱이“백지 답안 낸 학생은 내일이나 모레 남을 수 있어요.”선생님 말에‘여름’이란 제목으로소낙비처럼 쓴 짧은 시 한 편‘여름이 다가온다/ 꽃이 화들짝 핀다’ 내일과 모레가 너에게는꽃이구나&nbs
대추도물색 고운 연둣빛일 때가 있었다 미간의 주름 같던 낮달이 편편해지는어둠의 시간으로산 그림자 내려왔다 간 사이 달빛이 유유자적 거닐다 간 사이 바람의 기둥 사이사이에 기대어 눈빛 자작자작 볼 붉히던 나무 순정도 병이라면 병미처 거두지 못한 햇살 고이고 고이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리움 잊지 말아야지&n
한때는 여덟 식구의 수저 소리가 달그락 거리던 집앞산 꼭대기를 휘감고 도는 구름과담 너머 보이는 푸른 바다는내 가슴에 감성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 나무대문의 울림소리가 멈춘 지 오래 되니 나도 우리 집도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기둥에는 숭숭 구멍이 나고기왓장 사이에서 잡풀이 자리를 잡고 추석 때 배를 따던 아버
주인에게 버려진 네 어미가과수원 농막 주변 행려 견으로 지내다 뱃속에 너희 품고 안절부절 혀 내밀 때 이웃에 착한 농부 만나안락한 독채 선풍기 바람 쏘이며 다섯을 낳아 미역국 먹고 무럭무럭 키운 세 놈 분양하고 둘은 남아 아예 그 집 눌러 살고 있지 세상 나온 지 5개월 가끔 목줄 풀고우리 집 닭 몰이에 기운 넘
아침에 아첨의 과자를 먹고 박수치는 연습을 한다생각밖의 생각을 생각하는 경박한 실존의 버팀목 같은 둥지가 무너지면서 알들이 와르르 쏟아졌다오염된 땅에서오염된 물을 먹고오염된 생각이우리들의 눈을 멀게 해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고지를 향해 질주하다 돌진하는참새들의 요란한 입방아 네 오른쪽
이 가을, 만나고 싶은 사람드레스처럼 흘러내리는 촛불 아래에서 이 가을만큼은 그대의 계절이고 싶다광시곡에 묻혀삶이란 흔한 물음에 온몸 떨며 나약함에 흔들려야 했던 일들낙엽, 물들여 내릴 때현악의 무딘 음에 눈시울 붉히며 릴케의 사랑 편지 읽어 온 날들바삭이는 잎이추한 모습으로 쌓여 가던 날 나그네 바쁜 걸음 예까지 왔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