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12월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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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향기 정원에 가득. 지나가던 바람이 문 앞에 와서 들어갈까, 그만둘까, 소곤거리고 있었다.”
가네코 미스즈의 「금목서」를 읊조리고 있는 데 휴대전화에 낯선 숫자들이 진동했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던 엄지로 녹색 버튼을 밀었다. 「사금파리」가 신인상에 올랐다는 향기로운 목소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산의 한 관절 전문 병원 659호실 병상 발치의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앉아 있을 때였다. 자식들에게 다 내주고 텅 비어버린 어머니, 다공(多空)의 뼈가 무너져 내리고, 고통의 신음 킁킁 되삼켜 온전히 내게로 전이되는 진통. 사금파리 눈에도 물이 맺혔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깨진 그릇 쪼가리, 그곳에 내밀히 묻어 놓은 그리움의 말 조각 하나둘 캐내 글을 빚었다.
성근 글을 뽑아 준 『월간문학』에 감사드리며, 사랑하는 가족과 문학의 숲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함께 걷는 남해 문우들께 깊고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깨고 또 깨어 온전한 도자기를 완성하듯, 어머니 조각난 팔 꼭 붙잡고 찬란히 빛나는 그릇을 빚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