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6월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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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들려온 당선 소식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어릴 적, 끼적거리는 게 좋아서 일기를 자주 썼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고 하여 막연히 작가의 꿈을 품었습니다.
어느 해 봄, 유난히 추운 겨울을 지낸 아파트 베란다 빈 화분에서 작은 새싹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지요. 갑작스런 아버지와의 이별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였어요. 꽁꽁 닫힌 창문이었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날아온 건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습니다. 조그만 새싹을 보고 ‘얘는 뭐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켜보았지요.
조금씩 자라는 이름 모를 풀이 대견해 양지바른 곳에 두고 물도 주고 햇볕도 쬐게 하며 혼곤한 제 마음도 다스렸습니다. 어느새 자라 잎자루가 생기며 꽃이 맺히고 열매가 달리더니 조막손 같은 피망이 초록스럽게 달리더군요. 그해 봄은 그렇게 제 마음을 치유하였습니다.
어느 땐 잘 떠오르다가 먹먹해지고 마는 글을 붙잡고 수년 째 씨름을 했습니다. 그만 놓아버릴까 생각하는 순간마다, 함께 공부하는 시거리 문학회 회원 여러분이 손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마음의 큰 절 올립니다. 퇴근 후 글 쓴다고 늦게 오는 마눌님 대신 저녁상 차리고 기다리는 남편에게도 고맙단 말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