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내려서는 것과추락하는 차이를한눈에 보는 것은 행운이다 잠실 한강 수중보 전망대에서경사가 서로 다른 여섯 갈래 어도를 함께 본다 알맞은 어도를 선택하고보 위아래를 자유로이 오르내리는물고기는 행복하다 그러나 울부짖어 추락하는 봇물의몸부림 앞에서나는 감당키 어려운 떨림에 놀라고물새들은 즐거운 몸짓이다 물은 흘러야 하나추
- 이성욱
스스로 내려서는 것과추락하는 차이를한눈에 보는 것은 행운이다 잠실 한강 수중보 전망대에서경사가 서로 다른 여섯 갈래 어도를 함께 본다 알맞은 어도를 선택하고보 위아래를 자유로이 오르내리는물고기는 행복하다 그러나 울부짖어 추락하는 봇물의몸부림 앞에서나는 감당키 어려운 떨림에 놀라고물새들은 즐거운 몸짓이다 물은 흘러야 하나추
안데스 여인, 산을 오른다해발 3399 꾸스코에서 삭사이와만 오르는 길 숨을 고르며허리에 두른 색바랜 폴레라*추위도 더위도 겹겹 껴입었다 산등성이 가까울수록 삶은 더욱 가파르고 낡은 샌들 부르튼 발가락어깨를 짓누르는 이크야*칭얼대는 어린것에게 끼푸 를 걸어주며기다리는 이들 있나 보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늘 더 가까이층층
수평선을 향해 가슴을 내닫는다영혼이 살아 있음에내 여기시를 쓴다고 말한다물밀 듯 바다는 울부짖고파도는 밀려왔다 밀려간다수풀잎 사이로 전설이 들리 듯아름다운 부름에 나는 다가섰다저 멀리도 아닌 듯 가까이서나는 들었다.바다의 소리를…
둘째조카 결혼식맨 앞 좌석에 있어야 할 사람이보이지 않아 울먹인다 언니 생각에다음 날무수히 내리는 비 속에납골당을 찾았다 생전의 모습사진 보고 옹알이하듯입술 뗀 첫 마디“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 인정 넘치고소박한 삶을 살다간안타까움을 그렁그렁 매단다 지나간 세월기억의 씨앗 마르게 하고슬픔은 그날처럼 빗물 되어 온몸을 적신
산이 벌어지고 있다붉은 해를 두른 흰 꽃잎여명에 터지는한 찰나가 눈부시다도르르 말린 몸 빼내어흔들리며 주춤 주춤 벌어진다첫울음이 먹먹하다안나푸르나, 세상 다 가리며 피었다 여명의 살에 버무린 피 같은 해그 빛깔로 물들은 꽃이 태어나고 있다 온몸 땀에 젖은 채벼랑에한발을딛고서서 이제 산이 다 열려붉게 품은산 향기 아찔하다
거꾸로 선 꽃봉오리들하늘북 치며, 온 지구가 구멍 뚫리도록,책가방 던지고, 뒤집어졌지얼굴 빨개진 초등 육학년 다섯 가시나들약속한 듯, 배워주지도 않은 물구나무서기한다. 온 밤 거꾸로 서서 두 손으로 벌벌 걸었지지느러미 세워 허공을 찔러 솟구쳤는데뚫린 하늘 와르르 쏟아져, 별이고, 달이고, 알 수 없는 꿈, 빙글빙글 돌아내렸지쓰러지고 일어서
유리 절벽에 그가 심겼다 빛의 화살을 맞고 타는 맨몸, 화형당하고 있다눈멀어 돌아본다어둠을 뛰쳐나온 아픔이 유리문 꼭대기에 기어올라 끈적이며 뒤척인 길길게 그어놓은 생(生)이 구불텅하다꽁무니가 뱉아낸 체액,번쩍이는 햇살의 계단 뜨겁겠다무슨 저런 희고 빛나는 꼬리를감추고 있었던가 어둠에 갇혔다가 끝내 빛에 갇힌 몸 어둠을
목선을 타고 싶다 뒤뚱뒤뚱 내 일생 같겠지 노 저을 줄도 모르면서, 물결 타며 가고 싶은데 아찔하게 다시 기어오르는 뱃머리푸른 기쁨은 수평선 바다에 철썩였지 배 끝을 잡고 어디로, 뒤틀리고 숨 막혀도 천 리를 가고 싶던 마음만 실어이젠 노도 없이 출렁인다 이것, 사는것이다절절이 막혀 있어도, 물길은 훤해 
수없는 말의 알들이부딪히며 포말을 이루는 곳침묵이 터져 부서지며 속삭인다 나 태어나기 전부터파도를 넘나들며해일을 건너온 알을 줍는다스치는 갈매기 깃의 그늘,잔잔한 물여울에 비쳐드는햇살의 온기에껍질을 깨는 말의 알, 침묵의 개화 반짝이는 말들이 쏟아진다 사랑, 그 불로영롱하고 그윽한 말의 알 하나 지피면 맵고 아득한 영혼,
나는 일찍부터 노래를 했다. 시도 썼다. 첫 울음은 내 문학의 첫 작품이 아닐까. 엄마로부터 태어나면서 “나는 나다”라고 쓰며 세상에 나왔으리. 주먹을 꼭 쥐고 쓴 그 첫 시는 나의 창작의 산실이었던, 네모난 앉은뱅이 밥상 위 첫 울음이다.국민학교 3학년 작문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쓴 ‘봄’이란 제목의 글이 잘 쓴 글이라며 칭찬하셨다. 내성적인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