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아직 이름을 갖기 전침묵 속에 소리의 씨앗 하나 있었다 소리는 자라나 말이 되었고말은 자라 글자가 되었다문자는 빛이 되어 어둠을 열었다 먹물 한 방울이 대륙을 만들고한 줄의 문장이 제국을 세웠다 말은 사람의 입을 빌려세상의 모든 이름을 지었다 어떤 말은 성자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어떤 말은 못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 김정형
별들이 아직 이름을 갖기 전침묵 속에 소리의 씨앗 하나 있었다 소리는 자라나 말이 되었고말은 자라 글자가 되었다문자는 빛이 되어 어둠을 열었다 먹물 한 방울이 대륙을 만들고한 줄의 문장이 제국을 세웠다 말은 사람의 입을 빌려세상의 모든 이름을 지었다 어떤 말은 성자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어떤 말은 못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가으내 주워 모아손톱 밑이 까매지도록껍질 까서 갈고 걸러 만든도토리묵 가루 분첩 속의 가루처럼뽀얀 가루 폴폴 날리며얼굴마다 분칠하더니끓는 솥에 풍덩 빠져 걸쭉해졌다 네모반듯한 유리그릇, 동그란 국 대접, 찌그러진 옛날 도시락통에 담겨찰랑찰랑 제각각 모양대로 굳어가는 묵가루 같은 솥에서 태어났지만 누군 얌
은박의 가루 한가득 뿌려진밤물결 위로 어둠이 풀어지면수양버들 머리를 담근다잘랑잘랑 실바람 밀고 당기는 잔물결작은 파문이 쉴 새 없이버드나무 머리를 헹굴 즘저 멀리 깜빡이는 소곤거림물을 마시러 온 산짐승인가도깨비불인가봇머리 어둠 한쪽에 잠시 머물다 밤하늘로 흩어지는 물빛들눈감으면 되살아나는 거기 흙바지 올려 농구(農具)를 씻는 아버
나 홀로 대청마루에 누워 흰구름을 쳐다보았지 굵은 바리톤 목소리 오빠를 찾았지대답도 하기 전에 쿵 내려앉던 내 가슴내 첫사랑은 그렇게 찾아왔지 지나가는 바람처럼 한 번이면 좋으련만 등하굣길에 스치는 그 사람의 다정한 인사 내 인생에 연정이 파도처럼 밀려왔지 고백도 없이 칠 년 세월 흘러갔지만확신이 없어 돌아서던
아흔의 시간을 이제 숨으로 건너신다. 병실 창가에 내려앉은 햇살이어머니의 이불 위에 머무는 시간 한때는 부엌을 오가며가족의 하루를 일으키시던 손이젠 이불 위에 놓여 있다 기억이 조금씩 길을 잃어자식들 이름 부르지 못하는 날에도손잡으면 웃으시는 어머니 그 미소 하나가 말보다 깊고눈물보다 오래 남는다. 우리는 천천히
풍암동 저수지는멈춰 있는 물로 시간을 설득한다 아파트 그림자가 수면에 내려와잠시 자연이 된 얼굴을 연습하고 산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도시가 무엇을 잊고 사는지 알고 있다 물 위를 스치는 바람은목적 없이 지나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여유의 내용을 되돌려준다 사람들은 둘레길을 걸으며자신의 울타리를 탐색하고이럴 때의 운
몇날을 굶었는지쇄골이 드러나고 갈비뼈 사이에바람이 드나는 모습으로강둑에 수북하다 울금빛 자락 위로지독한 갈망을 토해내며바람 없이도 건들거리는 건 생각이 무겁기 때문일 거야 푸른 이끼를목에다 휘감고휘익 휘-익 흔들리는 애처러움 쓰러져 일어서지 못할까 봐 저리 애쓰는 거야
뭉게구름 완완(婉婉)한 몸놀림으로푸른 하늘 흉부까지 활짝 열리는스트렛퍼드어폰 에이번 셰익스피어의 집 거뭇한 구름이 하나둘 걷히고먼 훗날 동방의 등불 타고르가호롱불 흔들며 문지방에 들어설 때다시 오마던 그대가 앞마당의 잔디를 밀고 있네요. 갈바람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던 로미오 굼벵이 출몰하던 헤더웨이 초가지붕볼우물 깊은 줄리엣과의
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앉더니빗방울은 주상절리 검은 이마를 애처롭게 쓸어내리는 듯했다 오래도록 간직한 애절한 사연처럼 온종일 풀어놓는 빗물강가의 나무들도젖은 어깨 서로 기대고 서서한 생을 견뎌야 할 외로움을조용히 나누고 있었다 절벽과 허공 사이공중의 매달린 채 출렁이는아찔한 다리 아래로누군가의 눈물처럼 흐르는멍든 강 가슴이
따뜻했던 속살의 냄새가빈둥지에 남아 있다 기억은자꾸만 뒤돌아 손을 흔든다 밤도 버리고 낮도 버린 시간들어미의 심장처럼 뛰던 날갯짓이 흩어져간 자리 더는 닿지 않는 거리에서어머 새의 주름진 손이 떨린다 손끝에 맺힌 이슬이 끝내 떨어진다 아기새는꺾이고 찢긴 날개의 기억을 이정표처럼 읽으며 더 멀리 날고&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