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볼 일이 있어 버스정류장에 갔다정류장 가까이 가면서 전자안내판이 보이자걸음을 멈추고 승차해야 할 차를 검색한다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탁 치며 지나간다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누가 사람을 쳐?”비명처럼 소리 질렀다정신 차려보니 앞 쪽에 통통하게 다부진 체격의 신사가 “길을 막고 있으니 그렇게 됐죠” 당당한 어조로 말한다 “사람을 쳤으면
- 강정수
바쁜 볼 일이 있어 버스정류장에 갔다정류장 가까이 가면서 전자안내판이 보이자걸음을 멈추고 승차해야 할 차를 검색한다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탁 치며 지나간다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누가 사람을 쳐?”비명처럼 소리 질렀다정신 차려보니 앞 쪽에 통통하게 다부진 체격의 신사가 “길을 막고 있으니 그렇게 됐죠” 당당한 어조로 말한다 “사람을 쳤으면
허리가 낡아 간들간들힘겹게 연명하는 폴더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접었다 폈다 반복한 허리닳고 닳아 굽은 채로 살고 계신 어머니는반듯한 직립이 어렵다 꼿꼿하게 서서 카랑카랑 큰 목소리 낼 때도 있었지만 허리 굽어 살아온 날이 더 많았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고 수술은 한사코 거부하며 그런대로 쓸 만하다는 어머니&n
그리운 땅 잊어버리고바람 따라 흘러가는 강물에둥지 틀고 거친 계곡에굴러다니는 차디찬 돌맹이물살 흘러가며 언어 잃고춤으로 지난 시간 추억한다 가늘게 뜬 눈동자 손끝에 모아 잠든 꿈일깨우고 불타는 눈동자 분노와 기다림을부드러운 손놀림은 지워진 그리움허리 제자리 정지하고빠른 발동작으로 숨겨둔 말을두 손 가슴에 맞잡고 새날 다짐하는 종아리 근육들
연못 위 잎새 하나잔물결 타고 가네둥둥둥물 위에 떠 구름과 경주한다푸른잎흰구름둥둥서로갈길서둔다 연못의 마음 하나살며시 훔쳤어요언제나변함없이 욕심도 안부려요넘치면흘려보내고 모자라면 채운다 마음이산란할 때 연못가 홀로 앉아이 생각 저 생각을연못에 담아보면산만한 거치른 마음 잔물결이 빗질한다
철 지난 고엽(枯葉)들스스로를 지키지도 못하고 스스로 지지도 못한한 서린 우듬지 고엽들 봄 폭설에눈 잎이 되었다 고엽도 눈 잎으로 환생하는데여의도의 꽃님들도 환골탈퇴하려나
때가 되자 끼니를 챙기듯뱃속을 그득 채운다한창 시절엔 쇳덩인들 소화시키지 못하랴 트럭이며 자가용이며 양껏 삼킨다. 빵~ 퉁퉁 퉁퉁…채운 배를 두드리는 고동소리뒤꽁무니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까스를 뿜어댄다 끼룩끼룩 끼룩끼룩몰아치는 바람도 출렁이는 물결도 겁 없이 악착스레 따라 붙는 갈매기 떼.언제부터 학습된 몸짓일까하얗게
세월 따라 잃어버린 내 모습바다에 떠도는 일엽편주처럼알 수 없는 이방인이 되어한평생 간직해온 한 가슴앓이를 묻어 둔새하얀 그 자리 말하고 싶어도 혀끝이 타들어 가한 맺힌 가슴 내밀어못다 한 그리움 태우며풀꽃 노래 부르는늘 푸른 그 자리 하얀 그림자에 얼룩진잊을 수 없는 그 이름 자락 붙들고한마음 둘 곳 없어언제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기다림의
나는 해를 등지고홀로 앉아 있습니다꽃 시절을 보낸 초록 나무 울타리에 갇혀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다행히 바람과 공기 드나드는 면회 창구로숨통이 트이지요오랜만에 비 오는 소리 들리고굵어진 빗줄기는 밧줄이 되어영혼을 끌어올립니다폭포수 거슬러 구름 타고 오르는 하늘 그 나라에 가고 싶어 별빛 신호 보내도 응답 없이 닫힌 문은 아직 열리지 않
여름날 뜨는 뜬구름은어느날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으로몰려와 장대 같은 비 쏟아붓고 싶은 음모의 뜻 숨어 있다네눈보라 몰고와 온천지를 백설로 덮어긴긴 밤 불화로에 밤이나 구워먹고 쉬라는 겨울날의 뜬구름의 뜻 봄날엔 살랑이는 봄바람 타고 꽃구경하라는 뜻우리는 사계절 뜬구름의 뜻에 따라 살고 있네뜬구름 흘러가듯 흘러가는 우리들 인생사푸른 가을 하늘에 떠도
산은 버럭 화를 내고 침묵을 지킨다.갈대는 삭풍에도 밤을 잊은 채 속삭인다.바다가 쉼 없이 요동친다. 노도가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달려온다. 부딪쳐 산산이 부서져도 다함이 없구나. 허공에 뜬 메아리가 활시위를 당긴다.컵 속에 갇혀 육신을 사르며 울부짖는 함성아, 그 영원한 분신들이여조국 있고 민의가 있어꺼지지 않을 횃불이여 나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