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5.8 678호 호호호(好好好)

낡은 나무 대문에‘우신랑’이라 써 붙였다“우신랑이 뭐예요?”“아 네 그거요?오른쪽엔 신랑이왼쪽엔 신부가 앉아 먹는거시기예요.” 남자는 오른쪽여자는 왼쪽에 앉아“끝내주네요. 묘하게도 감칠맛 나네요.”호호호 깔깔깔불콰해진 얼굴로 손잡고 나갑니다 농담 같은 진담에 함께 웃어서 좋구손님은 건강 챙겨 좋구주인은 돈 벌어 좋구누이 좋구 매부

  • 유윤숙
북마크
74
2025.8 678호 빨간 우체통과 참새

주둥이만 벌리고 서 있는 저 모습을 과연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다가나의 오래된 기억 중에서어렵게 끄집어낸빨간 페인트 통을 엎질러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신작로 한쪽에 언제부턴가 서 있었지 평소에 마음씨가 따스해 보이긴 해도 묵직한 느낌을 깊게 깔고 있어서곁에 두고 꾹 참고 살아온우리들의 고단함을막상 간추려 적고 싶을 때도어려워

  • 송희수
북마크
113
2025.8 678호 과테말라 소녀

마지막 잎새몇 장 붙들고 몸부림치는플라타너스 곁에 앉아호세 마르티의 시「과테말라 소녀」를 읽는다 임에게 사랑의 징표로비단주머니를 짜 드렸지만그는 이미 기혼자였으니사람들은 소녀가추위에 얼어 죽었다지만아니다, 그녀는 사랑에 굶주렸던 것 가을이란 계절은사람의 마음을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나 또한 사랑 노래가 부르고 싶어진다 아

  • 배성희(도봉)
북마크
74
2025.8 678호 그늘 아래

한여름 뙤약볕에 땅이 타들어 간다풀더미 속 머위는 아랑곳없이초록 우산을 펼치고 있다둥글넓적한 잎 하나씩 헤치니그늘 아래 떡하니 앉아 있는 두꺼비,시종의 호위를 받는 왕의 모습이다흑색과 갈색 무늬의 구불구불한 곤룡포 걸치고 앞다리는 갈고리처럼 벌려 딛고커다란 눈 끔벅이며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은 나무라고, 땅이라고그 그늘 아래는어떤

  • 박진
북마크
110
2025.8 678호

삶은 저마다 소망의 씨앗을뿌리며 거두는 인생길에서만남과 기다림과 헤어짐의 연속극 피땀으로 뿌린 소망의 씨앗햇살처럼 빛나는 꿈으로 움트고비바람 맞으며 잎이 무성한꿈의 큰 그림 꽃을 피워소망의 열매 거두는 인생살이 드높게 펼쳐진 파란 화선지에꿈의 뭉게구름 큰 그림 그리다 더러는하늘 바람에 날려 잃어버리는 아픔 안고바람 앞 등불처럼 흔들리다 꺼

  • 신동현
북마크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