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시골 언니 집에서 도라지 모종 여남은 포기를 얻어왔다. 1층 화분에 심고 서너 포기를 베란다 화분에 심었다. 1층 화분은 햇볕을 받아 싱싱하게 잘 자랐다. 더위가 지나고, 포기마다 다투어 봉오리를 맺었다. 이 애들이 언제쯤 웃어줄까? 바라보기만 해도 첫사랑만큼이나 가슴이 콩닥거렸다.흰색일까? 아니면 보라색일까? 궁금증이 치솟는데 욕심일 것 같았다.
- 홍정자
지난 봄 시골 언니 집에서 도라지 모종 여남은 포기를 얻어왔다. 1층 화분에 심고 서너 포기를 베란다 화분에 심었다. 1층 화분은 햇볕을 받아 싱싱하게 잘 자랐다. 더위가 지나고, 포기마다 다투어 봉오리를 맺었다. 이 애들이 언제쯤 웃어줄까? 바라보기만 해도 첫사랑만큼이나 가슴이 콩닥거렸다.흰색일까? 아니면 보라색일까? 궁금증이 치솟는데 욕심일 것 같았다.
종이책을 넘길 때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을 사랑한다. 검지손가락으로 다음 장을 넘길 때 종이 결에 따라 다르게 나는 여러 가지 소리가 좋다. 소리는 낱장의 질감에 따라 다르게 난다. 새 책이나 두꺼운 종이는 소리조차도 꼿꼿하다. 세상에서 첫선을 보이는 종이의 결이기에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이 서컹하다. 이럴 때 책 페이지를 엄지와 검지로 슬쩍 들면 부드럽게
내가 8살 때 6·25전쟁이 터졌었다. 1·4 후퇴 때 피난을 떠날 때는 아버지는 직장 따라 먼저 대구로 떠나셨고, 고등학생이었던 오빠는 나의 손을 잡고, 중학생이었던 언니는 혼자 걸어서, 다섯 살이었던 남동생은 짐꾼을 사서 짐 위에 얹어서, 두 살인 남동생은 어머니가 포대기로 업고 떠났던 피난길이었다.수원에 왔을 때 밀려온 탱크의 괴뢰군들이 보따리를 빼앗
올해도 동기들과의 첫 산행지는 남산이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에 올라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라의 안녕과 한 해 동안 우리 자신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서다.올라갈 때는 셔틀버스를 타고 팔각정까지 갔다. 한눈에 보이는 서울 시가지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나라가 평안하길, 올 한 해도 가족들 모두 편안하고, 벗님들과 함께 이 산행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기
38선 바로 밑에 있는 우리 마을은 6·25전쟁의 안마당이었다. 꽝! 꽝! 두 방의 포성에 이어 바로 들이닥친 공산군은 벌써 마을을 뒤로하고 앞산을 넘었다. 마을 사람들은 피란을 갈 틈도 없이 그냥 고양이 발톱 밑의 쥐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3개월쯤 뒤엔 미군 탱크가 밀고 들어와서 자유를 찾아주었고, 그리고 또 그다음엔 한밤중에 중공군이 떼로 몰려와서 마
철모르고 뛰놀던 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노래 가사처럼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중’이라고 애써 자위해 보며 날을 보낸다. 우리는 살아가며 좋고 나쁠 때가 항상 있어 왔다. 나이와 세대 구간 구간 따라서 주위 환경과 처지에 따라 변하고 생각이 바뀐다.요즈음 일로는 지난여름 혹독한 배탈인지 코로나 변형인지 잘 모를 병세가 내 몸을 습격해 와 열흘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낯선 주소가 적혀 있었다. *모두 다 내 곁을 떠났다. 말없이 떠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타인보다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여러 상황에 대해 부딪히지 않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야속할지 몰라도 차츰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무뎌지므로 더는 떠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첫 번째는 이미
다네쉬는 인도 서부 G시의 주립 명문 S대학에서 화학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거의 마쳐 가고 있었다. G시 인근은 사탕수수와 캐쉬넛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유명한 대도시인 뭄바이와 아주 가깝지는 않으나 그 영향권에 있는 도시였다.사탕수수 수확 철이면 도시 인근의 크고 작은 도로들은 집채만큼이나 사탕수수를 싣고 이동하는 소달구지, 경운기 그리고 낡은 화물차들을
예언이나 점 같은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소유자가 된 지도 참 오래되었다. 왜 나라고 현재 곧 닥칠 일이나 미래에 닥쳐올 일들이 궁금하지 않겠는가? 특히 좋은 일들보다는 나쁜 일들이 내 삶에 끼어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내 나이 28세 때쯤 나는 거의 80프로를 언니의 반강제성으로 예언이란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언니
내 안에는 염소가 한 마리 살고 있다. 고약한 일이다. 흐린 날에만 나타나는 흑염소 한 마리. 맑은 날에는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는지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흐린 날에 무릎이 아파온다던 나이 든 노인들의 말을 생각해 보면, 염소는 내 무릎속에 숨어 있다. 흐린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끊임없이 울어대는 염소 때문에 정신과에 다녀온 적이 있다.“단순한 과민성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