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수필 창작과 이론12 우리는 더러 어떤 훌륭한 소설이나 시, 또는 수필 등과 같은 글을 읽게 되면 ‘나도 저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없을까, 나도 이 작가처럼 훌륭한 작가가 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 줄 수 있는, 그런 멋지고 좋은 글을 쓸 수는 없을까’ 또는 ‘나도 수필가가 되어 정말 멋지고 수필다운 수필을 써 보았으면…’ 하고
- 이철호수필가·한국문인협회 고문
[기획연재] 수필 창작과 이론12 우리는 더러 어떤 훌륭한 소설이나 시, 또는 수필 등과 같은 글을 읽게 되면 ‘나도 저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없을까, 나도 이 작가처럼 훌륭한 작가가 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 줄 수 있는, 그런 멋지고 좋은 글을 쓸 수는 없을까’ 또는 ‘나도 수필가가 되어 정말 멋지고 수필다운 수필을 써 보았으면…’ 하고
등장인물_ 우진|미려|수정|능구때_ 현대 곳_ 어느 산속무대_ 울창한 숲 가운데 꽤 넓은 네모진 공간 ‘영혼의 정원’. 이곳은 전에 마을 사람들이 다툼이 있을 때 와서 화해를 하던 곳이다. 근자에는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칡넝쿨 얽서리로 뒤덮여 있던 것을 걷어내고 ‘영적 친족 4인회’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3시 임간 피정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1. 삶의 성찰, 존재론적 자각 늦가을 햇볕 따가운 날노랗게 변색된 나뭇잎 한 장이내 앞에 걸어간다저 나뭇잎이 얼마나 오랫동안나무의 한 가족이었는지 나는 모른다저 나뭇잎도 지금 자신을 뒤따라가고 있는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내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는오직 당신만이 아실 터그러니 아무리 삶이 메말라 가는 세상이래
오늘 아침 라면 냄새에 눈을 떴다. 벽을 뚫고 내 일상에 사전 동의 없이 침투해 오는 감각의 폭력, 프리미엄 오피스텔이라더니 옆집의 온갖 음식 냄새가 코앞까지 풍겨온다. 이 작은 공간에서조차 나의 권리를 온전히 지킬 수 없나 보다. 나는 박윤정이다.특수유치원의 교사.눈뜨자마자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사람.사명감? 개나 주세요.그건 인력과 자원의 부족을
살구를 손바닥 위에 올려 귀를 기울이면, 계절의 숨소리가 천천히 맴돈다. 껍질의 가느다란 솜털은 잘 보이지 않아도 손끝은 알아차린다. 솜털을 따라 손가락으로 살짝 더듬으면, 그 위를 흐르는 햇살의 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보드라운 촉감은 벼가 익을 무렵 들판을 스치는 바람처럼 조용하다.살구의 색은 황톳빛을 중심으로 점점 연하게 가장자리를 향해 번진다. 햇살이
바다가 보고 싶다는 내 말에 남편은 영흥도로 차를 몰았다. 비린내가 퍼지는 선착장을 지나 산 넘어 해안가 쪽으로 접어드니, 처음 보는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십리포 해수욕장이었다.울컥울컥 토해내던 해풍은 잠이 들었는지 아기 같은 숨을 고르고 있었지만, 벼랑에 남은 뚜렷한 흔적은 파도의 그악스러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산책길 늙은 소사나무 아래 임승훈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의 어느 날 오후,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다. 7층 계단참을 막 디디려던 순간, 발밑에 흑갈색의 곤충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다리를 들자, 몸이 휘청하며 소름이 돋았다. 하마터면 내 발에 밟혀 압사할 뻔한 곤충의 처참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방비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는 건 사슴벌레였다.산이나 풀숲에서 겨우
어머님을 모시고 한의원에 왔다. 오래된 듯 삐걱대며 소리를 내는 낡은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린다. 접수를 받아 주는 직원 뒤로 벽면 가득 누렇게 바랜 종이 묶음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 한의원을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지 싶다.어머님이 이 한의원에 드나든 지도 어언 오십 년은 넘었다지. 혼사를 치르고 몇 해가 지나도록 애가 생기지 않아 다니기 시작했다는 한의원
오만원권 지폐 이미지는 신사임당이다. 마트에서 신사임당 그림이 에어컨 바람에 걸어간다. 느릿느릿 가다가 빨리 도망간다. 앗! 돈이다. 눈이 확 떠지며, 갑자기 주울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마네킹 셋이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우리는 돈의 노예가 아니라며 안 본 듯이 외면한다.신사임당이 말씀하신다.“너, 나를 빨리 잡아라! 쓰레기통에 들어가면 나란 가치가 없어진
새벽부터 텃밭에 나가 주저앉아 엉덩이로 밭을 뭉개고 다닌다. 밭을 엉덩이로 매는 건지 호미로 매는 것인지…. 자고 나면 잡풀이 쑥쑥 자라기 때문에 그 풀을 뽑아 주려고 꼬질꼬질한 목장갑을 끼고 챙 달린 모자를 쓰고 그렇게 하루 일을 시작한다. 텃밭은 있는데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무릎마저 수술하여 지팡이 짚고 겨우 걷는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