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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철 지난 사과

1“산모님. 조금 더 기다리실 수 있죠?”“아니, 아니요…. 30분 후에는 진짜 무통주사 놔 준다면 서요!”나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잘만 참았던 고통이 순식간에 칼날을 드러내며 뱃속을 헤집었다. 우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진짜 모르고 한 소리였다. 사람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울게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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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AI, 아이=나

1키보드 위를 맴돌던 손가락이 마침내 춤을 추며 타닥거렸다. 모니터에 하얀 커서가 깜빡일 때마다 텅 빈 공간이 채워지는 희열이 나를 들뜨게 했다. 창밖으론 희미한 햇살이 창틀에 걸린 먼지조차 반짝이게 만들었다. 한때는 작가, 그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가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저 숨 쉬듯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떠 따뜻한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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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에코백을 나온 새

나와 민경이 마주 앉았다.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민경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를 힐긋 보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폐업할까 봐. 도대체 매출이 안 올라.”“관두면?”“굶어 죽기야 하겠어. 다른 거 찾아봐야지. 이제 패브릭은 진절머리 나.”“뭘 할 건데? 여기서 계속할 거야?”“여긴 월세가 감당이 안 돼. 싼 데 알아봐야지.”가게 계

  • 박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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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어느 환절기의 素描

간절기가 아니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사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는 사이. 어느 요양원이나 매년 고인(故人)이 생기는 미묘한 시절, 그런 시간이 아닌 아주 평범한 어느 봄날이었다.“아악. 조, 조장님!”새벽 다섯 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상 후 분주하게 기저귀 케어를 돌던 복도의 소란을 외마디 비명이 찢었다. 3호실에서 이금순 노인의 엉덩이를

  • 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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