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밥상에 마주 앉아하루의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하던다정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따뜻하게 집 안을 채웠던 말소리들이벽 속으로 꼭꼭 숨어버렸나 보다 텅 빈 거실에 혼자 남아 있는 날이면언젠가 맞이할 머나먼 이별을 생각하게 되고창밖의 청보랏빛 저녁 하늘이 짙어 갈수록한 마리 벌레 울음소리도 더 쓸쓸하게 들린다 얼마 전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 김은희(광주)
저녁 밥상에 마주 앉아하루의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하던다정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따뜻하게 집 안을 채웠던 말소리들이벽 속으로 꼭꼭 숨어버렸나 보다 텅 빈 거실에 혼자 남아 있는 날이면언젠가 맞이할 머나먼 이별을 생각하게 되고창밖의 청보랏빛 저녁 하늘이 짙어 갈수록한 마리 벌레 울음소리도 더 쓸쓸하게 들린다 얼마 전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꽃병에서 물이 샌다깨졌나 보다선물 받은 것인데 버리지 못하고한동안 눈밖에 제쳐두었다 아까워 접착제로 붙여도깨진 자리지워지지 않고 보인다 너와 나목련꽃 몇 번 피었다 졌지만깨진 흔적 남아 있다
머무름이 다하면 돌도 어쩔 수 없어연인들 마음처럼 부서진다 은백양 수만 잎이 뒤채고쪽동백 첫눈처럼 쌓인 골짝의 여울 먼 계곡으로부터 흘러 내려온백색의 기억들 은빛 억새밭 같기도파닥이는 날갯짓 같기도 한달빛 부서지는 바다에모래 되어 모였다 흰꼬리 말며 달려온길들 수 없는 은빛 여우들입속 가득 모래 토하며 뒷걸음질 친다&nb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땅으로 내려와소금꽃으로 피고 질 때어머니 굽은 등이 펴질 틈도 없이별을 주워 담는다 달콤 짭짜름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단맛을 증가시키는 소금을 넣어야 하듯이삶을 맛깔나게 하기 위해서 소금꽃 한 줌 넣으면밋밋하고 쓸쓸한 날도 간이 딱 맞는아름다운 맛으로 하얗게 핀다 음식에 소금이 빠지면 제맛을 내지 못하듯땅 위에 피어난
계단을 한달음에 뛰어오른다어렴풋한 모습만으로도 그 누구임을알아챌 수 있어 숨을 몰아쉴 때마다생각은 툭툭 흩뿌려지고발아래 그림자가 제 허리 주름을 잡아 늘린다 계단은 보이는 것보다 가파르다자드락마다 고개 내민 꽃들만깜짝 놀라 비켜서고입을 꾹 봉한 채 멀뚱댈 뿐사람들은 나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누구였지층층의 끝이 가까워질수록구름안개 너
다리를 잘랐다 두 팔도 잘랐다피가 멎지 않은 몸뚱이를인연의 끈을 풀어 마대에 묶고울컥대는 밤길을 홀로 떠났다 점점 멀어지는 낯익은 냄새와눈 속에만 있는 그리운 사람들은벌써 나를 잊었겠지 성미 급한 3월이 대지를 흔들어혼미해진 꽃들이 계절을 앞당겨 두서없이 피었지만뿌리 없는 나는 낯선 곳에 이식된 새 삶이아직도 고단하고 두렵다 살랑
할인마트 계산대에서깜빡 충전 못한 카드의 슬픈 목소리잔고 부족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물품들민망하다채워도 채워도 늘 빈 깡통공중분해 되어막다른 골목 귀퉁이에서기웃거린다 마치 육신과 같아서충전하지 못하면울컥울컥 신물이 올라온다 점점 가벼워지기만 하는늙은 어머니 같은 너빈 곳간에 자물쇠를 채우고다시 널 사랑할 수 없는이유가 되었다
비좁은 곡선을 그리며 스며드는 하얀 여백의 입맞춤흩날리는 청춘이 땅끝으로 뿌리를 걸치고바라지 않은 푸른 잎새 사이로 여망의 숨결가지 끝으로 모으며 하얀 그리움을 피운다 오늘은 삽목하는 날이다왜소한 가지 하나 올망졸망 곁눈을 틔우며자양분 본인 삼아 홀로서기의 시작갓 태어난 울음을 빨리는 대지시작의 기지개다 당신의 무게도 떨어지는 꽃길 따라
크리스마스 이브우리 집 담벼락에 기대어눈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저 푸른 소나무 담장 안에 사는 모습기웃거리다가때론 담 너머 징글벨 소리에솔눈을 휘둥그레 뜨기도 불빛 반짝이는 집 안엔가족들이 모여 화기애애한데 창밖 매서운 칼바람에떨고 있는 소나무함박눈이 하얗게공단 옷 입혀 토닥인다 심술궂은 바람 지나가며머리채 휘어잡고
뿌리 깊은 사랑그리움에 젖어붙이지 못한 편지를 씁니다 추석명절병상에 자리 접어소풍 떠나시던 날 빛 고운 단풍가을비에 떨어질 때말라버린 눈물 한 방울그날이 오늘입니다 사랑스런 손주의 손주가할아버지께 제를 올립니다 스산한 가을바람이스쳐 갑니다 유난히 곱디고운단풍이 떨어질 때면소환해 오는 아버지 모습 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