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여! 길가에 핀 이름모를 풀잎도 당신의 손길이 안 미친 것도 없고 바람 앞에 흔들리며 영글어지는 씨앗들도 제 역할을 다하였습니다. 반면에 인간들은 자연의 순리에 못 미쳐 순응치 못한 믿음의 답답함을 다시 당신의 샘가에서 무딘 영을 씻게 하옵소서! 물오른 대지 위에 생기가 넘치는 푸른 수목처럼 싱싱한 가지를 뻗쳐 내 이웃과 형
- 여운
당신이여! 길가에 핀 이름모를 풀잎도 당신의 손길이 안 미친 것도 없고 바람 앞에 흔들리며 영글어지는 씨앗들도 제 역할을 다하였습니다. 반면에 인간들은 자연의 순리에 못 미쳐 순응치 못한 믿음의 답답함을 다시 당신의 샘가에서 무딘 영을 씻게 하옵소서! 물오른 대지 위에 생기가 넘치는 푸른 수목처럼 싱싱한 가지를 뻗쳐 내 이웃과 형
살아갈 짐이 너무 무거워하늘이 머리까지 내려왔다가을이 딛고 내려가는 계단은용기가 허물어진 성벽으로 이어진다 수시로 협박하는 해고의 칼바람을막을 담장이 없는 곳에는화려했던 꽃들이 쓰러지고 있다 살아갈 짐이 너무 무거워집에 갇혀 있었다메마른 기침 소리가 창밖으로 나가도찾아오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 아프지만 아플수록 일어나서 걸어야지달
마음 안에 그림 그리기물감도 붓도 없이 눈 살포시 감고심상(心象)의 언덕에 이젤을 세워 놓으면초대 화폭마다 아름다운 갤러리 그 마을에 보고싶은 내 어머니 사시네지구별에서 가장 고운 미소 위에한 번도 못 써보신 분홍색 칠해 드리고붓끝보다 섬세한 반달 손톱에봉숭아 꽃송이 매어 드리면 까르르그리운 모습 발그레 물드는 안방의 온도<만종>의 기도
옛 동무파도 소리꿈속에 아련하고 얼란재솔향 내음지금도 여전한데 세월은무정하게도그리움만 남겼구나. 반기는고향 바다갈매기 슬피 울고 지난 꿈배에 실어수평선에 띄운 날들 고향 집앞마당에는추억만이 가득하다.
오천 년 이어온 배달의 민족무궁화동산일제의 총칼 앞에젊은 피 강제 징용 타향살이 몇 해 동안 청춘은 늙고헤매 돌던 영혼무사귀환 금의환향 바라며정화수 떠놓고 빌고 빌던 어머니 타관 땅 불효자는가슴을 치며 통곡해봐도한번 가신 어머님은뵈올 길 없어라 고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하늘에 구름과 바람은자유로이 오고 가건만그리운 고향 산천은왜
흰눈이 내려앉은 대지 위에고요한 숨결이 머문다어제의 흔적은 모두 감추고새하얀 순결함만을 품은 채 작은 바람 한 줄기 지나며눈꽃은 춤을 추고숲의 나뭇가지엔겨울의 노래가 고요히 깃든다 대지의 품 안에서온 세상이 새로 태어난 듯하늘과 땅은 경계를 잃고무한한 평온 속에 하나가 된다 발자국조차 없는 이 고요함은아무것도 묻지 않고,모든 것을
차가운 시선이 머물다 갔다앙상한 가시나무의 여린 손인사하듯 흔들어 보인다 휘날리는 눈발 속에 서서미동도 없이 바라보는너무도 차갑고 매정한 눈 위의 사람 잎이 떨어져 내리고그 위로 눈이 소복이 쌓이고열정도 사그라든 계절에 만난시절 인연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날씨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마음의 크기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없
입동이 지나가는 길 위마음에도 동지가 왔다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낯선 환경 탓일까타향의 진한 동지는눈치 없이 서둘러 피어난봄 꽃 향내 같기도섬의 깊은 울음 같기도 한생경한 내음이다 와인을 사러 길을 나선다푸른 나와붉은 와인은생각해 본 적도 없다마음에 입동이 오고와인을 찾는다순간순간따뜻해지기 때문이다 길가에 눈치 없이 핀 꽃맘 속
나무의자에 앉아 귀를 열면 또 다른나무의자에서누군가 노래한다 노래는 굴참나무 산벚나무 은행나무에서 들리지만 노래 너머에서 들린다 너머 아득한 곳… 새들의 귀향처럼 모가지를 뺀다 아련하고도 선명한 옛 고향집떠올리면 어딘가로 흘러가는 나무의자… 흰 구름의 상냥함을 보는 지척에서선잠처럼 늙은 나를어린 꿈으로
살아갈수록우주 공간 가득 허무가 쌓이고저 하늘 속 나라 돌아갈 날 가까워이 세상 왔다 간 흔적 쓸쓸하지 않게시시한 시라도 써야시인 아닌가 하여펜을 들고 빈 종이를 내려다보니멀뚱히 올려다보는 흰 종이 아등바등 치열한 삶이 삼켜버렸나기름 낀 혈관 속으로 잠적해버렸나숨바꼭질하며 미끄럼 타는 시어들잡을 수 없어 갈등하네시가 나를 멀리 하니내가 먼저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