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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재수 좋은 날

모처럼 외진 길을 걸었다작년 요맘때 진빨강과 진보라 나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자리어제 내린 비로 후줄근해진 나팔꽃 무리를 보며그 꽃 무리가 많이 지쳐 보여서 안쓰러웠다사뭇 요즈음 나를 보는 듯그 옆에 작은 풀꽃이 나 보란 듯이 짱짱하게 피어 있다장록이라는 나무가 저렇게도 작을 수 있을까?그 옆에 또 노란 민들레며 쑥부쟁이꽃이 아주 작게 피어 있다괭이밥도

  • 전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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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호미와 지게

어머니는 평생을 구부리고 사셨습니다꼿꼿한 처녀의 몸으로손바닥을 펼치면 하늘을 가릴 수 있는첩첩산중에 시집온 후구부림의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갓난아이 젖 물릴 때나개울가에서 빨래를 할 때나아궁이에 군불을 지필 때면 늘 구부렸고척박한 비탈밭에 나가 김을 맬 때면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구부린 채호미질을 해야만 했습니다오랜 시간 동안 습관처럼 되어버린 구부림은어머님

  • 윤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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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가방을 걸어두며

날 위해 울어준다는 나무 한 그루 있다바람 부는 쪽으로 몸을 맡기고휘어지는 뼈대 물이 흐르는 대로 길을 내듯물에 닿아 꽃이 피듯그렇게 순하게 살고 싶은데견고한 저 벽은 어찌해 침묵일까 숱한 이야기를 담아둔 가방하나지쳐 널부러진파도 맞은 섬처럼 운다 돌덩이 같은 어둠은왜 또별처럼 울까 간도 맞지 않는 식어빠진 국을목줄기로

  • 이비단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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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고마 팍!

내가 부사로 시를 쓴다니누군가‘부사詩있는 것 같은데? ’하며찬물을 끼얹는다 고마 팍!울컥 치미는 울화통안 그래도 명사는 거들먹거리고동사는 면박 주고 형용사마저 눈총 주는데목울대 높여서 소리 한 번 못 지르고죽은 듯이 엎드려 사는데 엑스트라 없이는 주연도 필요 없는주인공보다 엑스트라가 더 많은 이승에서밀어붙이지 않아도 저 혼자 허물어지는데&

  • 김미숙(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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