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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생존자

여름빛을 힘껏 껴안은 바다는 눈이 시리고도 남을 만큼 투명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하얀 포말은 엉켰다, 이내 사라졌다. 한껏 달아오른 모래가 뜨거울 법도 하건만, 그것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질 만큼 바닷물은 차가웠다. 개장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생각보다 피서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해

  • 박지영(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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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실종 중

새파란 바탕에 경찰이라는 단어는 흰색으로 돌출된 간판 앞에 섰다.눈에 잘 띄도록 제작되었을 것이다. 늘 무심히 지나쳤는데, 비로소 자세하게 보았다. 치안센터에 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나는 치안센터를 찾으려고 주변 상점에 물으면서 돌아다녔다. 경찰이라는 고딕체 단어는 경직되어 보였는데, 경찰 캐릭터 호돌이와 호순이가 활

  • 김현주(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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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빨래터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가쓰라 조는 오랜만에 길에서 기무라 박을 만났다. 할 일 없이 집 안에서 빈둥거리는 게 지겨워 시장 쪽으로 가던 차에 마침 기무라를 만난 것이었다.“어이, 기무라! 오랜만이네. 요즘 뭐 하고 지내나?”사뭇 반가운 듯 상기된 목소리였다. 가쓰라 조나 기무라 박은 해방된 지가 삼 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창씨개명했던 그대로 일본 이름을

  • 함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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