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빛을 힘껏 껴안은 바다는 눈이 시리고도 남을 만큼 투명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하얀 포말은 엉켰다, 이내 사라졌다. 한껏 달아오른 모래가 뜨거울 법도 하건만, 그것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질 만큼 바닷물은 차가웠다. 개장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생각보다 피서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해
- 박지영(경북)
여름빛을 힘껏 껴안은 바다는 눈이 시리고도 남을 만큼 투명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하얀 포말은 엉켰다, 이내 사라졌다. 한껏 달아오른 모래가 뜨거울 법도 하건만, 그것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질 만큼 바닷물은 차가웠다. 개장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생각보다 피서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해
새파란 바탕에 경찰이라는 단어는 흰색으로 돌출된 간판 앞에 섰다.눈에 잘 띄도록 제작되었을 것이다. 늘 무심히 지나쳤는데, 비로소 자세하게 보았다. 치안센터에 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나는 치안센터를 찾으려고 주변 상점에 물으면서 돌아다녔다. 경찰이라는 고딕체 단어는 경직되어 보였는데, 경찰 캐릭터 호돌이와 호순이가 활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가쓰라 조는 오랜만에 길에서 기무라 박을 만났다. 할 일 없이 집 안에서 빈둥거리는 게 지겨워 시장 쪽으로 가던 차에 마침 기무라를 만난 것이었다.“어이, 기무라! 오랜만이네. 요즘 뭐 하고 지내나?”사뭇 반가운 듯 상기된 목소리였다. 가쓰라 조나 기무라 박은 해방된 지가 삼 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창씨개명했던 그대로 일본 이름을
일제강점기에 강원도 치악산 상원사 부근에 화전민이 살았다. 1940년 6월 하순, 하전이는 화전민 강희구의 3남매 중 큰딸로 태어났다. 1945년 8월 15일 여섯 살 때, 우리나라는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8·15 해방을 맞이했다. 1950년 6월 25일 열두 살 때, 북한군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한국전쟁이 일어났다.1953년 7월 27일 열여섯
텅, 텅, 텅,비나이다, 비우나이다,내, 범종 텅 텅 텅.
태어나 배우는 말 백 년은 쓰고 갈 것을 여닫는 입술 문엔 생명줄이 팽팽하다 목울대울림의 힘줄 내 역사를 만든다오뚝이 생존 시장 진주 같은 소통의 장 사랑의 밭 꽃이 피고 그 속에 향기 품어 대화로 품격의 온도 보여주는 경연장인생 열차 행불행도 입술에서 꿈틀되며 생선뼈발라먹듯참된말골라하면 풍성한
해가 지면 그림자도 발 벗고 돌아가고 눈에 밟히는 엘레지, 휴식 같은 저 별 하나 도린곁 밤을 지키는 가슴으로 들어가 보라부지런히 쿵쾅대는 별빛을 읽어내고 갈쌍갈쌍 숨어 우는 그대를 사랑하기 모든 게 다 사람살이, 그런 밤이 그립다
빼곡히 줄지어 선 축하화분 바라보다 폐지 모아 쌀 오십 포 나눈 이를 떠올린다언제쯤어깨를 겯고 춤출 날이 오려나.
띄운 배 물길 따라 낙동강을 가르면 금호강도 두물머리 헐레벌떡 닿는다 먼옛날들며 나던 보부상 흰옷 자락 웅성댄다나루터 주막집엔 펄펄 끓는 장국밥 나들이객 때맞춰 강바람도 한술 뜨고 닿으면흐르는 물길이다 한데 얼려 가보자
1운동화 속 돌조각 하나 발바닥을 찌른다 신발을 벗고 털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작은 돌조각 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2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상처를 주고받는다 옹이진 마음 한켠 가시처럼 박힐 때 지적과 용서 사이를 수없이 헤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