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참네. 엄마가 맛있는 거 사주실 거야.”아이 팔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가 떼면서 엄마에게 눈을 찡긋했다. 아이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냥하게 아들 손을 잡아 일으켰다.“우리 길 건너 빕스 갈까?”뾰로통하던 아이가 책상다리를 내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고잉홈 더 갈라> 콘서트는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 ‘고잉홈’의 두 번째 공연이었다.
- 김경람
“잘 참네. 엄마가 맛있는 거 사주실 거야.”아이 팔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가 떼면서 엄마에게 눈을 찡긋했다. 아이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냥하게 아들 손을 잡아 일으켰다.“우리 길 건너 빕스 갈까?”뾰로통하던 아이가 책상다리를 내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고잉홈 더 갈라> 콘서트는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 ‘고잉홈’의 두 번째 공연이었다.
KBS의 <아침 마당>에서 마당을 주제로 엮어 가는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이 오래 전에 고향에서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조명되며, 그 시절이 자연스럽게 비춰진다. 태어난 마을에서 함께 지내며 어우러졌던 사연이 기억 속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이유는 향수와 끈끈한 정 때문이 아닐는지.늦가을, 바깥마당 한쪽에 볏가리를 보면 나의 마음은 풍요로웠다. 그 시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이다. 조용히 펼쳐진 200여 점의 조각품들이 마치 우리의 일상처럼 서 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조각상을 처음 본다. 차가운 돌덩이를 예술 작품으로 조각한 비겔란의 뜨거운 예술혼이 공원 곳곳에 흐르고 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 서로를 끌어안은 연인, 다투는 부부, 굽은 등으로 홀로 앉은 노인…. 인생의 시작과 끝을 보
가까이에서 살아도 못 가본 곳이기에 대마도 여행은 설레는 마음이 컸다. 여행하기 좋게 하늘은 맑고 쾌적한 날씨에, 해외 원정이라는 테마로 대마도에 가는데 자원하여 지난해 11월 14∼16일, 3일간 동참하였다.첫날은 부산 해운대 그린나래 호텔에서 대마도 출발 전 집결하여, 숙소에서 워밍업을 통해 친교를 갖고 밤바다를 즐기며, 일행은 다과회를 통해 여행 일정
“벌대총(伐大聰)이 효종을 울렸다.”요즘 역사 기록을 찾아가 보며, 거란과의 전쟁 드라마도 들여다보며 실록을 맞춤해 본다. 드라마가 허상이라지만 여기저기 골수를 찾아내 즐겁게 이어보는 것도 내 마음의 쾌거다.강화읍 갑곶나루는 갑곶리와 김포시 월곶면을 배로 연결해 주던 나루터다. 조선시대 강화에서 한양(서울)을 오가던 길목이며, 정묘호란(1627년) 때 인조
마을 어귀에 등이 굽은 팽나무가 처연하다. 쩍 갈라진 가슴은 내장까지 타들어 굴 속 같다. 옹두리와 흉터로 뒤덮이고 한쪽 어깨는 뭉텅 잘려 나갔다. 몇 가닥 남은 가지 끝에서는 생의 끈을 놓지 않은 초록 잎새가 생생하다.수백 년 살아오며 어찌 평탄하기만 했을까. 단단히 여몄던 껍질을 벗고 여린 새싹을 밀어 올렸지만, 세상은 따뜻하지도 너그럽지도 않았다. 느
기다림이란 대체로 진을 빼는 일이다. 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 먼 길을 하염없이 내다보는 일은 참으로 쓸쓸하다. 강물이 흘러가면 그뿐이듯 기다려도 오지 않을 사람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진 사별이라면 더욱 쓰디쓴 슬픔이다.계절은 가을 문턱을 훌쩍 넘어 제대로 익어 가는 중이다. 단풍의 전령사이기도 한 화살나무잎은 이미 곱게 물들어
붉은 벽돌의 라인을 따라 걷는다. 길바닥에 박아 놓은 붉은 벽돌은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려는 벽돌만큼 단단한 저들의 굳은 의지가 아닌가. 줄을 잇는 붉은 벽돌 한 장 한 장에는 미국 독립을 쟁취하고 자유를 지켰던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보물찾기라도 하듯 길바닥의 붉은 라인을 따라 묶어 둔 과거를 훑는다. 미국 독립 역사의 현장인 보스턴에서 자유를 향
묘서동처(猫鼠同處)는 본디 ‘고양이(猫)와 쥐(鼠)가 같은 곳에 있다’는 뜻이다. 원래 고양이는 쥐를 잡는 게 자연이 맡긴 역할이고 천적 관계이기 때문에 이들의 오월동주(吳越同舟)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의 부정한 결탁을 방지하고 감시해야 할 존재들까지 한통속이 된다면 세상에서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다. 인간 세상 또한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만일 우
문을 열자, 고개를 5도가량 기울인 그가 서 있었다. 그는 좌반구와 우반구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어쩔 수 없는 것처럼 고개를 삐뚤하게 한 채로 잔뜩 찡그리고 있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얼굴 근육을 모두 활용하여 표정을 일그러뜨림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는 아직도 세상으로 나올 준비가 안 되었나 보다. 행여나 호랑이가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