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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조계종단은 무엇으로 존립하는가

청운의 뜻 가슴에 품고낮과 밤을 걸어 걸어찾아나선 구도의 길 -해인사낙엽을 이불 삼고개울물로 배를 채우며 천릿길을 걸었다 21살에 해인사 출가 후승려생활 51년마침내 병이 들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으나 조계종 종단에서는 치료는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불시에 떠맡겨진 속가에 의지한 채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다머문 곳, 조그만 요양원&

  • 권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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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어머니의 고향

허름한 창가에제법 따뜻한 온기가노닐고 있다 봄이 오면언제나 그랬듯이앞마당엔 하얀 오얏꽃이 피어어머니를 웃게 만들었고부뚜막 한 구석에도화아한 미소가 앉아 있다 오랫동안 비워 놓았던 자리엔나그네만들락거렸을 시간이그리움이 되어 돌아오고 그 시절 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듯우리에게 남겨 놓으신 선물을 간직하고 싶다

  • 유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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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교감(交感)·6 ——작살나무와 눈맞춤

작살 같은 싹눈만번가고만번와서도늘 똑같다.나는 그들 세계를 들여다본다.본다고 하지만 허상(虛象)인가. 문득 7,000년 전 반구대암벽화에서고래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양각으로 새겨진 작살이 등에 꽂혀, 암벽에 각인된 채로죽음을 앞둔 혹등고래인가새로 태어난 새끼고래와 어미고래를 뒤따르며 죽어 가는데… 나는 산에 오르다가언뜻 눈맞춤으

  • 이종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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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2045년

선친이 살아 계실 때 모시고 나갔던 이북 5도청 행사에 내가 나간다. 내게 전화를 걸어 참여하라고 당부하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인천상륙의 날, 흥남철수의 날, 거제도 방문의 날, 속초시민의 날, 호국보훈의 날, 총화단결의 날, 도민의 날, 유엔군 묘지 참배, 통일 전망대, 오도민 체육대회…. 변하지도 않은 얼굴들과 변하지도 않은 목소리들, 껴안고 싶은 사람

  • 최금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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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한낮의 ‘꿈 바람’

전화를 끊은 영미는 설렘과 불안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효숙의 가게를 나와 집으로 돌아와서 그가 마신 긴 유리 커피잔을 씻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여보세요.”“집에 들어갔어요?”“……!”“데이트 좀 합시다. 데이트가 별것 있나요. 만나면 데이트지.”“수원 가신다면서요.”“수원은

  • 허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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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일본 할머니

불이야! 누군가 소리쳤다. 창밖은 시뻘겋게 타오르고 방 안을 점령한 매캐한 연기는 코와 목을 거쳐 숨통을 조여 온다. 코를 막고 캑캑거리며 발버둥을 치는데 눈이 떠졌다. 꿈이었지만 기분이 영 개운치 못하다.보일러 창고 문을 열고 작동 버튼을 누르니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이상 없고 가스통 계기판 바늘이 붉은 구역에 갇혀 있다. 가스통을 교체하고 나서 길 건너

  • 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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