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 촉 올리는 삐삐삐 소리에 산자락이 부풀고 나무들은 너도나도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향기로운 숲속진달래꽃에 살포시 생각을 얹다가 그만 꽃술을 건드리고 말아마음을 숨기는 꼴고득 소리가 낯설다
- 김순연
초롱꽃 촉 올리는 삐삐삐 소리에 산자락이 부풀고 나무들은 너도나도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향기로운 숲속진달래꽃에 살포시 생각을 얹다가 그만 꽃술을 건드리고 말아마음을 숨기는 꼴고득 소리가 낯설다
오가는 발길들에 이런저런 천대 받아 품위 잃은 집안 내력 참아 내는 떨림에도큰바램발밑에 묻어 밀어 올린 꽃대궁
어진 백성 높게 귀히 여긴 짚신겨레 임금님 쉽고 빠른 과학글자 빼어나게 만드시어 온세계보배글 되었네!바로 한글 아닌가! 반드시 유엔 공용어로자리 굳힐 우리 한글 맞설 글자 하나 없다 오직 한글 홀로 우뚝 섰다 이글로잘사는 한겨레힘센 나라 이뤄 살자 홍익인간 세찬 핏줄줄기차게 이
힘들고 외로워도쓰러질 수는 없었어 강요된 생존을 위해모든 것을 바쳐야 했던 운명의 무게휘청거리다 자지러져 그냥 누워버리고 싶던 좌절그때마다몸을 휘감아 일으켜 준 것은 사랑과 격려의 회초리였지이제 돌 만큼은 돌았어 그만 쓰러져 쉬고 싶은 쇠알박이 낡은 팽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잡고 싶다 저물어가는 노을빛이 타들어 가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는 가슴 시린 애처로움또다시 기나긴 세월의 그리움이 아련히 잡힐 듯한 희미한 그 얼굴 영롱한 눈망울엔 눈물꽃이 서럽다나지막이 부르는 사랑의 속삭임 어둠 속에 살포시 그려보는 한탄 소리 님 향한 애처로움 동그마니 애달프다
굴맛은 참 기통차다회도 무치고국도 끓이고밥도 해먹고구워서도 먹고전도 부쳐서 맛나게 든다 굴을 좋아하는 나요리도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 글맛은 참 오묘하다시도 쓰고시조도 짓고동시도 짓고수필도 쓰고디카시도 찍고글쓰기를 좋아하는 나 소설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이 빚은 돌계단 한걸음 두걸음 내디딜 때 자애로운 손길에 이끌려 한겹두겹벗겨지는 지나간 시간들생과 사 경계는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지 그 너머로 머무는 자리시공간을 초월하여 하나의 숨결로 이어지며 무한한 의미로나아갈지라도배흘림기둥 벗삼아 흘러내리는 사무침으로 존재 의미
탁자 밑에 쌓아놓은낡은 사진첩을 열어 본다젊은 날 추억들이 쏟아져 나오고어느 영화배우가 이보다 멋있을까 포마드를 바른 머리에 검은 사각 선글라스 그리움을 손끝으로 더듬어 본다만지는 건 긴 세월구름 사이로 내리는 눈꽃 송이에 당신의 봄을 그려 놓고수십 년 세월을 접어 놓아서일까 누렇게 들떠있는 사진첩에사진한장포개본다붉은색
봄이로구나안양천 34.72km 의왕시에서 발원 여의도까지 물소린 새롭고피라미떼 신나는 유영버들강아지 옆 꽃마리꽃 예쁘다 여름이란다학의천 흘러 흘러 쌍 개울 넘치고예술공원 물장구 신나 소리 지르고안양대교 밑 버들치 붕어 잉어 더덩실 춤추면 원앙새 청둥오리 수영 자랑물속 피라미 떼는 나 몰라라 논다 가을이 왔다네색동옷 나무마
기다리던 계절은 오지 않고없는 듯 무심한 햇빛이 비치는 세상엔 바람도 없는 태풍이 인다휩쓸리는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 하나 몇 번을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면얼어붙은 강가에서 빈 배를 기다려 긴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눈 내리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으로 갈까 애꿎은 거위들의 희생이 촘촘히 박힌날아갈 듯 가벼운 외투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