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어느 날 섬호정에는 빨간 홍매화 꽃 향기를 날린다. 섬진강 깨끗한 물에 세수하고 연인과 합께 홍매화 향기에 취해 한 잔의 녹차와 회포를 풀고 너와 나와 사랑을 나누고 싶고나 춘하추동 긴긴 세월 동안 동면하였다가 내년에 또 만나자!
- 구도선
춘삼월 어느 날 섬호정에는 빨간 홍매화 꽃 향기를 날린다. 섬진강 깨끗한 물에 세수하고 연인과 합께 홍매화 향기에 취해 한 잔의 녹차와 회포를 풀고 너와 나와 사랑을 나누고 싶고나 춘하추동 긴긴 세월 동안 동면하였다가 내년에 또 만나자!
정오의 졸린 시간이 끝나고해그림자 마당 쓸기를 시작하면 그는하루도 거르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진다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어느 초점을 향해고독하게 만드는 사람에게로 메시지를쓴다 거짓으로 시작해서 정직으로 끝나버린방파제에 부딪치는 인연 같은 사이였지만 파도는 영원하여 그칠 날이 없이 찾아온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자음과 모
한 뼘쯤 모자란 현실은죽어라 달려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생채기를 내고 달아났다 윽박질러도 보듬으며 살아야 했고투박한 모습 그대로부정도 원망도 말자 다독이던희망 없는 말들이 위로가 되었던 날들한 뼘의 차이에 숨죽여 울어야 했다 불가마에 담금질하던도기들의 통증 같은 것이었을!궁핍한 시절의 아픔은 굳은 살이 되어옹이처럼 박히고 세월
삶에 지친절름발이 걸음으로작은 소망 짊어진 채해맞이 행사장으로 찾아 든다일출 새벽의 어둠 속은저마다 희망찬 노래 가득하고삶이 부닥치는 여러 소리로남녀노소 장마당을 이룬다별빛이 꺼져가는 여명 속에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그어진 자리 영원히 식지 않을 불덩이 솟아오르고 장엄함에 온몸은 망부석을 닮아간 채 숨결마저 끊고 나마저 잊어 버렸다
자연,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강이면 강 오솔길이면 오솔길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오가는 그곳 계절이 먼저 와 있으면 어때 아침이 먼저 와 있으면 어때 내가 갔을 때 반겨주고그렇게 같이 있고 비바람이 먼저 가서 젖으면 어때 눈송이가 먼저 가서 쌓이면 어때 내가 갔을 때 비켜주고 
생각의 조각들이하얀 종이 위로 시집을 가네글자들은 꽃이기에꽃잎에게 향기를 건네주듯소리없는 미소가 숨을 쉬듯침묵의 숨소리가 빛나네 페이지는 별처럼 반짝이는 글자들의 정원 글자들은 마음의 숲에 내려진 이슬방울 사랑도 명예도 꿈으로 새기는 여정침묵으로 말하는 글자들의 줄서기 시인과 종이는 늙어도시집간 시어들은 늙지 않고초록의
얽히고설킨 인생살이 행복과 불행한 끗 차이 하늘아래새로운 것아무것도 없으련만 개가 토한 것을 다시 먹고 돼지가 웅덩이에 계속 뒹굴듯 밀 까불듯 되풀이하며아등바등 살았던 인생살이 만났다 헤어지는 쓰린 아픔 맛보라고 보내셨나요 옷깃을 스쳐갔던먼저 가버린 인연들 사랑하고아껴
널따란 배꼽마당에낡은 멍석 에워싼 햇귀타작한 벼를 말리고희아리 섞인 새빨간 고추도번갈아 뒤적인다 탱자나무 산울타리개구멍 비집고살금살금 도둑고양이생선 비린내 사라진빈집 정지 기웃거린다 도랑 건너나뭇등걸에 자리잡은토실한 맷돌 호박나부룩한 줄기에 덮여 있다 오래 전 지은 양철지붕 추녀 밑절반 뭉그러진 돌담 사이실금 간 다릿골 독 뚜껑에
지지리 못나고 허약한 몸으로 태어나서동네 어른이나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남의 시선에 민감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부모님이나 스승의 말씀에 순종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나라에 충성하고 조상님과 부모님을 공경하며 형제 우애하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기본 윤리를 철칙으로 알고
지금쯤푸르름 가득한 고향 마을엔윙윙거리는 벌초 소리 가득지천으로 번져 밀어내야 한다고 베어져 풀썩 주저앉으면서도눈물 대신 싱그런 향내를 던진다 어쩜저리도 별난 재주를 지녔을까 제 할 일 다 한 듯 스러지는 너 떠나면서도 향그러움으로 머물 수 있는 그 모습 진실로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