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숨어든 바람이 추운 밤 모퉁이를 붙들고 있다바람은 젖은 등처럼 휘어지고 시멘트 바닥에 한숨이 깔린다한숨은 보이지 않아도 무겁고 길 위로 천천히 흘러가 사람들 창문마다 서성이며 잠든 얼굴들을 만지고 간다 막차가 끊어진 정류장엔 바람이 남긴 한숨이 고인다흐릿한 등불만이 떨리듯 서 있고 한숨은 길을 잃은 아이처럼 아무도 모르는 골목을 떠
- 이계열
골목에 숨어든 바람이 추운 밤 모퉁이를 붙들고 있다바람은 젖은 등처럼 휘어지고 시멘트 바닥에 한숨이 깔린다한숨은 보이지 않아도 무겁고 길 위로 천천히 흘러가 사람들 창문마다 서성이며 잠든 얼굴들을 만지고 간다 막차가 끊어진 정류장엔 바람이 남긴 한숨이 고인다흐릿한 등불만이 떨리듯 서 있고 한숨은 길을 잃은 아이처럼 아무도 모르는 골목을 떠
무슨 일이 있었길래갑자기 저리 얼굴을 붉히시나이까 길고 긴 여름날에도차분하게 냉정을 잃지 않으시더니 그 뜨거웠던 여름날에도오로지 초록만을 변치 않고 간직하시더니 여름 다 가고뜨거움도 다 사라졌는데 서늘한 바람 불어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차분히게 냉정한 이성의 기운을 찾아가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오로지
밤새 그리움만 남긴채떠나갔던 당신 당신이 가고 난 빈자리달과 별이 함께여서 조금은 위로가 되었지만그래도 못내 그리워 선잠에 뒤척였지요 오늘 새벽도 어김없이 당신은나의 창을 또 두드리는군요꽃비 같은 당신 정열의 눈빛에 온몸이 떨려 오고뜨거운 당신의 입김에 이 한몸 기쁨에 희열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또 다시 내게로 왔습니다오면 가고 갔
멈추면 안 되겠니 바람아 올곧이 뿌리박은 나무들산짐승 산새들까지 태워서야 비라도 사나흘 내리 퍼부었으면
시골 동생네 집에 왔다마당가에 줄맞춰 피어 있는 빨강 노랑 튤립들이 유럽의 어느 정원에 와 있는 듯오가는 사람들 발길을 잡는다 꽃구경에 정신을 놓고 있을 즈음미나리를 뜯으러 개울둑을 걷다보니동생의 발밑에 깔려 아프다 말도 못하는노란 민들레가 눈에 들어왔다귀한 대접받고 고고하게 핀 튤립보다발아래 수수하게 피어 바람의 손을 잡아야만
지인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국화 한 송이 숙연히 헌화하면서 몹시도 외람되지만한 생이 어떠셨냐고여쭤본다 가장의 무게를 덜어내면남편이며 아버지의 자리는 참괜찮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밥한번먹자고했던약속의 시간이 아직많이 남은 줄 알았어요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귀띔이라도 해 주시지요 그렇게 훌쩍 가시면퍼렇게
장마에 핀파란 하늘 맑은 햇살 이웃으로 내달려 “해 났어요!” “뭐?” “해 났다고요!” 하늘 보고 우와! 마주 보며 이야! 아이처럼.*이야: ‘형’ 또는 ‘누나’의 경남 방언.
놋쇠 화로가에 바람이 찾아와 봄을 깨운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는버들 강아지 눈 틔우고개구리도 불러내고 아카시아 꿀이벌통을 채울 때쯤이면우리 딸 건강 좋아지기 바라는 내 소원도 이루어지려나! 봄은 오는데.
우애는 하루아침에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힘으로 평생에 걸쳐키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 형은 평소 처신을 올바르게 하며 아우를 보살펴 주는 따뜻한아량이 있어야 하고 동생은 형의 뜻에동조하고 협력해야 함이 서로서로 이렇게 하면 우애는 이루어집니다
오랜만에 광화문 광장에 나섰다오래전 학창 시절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노랫말이 입 안에서 맴돈다 ♪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 갔지만 가슴이 아리도록 저장하고 또 저장했던 가사이건만오늘날 광화문은 터질듯한 함성으로이순신 장군 동상을 때리고 또 때린다 오늘도 두 주먹 불끈 쥐고 분통이 분노가 분출되는석유불 당기듯 붉은 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