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날이면 몸이 먼저 저물어어둠이 지나간 자리마다 멍울이 뼛속으로 스민다 나는 팔을 뻗지 못하고 내는 손가락 꼽은 채어깨 하나 거두지 못한다사랑은 늘 환한 곳을 비껴그늘 갈피 속에서만 숨을 틔운다왜 나는빛이 많은 낮에는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어둠이 깊어야만 얼굴을 알아보는지지친 눈동자에 푸른 물이 차오른다바라보다 부서져 파편이 제 이름
- 명은애
나를 사랑하는 날이면 몸이 먼저 저물어어둠이 지나간 자리마다 멍울이 뼛속으로 스민다 나는 팔을 뻗지 못하고 내는 손가락 꼽은 채어깨 하나 거두지 못한다사랑은 늘 환한 곳을 비껴그늘 갈피 속에서만 숨을 틔운다왜 나는빛이 많은 낮에는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어둠이 깊어야만 얼굴을 알아보는지지친 눈동자에 푸른 물이 차오른다바라보다 부서져 파편이 제 이름
오전 주방일이 끝나면돌체라떼에 카누맥심을 더해 한잔 마신다 단란한 가족처럼어우러지는 맛 그 안에 녹아든 세상뜨겁게 안는다 일상을 넘어이젠가족이다
악(惡)은천사의 날개를 달고 훨훨 천상을 날고선(善)은뜨거운 불구덩이의 고통에서 진저리치는구나 법치가 무너진 내 이웃의 이념은들불처럼 번져 혼돈의 굴레에서 축제의 춤을 춘다 인륜과 도덕을 망각한 제3류의 무리거리를 활보하며 거들먹거림이 참으로 가관이다 잔인한 사월의 언덕에 붉게 물든 진달래꽃계절을 노래하듯 온 산 가득 피었거늘송충
*원로시인 영정 앞에서 고인의 시를 낭송했다첫 낭송자는 시작부터 목이 메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담담하게 낭송을 마친 나는 흰 국화꽃에 둘러싸인 유리 액자 경계가 완강한 저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탱자나무 흰 꽃을 떠올렸다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그 집낡은 울타리 퇴색된 낮은 지붕하얀 탱자꽃만 생생하게 또 피고 있을까무너졌을
두열이하고 종말이하고 애를 낳아 팔아먹었다 냠냠십만 원은 짧았다썼다 두열이가 농약을 마셨다이불 돌돌 종말이도 일 년 뒤 갔다다리 밑에 두 손 모아 엎드려흰 아가가 보고 싶었던 거다 그해 추석 밑에 아버지하고 열 살 어린 두열이가 싸웠다아지메 덕에 먹고 자는 주제에이 자슥 니 지금 뭐라 캤노 두열이 머리를 알미늄 쟁반으로 탕 아제
밤잠 못 이루게 만든너의 그리움이먼동 트는 하늘에 닿아노을 되어 발갛다그 아래 서 있는잎새 없는 나뭇가지에서 겨울 끝자락에 부는봄내음 나는 바람이 인다 나뭇가지의 높은 곳에는 마지막 남은 잎새마냥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앉아 봄 오는 길목을 바라본다.
밤하늘에서 별을 고르는 일은끝내 버리지 못한 불씨 하나가슴 깊이 묻어 두었다는 뜻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별은흔들리는 마음이 세운 이정표이고 오래 바라본 별은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름, 세월 속에 묻어 둔 숨결 하나 별들은 말이 없다다만 먼 빛으로내 속을 비추어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뿐 나는 오늘도어둠 가장자리에
바다는새벽마다제 안에서 길을 잃는다 보이지 않는 것이보이는 것보다 깊어지고 있다 돌아갈 길발목까지 차오른 안개에 묻히고 말과 말 전해지지 못해 혀끝에서 사라지고만혼자 하는 사랑같이 쓸쓸한 읽지 않고 지나친당신이라는 문장물결처럼 왔다 사라진다 겹겹이 쌓인 모호함 우리 삶의 모양 닮은 듯보이지 않게
한참 만에 만나도따지지 않고 몇 달 만에 전화해도캐묻지 않는 며느리바위*처럼한결같은 그런 사람한둘만 있어도*며느리바위: 전남 장흥 억불산에 있는 바위.
세상 모든 것에는 결이 있다나뭇결, 물결, 마음결, 하물며 돌 한 덩이에도 어둠을 뚫고 가지를 내민 쪽이 나무의 결이고, 아래로 흐르며 물길을 내는 쪽이 물의 결이고, 생각을 다듬고 사는 게 사람의 결이다 화강암으로 석물을 만드는 석수장이돌을 쪼며 결을 알았다 결이 순리라는 것도 결을 거스르지 않을 때그때, 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