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꽃잎이 바람벽에 나뒹군다 입추 지나니 병산서원 배롱나무꽃도 무너지는데 선비들의 책 읽는 소리 가지마다 쌓이는데 액자 속 늙은 소나무도 느린 기지개로 실눈을 켜는데 외기러기 높이 솟은 서녘 하늘에 수줍은 무지개 하나 꽃그늘로 날을 벼리는데 이별의 손끝마다 굳은 서리로 피는 마지막 불꽃… 지는 꽃잎에 새기는 발자국이 아름답다
- 차윤옥
젖은 꽃잎이 바람벽에 나뒹군다 입추 지나니 병산서원 배롱나무꽃도 무너지는데 선비들의 책 읽는 소리 가지마다 쌓이는데 액자 속 늙은 소나무도 느린 기지개로 실눈을 켜는데 외기러기 높이 솟은 서녘 하늘에 수줍은 무지개 하나 꽃그늘로 날을 벼리는데 이별의 손끝마다 굳은 서리로 피는 마지막 불꽃… 지는 꽃잎에 새기는 발자국이 아름답다
시공을 초월한생과 사를 초월한천 년도 비켜 흐르는무아의 경지무한 속에 피어난영원한 미소여라 한 점 허식이 없는한 점 그늘이 없는청정 무구한인간 본연의 모습그 평온한 얼굴에 피어난무명 세계를 밝혀 줄순진한 미소빛살 같은 미소여라 천신만고 고행 끝에만유를 달관하시고스스로 깨달아 얻으신열락(悅樂)의 미소여라.
서산에 해 떨어지고달돋이 마을 달 떠오르면속삭이는 사랑의 보금자리 웃음소리 밤 늦도록추억 얘기 은은히 들려오고달은 돋아 중천에 오른다 대낮 같은 달빛 아래사랑의 밀어 솔솔 피어 올라사랑타령 각시탈은 하늘 향해 춤을 춘다 새벽녘 홰치는 소리달돋이 마을 밝은 달은혼적없이 사라지고 사랑마저그 자리 그대로 맴돈다.
처음부터 꽃인 건 없다시작부터 날개인 건 없다 가슴이 쪼개지고까만 세월을 버려야꽃이 되었다 별이 되었다는 것은송충이로 살았다는 것이다 돌아서야 한다그때 날개를 접는 것이다 칠흑 속에서천년을 슬피 울더라도꽃이 되리라 날개가 되리라
햇살이 풍성하다. 그 풍성한 햇살을 받고 하루가 다르게 연초록 빛깔이 두껍게 대지 위를 뒤덮는다. 햇빛이 투명하게 부서져 내리는 사이로 스멀거리는 아지랑이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다.“어흥, 어여넘차 어허호옹∼.”애절하고도 원망에 젖은 상두꾼의 목소리가 여름으로 다가서는 한낮의 적요로움을 비집고 상여는 읍사무소를 한 바퀴 돌아 군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근래에
한국문인협회 148번으로 등단 가입해 회원이 된 후, 반세기의 작품활동에서 그 절반의 기간을 동화 창작으로,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려 왔다.그런 동화에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미래 지향의 세계만을 담았고 어둠 없는 밝음이 가득한 인간의 참모습을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써냈다.그 중 한 작품의 예를 들면 <파랑새와 아저씨> (KBS 1
층고 높은 난바역 계단을 빠져나오며 기훈은 숨을 몰아쉬었다. 요즘은 연일 피곤하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주중에 야근이 이틀이나 있었고, 주말인 어제도 출근해 프로그램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오사카에서의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일요일인 오늘만은 늦잠을 잔 후 숙소 근처 규카츠 맛집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싶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걸려온 아버지의 전
나의 작가생활 50여 년 중 절반은 서울에서 교직과 더불어 동화를 써 온 콩나물 교실의 휴일이 창작의 산실이었다. 그러다가 교육정년과 함께 수도권 변방의 한 산자락에 펼쳐진 1만5천 평의 농원 한복판의 전원주택 한 채가 소설 창작의 후반기 산실이다.1971년 이원수 선생의 추천을 받아 아동문학인 동화 창작을 교직과 함께 병행해 왔다. 인구 천만을 넘는 거대
강변로 운행길에눈이 내린다갑자기 날아드는눈보라에 떠밀리는지차량들의 속도가 느려진다 천지사방 눈이 내린다먼먼 시간의 언지리에서까마득히 잊고 살던하얀 추억의 파편들이한사코 몰려든다 차창에 부딪혀방울방울 눈물로 스러지다끝내 엉겨 쌓이는너의 눈빛 너의 목소리따뜻하기만 했던 날들 눈이 내린다갑작스런 폭설에 갇혀 강변 어디쯤 차를
글을 쓰는 사람을 문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문인이 쓴 것을 문학작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문인들은 그 문학작품이라는 것을 잘 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꿔 말해, 문학성이 있는 훌륭한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을 창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노력만 한다고 꼭 될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