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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영정사진

오랜만에 들른 오라버니 댁…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코끝이 싸하다.“아유, 이게 무슨 냄새지?”얼굴을 찌푸리며 앞을 보니 평상에 오라버니가 오도카니 앉아 있다. “언니는요?”오라버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큰방을 가리킨다.“언니 좋아하는 거 가져왔어요.”곶감이 든 쇼핑백을 들고 방문 열다 깜짝 놀라 주춤한다. 소복한 올케 언니가 제사상을

  • 박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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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천지신명께 길을 묻다

갑진년 처서날 천지에 올랐다. 애국가를 부르며 “마르고 닳도록” 가슴에 새긴 민족의 영산 백두산, 그 모습 보고 싶어 남의 나라 먼 길을 돌아 장백산에 올랐다. 서파로 오른 첫날은 막바지 가풀막 1442계단에 비가 내리는데 천지는 열려 있다. 북파로 오르는 이튿날은 발길 아래 계곡에 쌍무지개가 피고, 동녘 하늘 꽃구름 판타지에 탄성이 절로 터지더니 막상 천

  • 오대환(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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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인간관계의 요건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공간에 의지함이 아니요, 상대가 있어 나의 실존이 분명해지고 확실해진다. 상대가 없이 홀로 존재하게 된다면 존재의 가치는 별 의미가 없음은 물론이려니와 삭막하고 쓸쓸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상대를 귀히 여겨야 하고 상대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야 한다. 상대의 허물을 지적하기 전에 나를 책망할 줄 알아야 하고 내가 먼저

  • 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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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밥아 고맙다

남편은 지게차 임대업을 하고, 저는 부동산을 운영합니다. 모처럼 큰맘 먹고 지난 구정 앞뒤로 날을 잡아 15일간 헝가리에 있는 딸한테 다녀왔지요.처음엔 5개 국 유럽 가기로 하고 비행기표까지 예매해 두었어요. 근데 막상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그만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기차로도 갈 수 있는 국가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3개 국이 추가되었어요.다음 날 급히

  • 정영자(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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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밥 한 그릇

지난 15일 전역 전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열차를 기다리며 점심을 먹기 위해 용산역 근방에 있는 백반집에 갔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께서 결제가 됐다고 하셨다. 자리가 없어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20대 여성이었다. 저는 그분께 뛰어가 “백반 결제해 주신 분 맞죠?” 물었고 그분께선 밝게 웃으며 “군인분이셔서요”라고 하셨다

  • 김정순(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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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동유럽 첫 방문기 ——폴란드

지난 1994년 9월 중순 국제환경지구화학회 참석차 폴란드 크라쿠프(Krakow)를 일주일간 방문했다. 폴란드에서의 국제 심포지엄 개최는 매우 이례적이었는데, 폴란드가 소련의 지배로부터 1990년에 자유화되면서 가능해졌다.크라쿠프는 17세기 초반에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폴란드의 수도였다. 크라쿠프는 아름다운 도시로 2000년에 유럽 문화 수도로 선

  • 전효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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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인연, 세번의만남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생사를 알 수 없다. 동사무소도 경찰서에서도 행방을 찾을 수 없다. 안면 있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물어봐도 전혀 찾을 길이 묘연하다.처음으로 그녀를 만난 것은 결혼 전이었다. 직장의 근무지를 M시로 옮긴 나는 B백화점에서 처음 손님과 주인으로 만났다. 그때 그녀는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금발의 긴 생머리칼 한 가닥

  • 전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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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거짓말

미국 회사 한국 지사에 다닐 때였다. 어느 날 한 팀원이 시중에 이런 것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심각한 얼굴로 전단지 한 장을 들고 왔다. 전단지는 LA에 본사를 두고 우리 회사 제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는 어느 회사가 만든 것이었는데 이제 한국 총판까지 맡아 앞으로는 자기들이 그 물건들을 한국 시장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얘기하는 제품들

  • 이상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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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인연의 골짜기

‘휘, 휘 게 섰거라! 휘, 휘 게 섰거라!’서울 종로의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대작들이 가마나 말을 타고 행차하는 행렬을 피해 다니던 뒷골목길이다. 당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종로를 지나다 말을 타고 종로대로를 지나던 높은 사람들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했다. 이 때문에 서민들은 고위직 관리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기

  • 김청-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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