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와아름답게 타오르는 저녁놀을 보다가 어느새흘러가는 달빛에 취하며 따라가다 보니 해는 다시 그대로 떠오르고달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가는 줄로만 알았더니 게으르지 않은 계절은 다시 오고 그저 되풀이할 뿐내가 세월이었다
- 안상근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와아름답게 타오르는 저녁놀을 보다가 어느새흘러가는 달빛에 취하며 따라가다 보니 해는 다시 그대로 떠오르고달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가는 줄로만 알았더니 게으르지 않은 계절은 다시 오고 그저 되풀이할 뿐내가 세월이었다
내 방벽 한켠에거울이 걸려 있다빛바랜 나무 테두리아주 낡은 거울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걸려 있었던조모님의 특별한 거울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나는 으레 이 거울을 본다 일곱 살 때부터 쭉 해온버릇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거울 주인인 조모님이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늘 입던 쑥색 치마의&n
공창에 새겨진 눈들의 묵시를나무가 맨손으로 받아 읽는다해석되지 않는 문맥의 무게를가지마다 견디며 필사하고또 다른 문장을 한 글자씩 지워갈 때나무는 한 단의 문장을한 무더기씩 떨어뜨린다때로는 그 무게 못 이겨한쪽 어깨가 탈골되기도 한다 세상에 붙여진 이름을 지우기까지얼마나 많은 문장을 새겼을까 나무가 눈의 단어를 받아내고한동안 침묵에 서려
독서 취미로 팔순을 바라보는 여섯 시니어 동아리가기차 여행을 떠났다경로 할인의 무궁화 열차 조용하고 안락한 좌석에 차창 밖 풍경은날마다 푸르러지는연초록 산야가반갑다고 손 흔들어 주니 이제는 무디어진 가슴도 모처럼 설렘이 파도친다 푸른 산과 들 고즈넉한 마을 터널도 지나고 내린 곳 여수
문득 한밤중에 눈을 뜨면아득히 눈 닿는 별 하나,억만리 우주에 좌표를 두고 서로 쳐다보는 시공,메울 수 없는 거리의 무력감은 풀 길이 없어도 속살 태워 반짝이는 네 눈빛은 영롱한 섬광의 판타지!똘망똘망 널 보면가슴에 뜨는 소녀 하나 있나니, 심연으로 젖어드는 절애 끝 피어나는 초롱꽃,소르르 눈 감으면보석
꽃이 피고 있구나, 어느 한쪽에서는봄바람에 꽃이 지는가 싶더니 또 다른 꽃들이 피고 있네 나무 아래 발을 멈추고 앉아보니가녀린 봄마중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구나 진달래를 보고 두견은 울지 않을 수 없으리투명한 분홍빛 꽃잎을 보고 소월의 죽음이 생각나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죽음은 삶과 같이 가는 거라고 말하네 숲속
가슴속으로 흘러가강의 한길 너머 깊이로 잠기는 저녁의 어둠 칠흑을 가로질러마음 깊은 곳에덩그러니 한 줌 잡히지 않는 그리움만 가득 쌓이는 밤 오늘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밤보다 까만 외로움이모닥불보다 더 높이 떠올라 저 하늘의 숨어버린별들을 만날 때마다다시금 자작거리는
서양톱풀이 비켜선 오솔길을 걸었어파죽지세로 돌진하는 나무들 틈새로 하늘이 조금 물러났어 숨어버린 하늘에 우리 함께 매달려 볼래?그리고, 음… 별꽃 인삿말은 늘 앙탈스럽지눈치만 보던 햇살이 어느새 벤치에 턱 걸쳐앉았네네가 가지고 싶은 건 잘 구워진 달항아리 같은 사랑함부로 인생을 꾸짖지 마만남은 언제나 헛된 거야묵언수행에 든 고요를 실개천이 마구잡이
우리는 오랫동안 바닷가에 살아왔다힘찬 파도는 어느 생명의 소리보다 우렁찼다저물녁 해안가에서 듣는 도요새 울음에 귀를 적셨다 머언, 아주 머언 바닷가로 건너간 사랑은헐벗고 병든 아이들을 보살폈다지극한 모든 사랑을 뿌리고 뿌렸다그들의 삶은 점점 회복되었다내 나라의 아이들보다더 참혹한 아이들을 껴안고 살리고 살렸다 검은 대륙의 어린 생명들에게사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유등천 여울목짝 잃은 두루미 한 마리 석상처럼 서 있다 등 뒤로 길게 자리 잡은하늘만한 공허 개울 가로 자잘하게 개불알꽃들이 피어나고까치가 울고 때로는 스포츠카가 굉음을 울리고 지나가지만 깨어지지 않는 단단한 적막 외로움에는 약이 없다 내가 자다가 문득문득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