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남편은 고급 열차의 기관사로, 나는 승무원으로 같은 열차를 탔다. 그때 나는 남편의 훤칠한 키와 단정한 정복 차림에만 반했는지도 모른다. 직장 풋내기 시절에 처음 만난 지금의 남편을 보고 바로 이 남자다 싶었다. 우리는 쉬는 날마다 열차가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쏘다니며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하게 연애했다. 결혼 후에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 윤찬모
결혼 전 남편은 고급 열차의 기관사로, 나는 승무원으로 같은 열차를 탔다. 그때 나는 남편의 훤칠한 키와 단정한 정복 차림에만 반했는지도 모른다. 직장 풋내기 시절에 처음 만난 지금의 남편을 보고 바로 이 남자다 싶었다. 우리는 쉬는 날마다 열차가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쏘다니며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하게 연애했다. 결혼 후에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코뚜레 한 소처럼 끌려다닌다.고삐를 틀어 쥔 이는 오빠다. 오빠는 인색하다. 구두쇠, 노랭이, 자린고비, 스크루지를 다 합쳐도 모자랄 영감탱이다. 달랑 하나 있는 동생 한테 왜 이리 모질게 구는지 미스터리다. 종일 투덜대면서도 오빠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 또한 수수께끼고.나는 하녀처럼 산다.오빠네 집 뒤에 붙은 허름한 조립식 주택이 내 거처다. 오빠는 대궐
1양지 바른 벌 안은 하얀 이불솜으로 덮어 놓은 것 같았다. 며칠 전 산자락의 목화밭에서 목화대를 넉걷이하였다. 볕 좋은 산소 옆에 펼쳐 널어 놓았다. 목화대의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다래가 말랐다. 껍질이 벌어졌다. 목화송이가 활짝 핀 꽃처럼 흐드러졌다. 영락없이 해맑은 가을하늘에 피어오르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이었다. 햇빛을 받아 눈이 부셨다.“끝물인데도
망구(望九)의 나이에 느끼는 세계는 망백(望百)이 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10년 후인 2035년에도 세계는 지금 같은 느낌일까?지금부터 십 년 후는 지금부터 십 년 전을 돌아보면 그 놀라운 변화의 양상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터이다. 한마디로,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할 것 같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서 각 분야마다 지난 세기보다 훨씬 변화가 빨라져서
등장인물_ 법우(50대 중반. 충청도 말씨. 파계승. 한쪽 팔이 없는 그다지 밝지 않은 과묵한 성격)|지법(40대 후반. 서울 말씨. 스님. 법우의 이복동생. 계율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정돈되고 꼼꼼한 성격)때_ 현대곳_ 초암무대_ 이 연극의 무대는 초암 내부이다. 다시 말해서 허름하게 지어진 작은 암자라고 할 수 있다. 무대 뒷쪽은 벽면으로서 회칠이 군데군
1. 들어가며이 글은 2013년 7월에 「한국 대표 명시선 100」의 하나로 발간된 김종철 시인(1947-2014)의 자선 시선집 『못 박는 사람』(2013, 시인생각)에 실린 ‘못’에 관련된 시를,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의 시각으로 읽은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평생 ‘못’에 관한 많은 시를 썼지만, 시인 자신이 그중에서 골라
쿵, 쿵, 쿵!마치 산이 무거운 몸을 끌고 오는 듯이 느릿느릿하면서도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어요.나는 숨을 훅, 삼키며 책상 밑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어요. 숨 죽인 어둠 속에서 잔뜩 긴장한 채, 내 귀는 토끼 귀처럼 쫑긋거렸어요. 쿠웅! 발자국 소리가 멈추더니 달빛 가득한 창문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산처럼 불쑥 솟아올랐어요.잠시
동동동 떨어져물무늬를 그린다 꽃잎에풀잎에 비 맞은 꽃들이 세수를 하고 있다 동동동 떨어져물 메아리 그린다 내 얼굴에내 마음에 친구와 싸웠던내 미움이도르륵 씻기고 있다
눈 내리네. 함박눈이 내리네.안개꽃 같은 꽃눈하늘 가득 흩날리네. 먼 길 흩날려와아리따운 신부 볼에 닿았다간 반짝 눈물 되어 스러질 한 잎 꽃눈. 뭉치면 달라지지.똘똘 뭉친 눈덩이는 눈싸움 무기 고드름도 덩달아 찌를 기세지. 얼음, 눈덩이 꽁꽁 쌓으면 맹추위도 피할 수 있는 이글루 얼음집 돼.&
연꽃이어쩌면 그렇게아름다운지 아니? 진흙에서 핀연꽃더러운 자국 남을까 봐 연밥이물을 뿜어 다시씻어주고 있기 때문이지 연밥 샤워기하나우리 집에도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