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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사진첩을 태우다

씨줄 날줄로헛간에 집 짓고 헛손질하던무두질의 소중했던 순간들먼지에 쌓여 서러운 다비식을 한다 열꽃에 물들면서도 배냇짓 머금은저 따스한 성정남은 몇 장 추억이 주억거린다하루하루를 애면글면하던아슴한 날 끝자락이 또르르 말린다 무엇을 말하려고 창백한 무늬결로저리도 아롱거리는지잊힐 바에는 차라리하늘로 오르시기를그리하여 우주에 한 점 물결로 일렁이

  • 김성자(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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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글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먼 기억의 뒤안길어린 날 아련한 추억후회로 물든 이루지 못한 것들이 모든 것을 이어주는 것은마음과 머리 사이에 존재하는무엇인가 표현할 순 없지만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글을 쓰는 이보단 더 깊이 들어가는 시를 쓰는 이 시인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100번째 시집을 내고3만 번째 시를 창조하시고 싶다는 용혜원 선생님이

  • 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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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행주산성에 올라

덕양산에 오르는 길에서는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려온다.지축을 울리는 함성, 북소리, 폭음, 총성, 창칼 부딪치는 소리, 단말마 비명…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거늘 군과 민이, 남녀와 노소가 어찌 따로 있을쏘냐. 아낙들은 앞치마에 돌을 나르고 연로한 백성들은 성벽을 기어오르는 왜군에 불벼락 안겨줄 물을 끓여 나르고… 권율 장군

  • 박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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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부평초(浮萍草)의 노래

굽이진 물길 따라 여기까지 왔건만돌아보니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수면이다달구어진 청춘의 열망은 저녁노을에 식고거울 속엔 낯선 사내 하나, 고독을 씹고 있다 그토록 움켜쥐려 했던 세상의 보석들은손을 펴니 한 줌 모래보다 가벼운 것을,지나온 길은 안개에 잠겨 아득하고남은 길은 마른 잎사귀처럼 바스락거려저물어 가는 해를 차마 마주 볼 수조차 없다&nbs

  • 김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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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창틀 밖의 하얀 손

그 앞을 지날 때면밖을 향해 내젓는 하얀 손이 유난히 번쩍였다손을 들어 반가움으로 아니 괜히마주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흔들어 보았다창틀 안의 얼굴 모습은 차마 똑바로보지 못했다무슨 사연으로 이 좋은 날숨막히는 공간에서 밖을 향해손짓하는지 나는 모른다 일주일마다 창틀 앞을 지나치며그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철이 없었다그의 아픔과 슬픔, 억울함

  • 강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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