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사부작 찰흙을 가지고 놀았다. 끈적끈적하면서 질척질척한 감촉이 좋았다.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착한 흙이었다. 여섯 살 어느 해 방 안에만 있는 나에게 어머니는 찰흙이란 것을 주셨다. 찰흙은 어머니의 수제비 반죽 같았다. 밀가루를 반죽하는 어머니 옆에서 손가락으로 반죽을 꾹꾹 눌러 보는 것처럼 찰흙도 눌러지는 게 좋았다. 질척이지만 매끄러운
- 이현숙(강진)
사부작사부작 찰흙을 가지고 놀았다. 끈적끈적하면서 질척질척한 감촉이 좋았다.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착한 흙이었다. 여섯 살 어느 해 방 안에만 있는 나에게 어머니는 찰흙이란 것을 주셨다. 찰흙은 어머니의 수제비 반죽 같았다. 밀가루를 반죽하는 어머니 옆에서 손가락으로 반죽을 꾹꾹 눌러 보는 것처럼 찰흙도 눌러지는 게 좋았다. 질척이지만 매끄러운
제주에서 한 달 보내기로 작정했던 것은 취업 때문이었다.정말 별 볼 일 없었다.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하려 했지만 복학할 등록금이 없었다. 몰락한 집안 형편에 도피적으로 군대를 갔지만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저도 집안은 풀리지 않았다. 게다가 내 머리로나 체력으로나 나는 복학해 보았자 결코 공부로는 승부할 그릇이 못 되었다. 그래 취직이나 하자. 그러나
담장에 활짝 핀접시꽃은레이더 장치 ‘엄마, 사랑해요∼ 오빠, 보고 싶어요.’ 말하면 하늘나라 계시는그리운엄마 목소리 다정했던오빠 목소리 메아리쳐오는 듯하여 귀 기울여 본다.
이른 아침할아버지가 ‘에헴 에헴’ 문살 두드리면 ‘아버님, 어머님 잘 주무셨어요’엄마의 공손한 인사 ‘달가닥 달가닥’할머니 주방 두드리면 ‘오늘 미역국 어때요’ 엄마의 오늘 음식 온 집안 구수한 냄새 콧등 두드리면‘식사합시다’아빠의 힘찬 목소리 식탁에온 가족 한자리 모여 할아버지의 넉넉
말없이 떠나버렸다말 못 하는 새라지만냄새도 참고눈치도 보며 지켜본 시간이허무하다 알을 깨고 나와서날 수 있을 때까지한 달의 시침은느리게 돌아갔지만 어느 날 눈에 들어온실외기 뒤의 좁은 둥지에서솜털도 덜 자란붉은 모습이 안쓰러웠다 어미를 닮아 가는털빛을 만들었지만떠나려는 날갯짓은보지도 못했는데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거짓처럼
40도 열기를 내뿜는날씨 심술때문에 뒤틀린 보도블록들쑥날쑥 아스팔트 길도 녹아울퉁불퉁 가을이옐로카드 들고성큼성큼 다가온다.
성급한 무지몽매가 모든 걸 삼켜버렸다명령에 충실한 마우스는 죄가 없다남은 건 하얀 화면에 ‘어이없음’ 네 글자 영혼 품은 한 줄 한 줄 숨겨둔 묵은 땀명분 없는 손가락, 자판 위 졸고 있다받아 든 처방전에선 무대책이 대책이란다 알 수 없는 상형문자, 해독 못한 폴더 명 황황히 주워담은 깨어진 파일 조각절절한 통곡 외침이다, 냉기
잠시만 피해 있다다시 만날 희망 품고남으로 향한 발길부모와 처자식이영원히 생이별 될 줄 그 누구가 알리오 철조망 가로막혀 고향땅 갈 수 없어 함경도 아주머니 평안도 아저씨도 실향민 한많은 사연 눈도 감지 못했네
개망초 안개처럼 둥둥 뜬 휘어진 길 뒹굴며 뜨는 햇살 뜨거운 입맞춤에단잠 깬동그란 마실선하품이 번지고 이슬이 내 구두를 닦아주는 밭을 지나 발그레 미소 짓는 토마토 그 곁에는참깨꽃소복한 꿈이 눈부시게 피었다.
별빛 밝힌 유월 들판 무논 속의 개구리들 목청껏 개골개골 어둠마저 제압하고저 소리 골짝을 메워 산 하나 떠밀린다 펼쳐 놓은 한마당에 길손까지 불러놓고 이 시간 지난 후면 다시 서기 어렵다며이 밤을 하얗게 새며 지칠 줄을 모른다 발자국 멀어질수록 더욱 맑게 귀에 쟁쟁 오늘 하루 젖은 귀를 여기 와서 씻는구나&n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