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화엄사 템플스테이 가려냐고. 반가움에 템플스테이가 버킷리스트였다며 호들갑을 떤다. 실은 코로나 전에 계획을 잡았었다. 3년이 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어 취소했다. 딸이 얼마 전에 먼 길 가신 외할머니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먹먹한 마음 내려놓고 오란다.다 저녁에 여행 짐 싸다 말고 친구가 선물한 연두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다.
- 이재숙
이웃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화엄사 템플스테이 가려냐고. 반가움에 템플스테이가 버킷리스트였다며 호들갑을 떤다. 실은 코로나 전에 계획을 잡았었다. 3년이 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어 취소했다. 딸이 얼마 전에 먼 길 가신 외할머니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먹먹한 마음 내려놓고 오란다.다 저녁에 여행 짐 싸다 말고 친구가 선물한 연두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다.
혼자 산 지 꽤 된다.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져 산다. 더러 아직도 퇴직한 남편에, 결혼한 자식들까지 가까이 끼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좋아 보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친구들도 나를 보고 같은 말을 한다. 좋아 보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오버 더 팬스(over the fence, 담장 너머) 현상이
나는 일본 강점기인 36년에 서울이 아닌 변두리, 그 당시 호적에 적혀 있는 경기도 고양군 한지면 신당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우리 집은 경기도 여주에 대농이라 할 수 있는 부농 집안으로 서울과 여주에 살던 집도 모두 두고 온 것이다.그곳에서 아들 귀한 집에 우리 형제가 3년 터울로 태어났다. 여주에서 장손 하나를 비명에 보냈고 아버지 형제는 딸만 둘씩 모두
정월대보름을 앞둔 며칠 전 택배가 왔다. 발신인은 생각만 해도 그리운 고향 친구의 이름이었다. 꽁꽁 싸맨 상자를 열어보니 보름에 해 먹을 나물 등과 연한 보리를 잘 다듬어 신문지에 정성스레 싼 그녀의 정성이 들어 있었다.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비닐에 싸고 또 싸서 얼음을 위아래로 넣은 은박지 속의 홍어 애가 있었다. 홍어 애는 벌써
2024년 12월 초, 제주에서 8박 9일 동안 머무는 기간에 서울에서 가까이 지내던 지인 두 분이 제주 집을 찾아 주었다. 그분들과 함께했던 4박 5일의 제주 생활은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그분들과 함께 3일 동안, 제주 관광을 시작했다. 우리가 하루하루 찾아나섰던 곳은 머체왓 숲길과 따라비오름, 돌낭예술원 등이었다. 세 곳 모두가 아주 훌륭한 관광지다.
가끔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마다 왼손에 책을 펴고 앉아 계시는 대왕을 올려보며 민족의 얼을 담은 한글을 창제하심에 감읍해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나만의 생각일까? 펜을 잡고 살아가는 모든 문인과 만백성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날 IT 기술로 세계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것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발전한
누군들 쓸쓸할 때가 왜 없을까? 살기에 바빠 쓸쓸할 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바쁜 걸 강조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정녕 쓸쓸할 틈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바쁜 사람일지라도 문득 쓸쓸함이 밀려올 때가 어찌 없을까.나는 덜 바빠서 그런지 쓸쓸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가끔씩 끙끙 앓기도 해야 하는 쓸쓸함에 잠길 때도 없지 않다
1569년(선조 2년) 강릉에서 태어난 허균, 동인의 영수인 아버지 초당 허엽, 큰형 허성, 둘째 형 허봉, 누나 허난설헌과 함께 허씨 5문장가로 이름 떨치며 명문의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스승인 둘째 형 허봉, 둘째 형의 친구인 유성룡과 서얼 손곡 이달에게 시 공부할 때만 해도 행복했다.천재로 추앙받던 시절은 짧고 인생지사 새옹지마의 굴곡을 몇 번이나 겪었
우리 집엔 낡은 호마이카 상이 하나 있다. 남편의 대학 시절 희읍스레한 여명이 스며들 때까지 하숙방의 불을 밝히던 학구열의 산증인인 이 상은 우리 부부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남편의 손때 묻은 전공 서적과 함께 우리의 신혼에 동참하게 된 이 상은 귀퉁이가 마모되고 칠이 벗겨진 내 타박의 대상이었다. 반짝반짝한 새 가구들과 그 신분이 걸맞지 않고 책상까
약수터 가는 길, 숲정이에서 꿩 한 마리가 솟구쳤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얼떨결에 ‘깜짝이야’ 하고 소리쳤다. 놀라긴 했어도 얼마 만에 보는 꿩인지 반가웠다.초등학교 5학년 때다. 사냥하는 아버지 친구분이 꿩 한 마리를 허리춤에 매달고 오셨다. 두 분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장끼가 수꿩이라는 걸 알았다. 참새나 까치, 종다리, 비둘기 등 농촌에 흔한 텃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