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 우리 다음엔 어디로 탐방 가면 좋겠나? ” 이 선생은 멈칫했다. 학교 현장에서 고향사랑인문지리지 동아리 활동할 때 아이들에게서 듣던 소리다. 해맞이 가 모임의 주제로 떠올라 한참 열띤 토의가 진행되고 있었다.산악회 회원이 산에 갈 때는 안 모이고 회 먹으러 간다 니까 다 모이냐고 핏대를 세웠던 이도, 인류를 구하든지 나라를 구해 보려 모인 협회
- 김옥주
“이 선생, 우리 다음엔 어디로 탐방 가면 좋겠나? ” 이 선생은 멈칫했다. 학교 현장에서 고향사랑인문지리지 동아리 활동할 때 아이들에게서 듣던 소리다. 해맞이 가 모임의 주제로 떠올라 한참 열띤 토의가 진행되고 있었다.산악회 회원이 산에 갈 때는 안 모이고 회 먹으러 간다 니까 다 모이냐고 핏대를 세웠던 이도, 인류를 구하든지 나라를 구해 보려 모인 협회
거울 앞에서 지난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듯 내 모습을 들여다본다. 내 나이는 바람결에 떠밀린 세월의 자취처럼 어느새 만 68세이다. 아내의 나이는 내 그림자를 좇는 바람결처럼 비슷한 만 71세이다. 현실을 점검하려는 듯 근래의 내 생활의 흐름을 둘러본다. 민달준(閔達俊)이란 내 이름에 걸맞게 고공의 매처럼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여긴다. 고등학교의 미술 교사로
松林길끝 지점엔옛날 친구 홍이네 집볼 때마다 정겹구나 뒤뜰에는 까치집 짓고 석류꽃 피는 집.언제쯤내게도저런 집을 질까.
잎새의 속삼임을 갉아먹는 추일 하오 무채색 나무 위로 바람이 건 듯 불어 담벽에기댄 실루엣살풀이를 연출한다엇각을 빚어내며 매달린 무성 영상 이따금 흥겨우면 옷자락 날리지만 한사코 묵언 수행을 과업으로 삼는다언젠가 떠나보낼 일체형 복제품도 유체의 짐을 벗고 반구형에 영주할 때 소롯이그도 나처럼 피
가을은울긋불긋마음도 물이 들고가을은나뭇잎이제 무게 달아보고가을은맷방석 같은달도 든다, 휘영청.
바다 위 해적들이 허공을 치켜드네굶주린 짐승처럼 이빨을 드러내며빗장을 풀어제치고 해안을 물어뜯네매미는 목청 돋워 속옷까지 훑어가네 갈비뼈 드러난 채 핏줄이 돋아난 채 설계도 디자인도 없이 돌을 쌓아 올리네땀 한 말 눈물 한 홉 달빛에게 바치네 너울이 솟구치면 한밤에도 달려와 뭉툭한 손가락 세워 성채 높이 받드네*2003년
추억은 봄비였고 만남은 꽃이었다생각의 푯대 끝에 한송이 꽃이 필때서늘한바람이 불어상념에 젖어든다잘못된 길이었나 뉘 탓도 아닌것을 꽃잎이 떨어지는 진리를 보았을때 달빛은창가에 앉아실타래를 풀었다길아닌길을가는허공의새를보며 처마 끝에 달이 뜨듯 이슬이 맺혀진다 그믐달창가에 홀로 뒤척이고 있었다.
아버지 모신 흙집 아롱이다롱이 다 모여서 검불을 걷어내고 잡풀을 뽑았더니제비꽃 웃음 터지고 산새도 날아든다방아잎 부침개를 알싸하게 풀어놓고젓가락 쥐어주듯 드시라고 권하다가막걸리 빠질 수 없지, 한잔 가득 올린다겨울잠 깨셨을까 잔디 파릇 돋아나고바람도 껑충대니 봉분 어깨 움쭐움쭐 완성된 가족구성원 봄품이 따스하다
승강기 버튼 앞에 백발의 우리 엄마반쯤은 굽은 날개 고개를 들다말다기억의 터널 깊은 곳 터벅터벅 걷는지오르내린 많은 날이 구름을 짚고 선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가가면 멀어지는지 버튼도 어머니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다
들추는 네 별칭은 가을을 빚는 사람푸석한 가슴 닦아 시어를 쏟아낸다 서두는 도시 발길에 은유 듬뿍 입히며집 없는 벌레 찾아 추위 대신 껴안는 너 헐벗은 잔뿌리에게 체온을 나눠주다 우듬지 먼발치에서 성자로도 만나지설렘을 덧대주는 사랑학 전임 강사 밋밋한 하루 뒤꼍 불꽃 한 점 되살리며 더듬다 보태는 경력 남은 칸이